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시인은 2002년 시와 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칼’과 서사시집인 ‘소서노’, ‘나, 진성은 신라의 왕이다’를 비롯해 우리 역사와 관련된 여러 권의 동화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엔 그가 <뜨거운 자작나무 숲>이라는 한 권의 시집을 세상에 선보였다. 고단한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로해 주는 시집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 읽기 좋은 계절, 안명옥 시인을 그가 살고 있는 가좌마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1. 이번 시집은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됐나요?
<뜨거운 자작나무 숲>은 기존 발표작들 중 선별 과정을 거쳐 시집으로 묶어봤어요. 학연이 때론 따뜻하다고 생각해요. 성균관 대학교 출신들의 문학인 모임이 있는데 모임에 함께하는 장종권 선배와 선후배 인연으로 리토피아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게 됐네요.
Q2. 이번 시집을 간단히 안내 해주신다면
제가 여자로서의 삶보다 엄마로서의 삶에 비중을 크게 두고 살아서인지, 모성에 대한 갈등과 질문을 담은 시들이 이번 시집에 적지 않게 담겨 있습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엄마가 된다는 건 도를 닦는 일이죠.^^ 엄마가 된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기도 하고요.
Q3. 시집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주로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쓰시는지요?
어떤 시든 절절해서 씁니다. 시는 삶을 견디게 해주죠. 사람살이든 관계든 내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시로 씁니다. 때로는 결핍이 시를 쓰는데 에너지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Q4.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금연강사를 비롯해 군부대 독서코칭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시를 쓰며 배우고 공부한 것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져서 고양예고에서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치게 됐죠. 벌써 10년째입니다. 제자 중에 등단한 시인이 탄생하기도 했고요.
오래 전에 공군 문인단인 ‘창공클럽’에서 시낭송 행사를 진행했고, 시를 써서 공군들의 사기진작을 높이는 활동도 하면서 군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알수록 애정이 생겼어요. 육군으로 제대한 아들에게 군 복무 기간 동안 독서와 운동, 이 두 가지로 몸과 마음의 근육을 만들라고 부탁한 적이 있지요. 지난해부터는 육군부대에서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엄마의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영양이 골고루 담긴 밥상을 차리듯 정성을 들이고 있지요.
Q5. 생활인 시인으로서 우리 삶 속에서 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평론가 김현 선생님은 ‘문학은 권력이나 출세, 돈처럼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고 하셨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시가 있다면 마음만은 풍요롭게 살 수 있어요. 삶이 각박하고 팍팍해서 사막과 같다 해도 시적 감성으로 살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나 초원도 발견할 수 있거든요. 또한 시를 쓰는 순간은 어떤 시간, 어떤 삶도 낭비되는 시간이 없어요. 고통의 시간이든, 밑바닥까지 내려간 절망의 시간이든, 벼랑 위의 아슬아슬한 시간이든 시로서 승화되는 삶을 살 수 있죠. 이건 詩가 주는 선물라고 생각해요.
Q6.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지, 자신만의 정의와 그 이유를 알려주세요
시는 밥 같아요. 밥은 살아가는 힘을 주잖아요. 밥을 안 먹으면 살아갈 수도 없고요. 시는 제게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줍니다. 시를 쓰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 이 순간까지 살아올 수 있었을지 상상하기 어렵죠.
Q7. 작품 활동 및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아직 시집으로 묶어내지 않은 시들이 창고에 두둑합니다. 또한 역사속의 여성인물을 다시 재조명하는 작업으로 세 번째 장편 서사시집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 서사시집들의 스토리가 칸타타 공연을 했던 ‘소서노’처럼 오페라나 뮤지컬로 공연되길 바라요. 또 지난해 금연강사 자격증을 따서 명덕외고에서 수업을 했는데 잘했다고 내년에 또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담배는 처음이 가장 위험하죠. 단 한 개비로 평생 중독자가 될 수 있기에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금연운동과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망이 있다면 여행이지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여행을 하고 싶네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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