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7일 열린 한국철학올림피아드(KPO)에서 저동고등학교(정상우 교장) 1학년 윤채원 학생이 장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철학올림피아드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 평가를 받는 자리다. 평소 생각을 깊이 많이 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이는 철학올림피아드를 떠나 삶의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교외 대회의 학생부 기록이 금지되면서 철학올림피아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소신껏 자신의 철학을 전개해 수상한 윤채원 학생을 만나 보았다.
Q1> 이번 철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한 이유는 무엇인지
일단 현재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철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왔는데 올림피아드에 도전해보면 제 실력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덕분에 내가 정말 철학을 공부해도 될 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올림피아드 같은 교외대회는 교내대회를 통해 얻을 수 없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죠.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아도 다양한 도전과 경험이 저를 성장하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Q2> 대회에서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자원의 배분 방식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는데 지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처음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문을 정독하며 문제를 비판해야 할지 지지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평소 제가 갖고 있던 생각과 지문을 활용해 해결점을 제시했죠.
Q3> 철학 공부는 어떻게 했나
학교에서 철학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철학책과 신문 기사 등을 많이 읽었고, TED 강연도 찾아들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선 철학과 관련된 대학논술 시험문제 등을 풀어보며 준비했죠. 특히 평소에 비판적 시각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어요. 사회현상을 볼 때도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보려고 했는데, 우리가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접하는 모든 것이 온전한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전제로 ‘이 기사 때문에 가려진 것은 무엇일까’를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Q4>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처음엔 철학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부할수록 재미를 느끼게 됐죠. 한 가지 논제에 수많은 가치와 관점을 담을 수 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또한 철학은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다는 점에 끌리게 됐습니다. 대학이나 사회가 모두 이공계 학문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지금 시대상에 가장 필요한 공부가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Q5>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알랭드보통(Alain de Botton)의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가’를 읽어보면 소설 안에 많은 철학이 담겨 있어요. 사람들이 어렵고 낯설어하는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설이란 형식으로 전달했지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평생 철학에 빠져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랫동안 공부하고 배운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방식을 고민하다가 알랭드보통 같은 글 쓰는 철학자로 진로 방향을 잡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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