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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50년 전통의 독일식 노사모델
흔히 독일 모델이라고 불리는 독일노사관계는 50년대 초 기본 골격이 완성된 후 지금까지 그 틀을 유지해오고 있다. 독일노사는 산별노조가 주도하는 단체교섭과 개별기업 노사가 진행하는 공동결정제도라는 이원적 교섭체계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이원체계는 노사간의 이해 불일치를 최소화시키는 장치로 기능해왔다. 두 기둥 : 산별교섭과 공동결정제도 전후 발효된 단체협약법에 따르면 독일 노사간의 교섭은 산별교섭을 기본으로 한다. 이 교섭은 임금가이드라인과 같은 정부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며, 나아가 기업 내 노사협정에 대해 우선권을 지닌다. 이로써 독일 노사는 개별 사업장마다 임금 및 근로조건의 기준치를 마련하기 위해 매년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게 하고 있다. 다음으로 독일 기업 노사관계를 특징짓는 것이 공동결정제도이다. 이는 노동자의 대표가 사업장평의회를 통해 경영진의 의사결정과정에 정례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장해왔다. 이 독특한 제도들 덕택에 독일 노동자들은 임금, 근로조건 뿐 아니라 인사 및 투자 등 경영정책의 일정 부분을 사용자들과 공동으로 협의하고 결정해왔다. 이를 위해 독일 공동결정법은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대표가 노동이사로 참여하는 것을 보장하고 있으며, 기업기본법은 개별 사용자와 기업 내 노동자들의 사업장평의회 사이에 합법적으로 기업협정을 맺을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맺어진 기업협정은 노조의 경영참가 수위를 결정하며 동시에 산별교섭 결과를 보완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독일은 또한 하나의 산업에 하나의 노조라는 원칙을 유지하여 거대 노조를 통해 강력한 교섭력을 발휘하면서도 노노 갈등을 최소화시키고 있다. 강력한 노조와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 얼핏 상반된 두 과제를 독일 노사는 제도적 틀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독일 금속노조가 표방하는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과 노동의 인간화’라는 구호는 이런 배경에서 현실성을 얻기에 이르렀다. 독일의 노동쟁의 지표가 이를 설명해준다. 독일은 1970년에서 1994년까지 1000명 당 연평균 파업일수가 36일에 불과했는데, 이는 OECD 국가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단일 산별노조 하에서 파업이 거대한 규모의 생산 차질을 수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속노조와 같이 거대한 조직 자체가 높은 교섭력을 발휘하고 있어 협상결렬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그 이유라 할 것이다.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있는 우리 현실과는 큰 대조를 보이는 대목이다. 경제 위기, 정부 개입과 노조 양보 도출 90년대 이래 기업간의 국제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독일 거대기업들도 해외생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국내 공장은 구조조정의 유탄을 맞게 되었고 이 문제는 독일 금속노조에게 90년대 이래 가장 큰 숙제로 던져진 상태다. 해외생산은 독일 경제의 견인차라 할 수 있는 자동차업계 빅쓰리, 즉 다임러크라이슬러, 베엠베, 폴크스바겐이 주도했고 이어 전산업으로 확산되었다. 자동차업체에서도 폴크스바겐은 50년대부터 남미 중국 등지에 진출해 오래 전부터 완성된 다국적기업의 면모를 갖춘 상황이었지만, 상대적으로 고급승용차에 치중하던 다임러와 베엠베의 경우 해외생산 확대가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로 제기되었다. 미국과 일본 한국 등에 밀려 신규시장 개척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90년대 중반이 되자 독일 자동차업계의 공장가동률은 70~75%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간의 긴장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90년대 초반의 독일통일 특수가 중반 이후 사라지면서 과잉생산과 높은 실업이 전산업으로 확산되었고, 고용문제는 금속노조를 비롯한 독일 노동계 최대 현안이 되었다. 독일 노동계는 이 문제를 특유의 산별노조와 사업장평의회라는 양대 축으로 해결해 나갔다. 장기간에 걸친 협상 끝에 금속노조의 지원을 받은 자동차 사업장평의회들은 차례로 고용안정협정을 맺게 되었다. 그 내용을 보면 폴크스바겐과 오펠은 정리해고 금지, 다임러와 포드(독일)는 고용유지 문구를 각각 노사협약에 포함시켰고, 금속노조는 이를 발전시켜 자동차업계 대표들과 “생산기지 보장 및 고용안정을 위한 기업협정”을 맺기에 이르렀다. 고용협약은 거꾸로 기업측의 입장에서 보면 경영과 생산에 대한 노동자의 책임감을 높이는 방편이자,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해 금속노조와 사업장평의회로부터 공식적인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가 되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고용협정이 기업경쟁력 향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후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국가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국민들 사이에 고조되어, 지난해 조합원수 320만, 전임자 2000명을 자랑하는 독일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슈뢰더 정부가 ‘아젠다 2010’을 발표하면서 노사문제에 개입, 전례 없이 강력한 고용 유연화 제도를 관철시킴으로써 독일의 노사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 김선태 기자 kst@naeil.com
200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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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IT업무지구 가격협상 난항
경기도가 판교신도시의 자족기능 확보와 세계적인 R&D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추진중인 판교 IT업무지구 조성이 부지 매입가격에 대한 건교부 및 토지공사와의 이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는 수도권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주택난 해소에 초점을 맞춰 추진한 결과, 부동산 투기만을 조장하고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 교통난 등 제반 사회문제를 악화시켰다며 판교와 동탄 신도시에 자족기능 확충을 위한 업무지구와 공장부지 확보를 추진해왔다. 도의 정책건의로 화성 동탄신도시 17만평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단지로 제공됐고 판교에도 사업초기에 토지공사와 협약을 체결, 국내 IT연구시설(6만평) 및 업체(10만5000평), 세계적인 연구시설(3만5000평) 등이 입주하는 20만평 규모의 업무지구가 조성된다. 도는 올해 말까지 토지공사와의 부지 매입협상을 마무리하고 건교부로터 판교 IT업무지구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승인을 받은 뒤 2009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 IT지식기반산업과 R&D 기능을 결합한 세계적 수준의 첨단지식산업단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판교 입주를 결정하는 세계적인 연구기관들과 업체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우선 한국 파스퇴르 연구소가 판교 IT업무지구로 이전하기로 했다. 경기도와 과학기술부, 파스퇴르연구소는 지난 7월 협약을 체결, 도가 5000평의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건축비 200억원, 연구개발비 300억원을 지원하며 과학기술부는 건축비 200억원 외에 연구개발비를 매년 140억원씩 10년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또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한국자동차 인포테크 센터(Korea Auto InfoTech Center)’를 판교 IT업무지구에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협회는 자동차산업 발전의 중심 인프라 역할을 담당할 센터를 1500평(연면적 3000평) 규모로 2007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30% 할인 없으면 업무지구 조성 어려워 = 하지만 판교 IT업무지구 조성에 있어 첫 단추인 부지 매입을 위한 가격협상은 제자리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도는 막대한 재정부담을 고려, 조성 원가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건교부와 토지공사는 8.31 부동산대책에 따라 개발이익 축소가 예상되고 주택공사·성남시 등 시행자간의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입장 제시를 유보하거나 부정적이다. 우선 도는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파스퇴르 연구소 등이 입주하는 외국인 전용 임대단지 조성에 따른 3050억원의 손실을 정부에서 보충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성 원가인 743만원보다 30% 낮게 매입할 수 없으면 국내 IT업체나 연구시설에 그 비용이 전가돼 판교 IT업무지구 조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에서는 처음 시도한 자족기능 확보를 위한 IT업무지구 조성에 대해서는 건교부와 토지공사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막상 사업 추진을 위해 할인해달라는 요구에는 주공·성남시 등 시행자간에 협의를 거쳐 결정한 문제라며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IT업무지구에 입주하려는 업체들의 문의가 많지만 가격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사업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는 가격협상이 완료돼야 공급가격이 정해져 국내 IT업체들은 물론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의 유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싸게 공급하면 타 시행자에게 부담 전가 = 도의 이러한 입장에 맞서 건교부와 토지공사는 원칙적으로 자족기능 확보를 위해 조성하기로 한 업무지구에 대해서는 원가로 공급하기로 했다며 그 이상의 할인은 시행자간에 협의를 거칠 문제로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토공과 주공, 성남시가 자기 지분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사업을 시행하지만 도시기반시설 등의 비용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부담하게끔 되어 있어 한쪽에서 이익이 줄어들면 다른 시행자가 부담해야 할 몫이 커진다”며 “만약 공사가 경기도에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면 그 비용만큼 다른 시행자에게 전가돼 3자간에 협의를 하지 않고는 어떤 문제도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토지공사의 유보적인 입장과는 달리 건교부는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하고 있어 별도의 지원대책이 필요하지 않다며 부지가격 할인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교부는 8.31 부동산대책에 따라 판교신도시가 공영개발로 바뀌고 학교용지 부담금 4500억원과 각종 개발부담금 납부로 실제 개발이익이 예상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기도의 가격할인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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