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심형철 중국문화전문가가 해음으로 풀어주는 옛 그림 읽기


오미정 리포터 2020-12-23

▶정선의 그림 속 키워드는?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이 그린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 ‘늙은 소나무와 영지버섯이구나. 꿈틀꿈틀 생동감 있게 그렸네!’라며 사람들은 감탄한다.
하지만 정선이 왜 소나무와 영지를 그렸는지 숨은 의도를 해독하면 그림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노송영지도>는 ‘오래 오래 사세요’라는 장수의 기원이 담긴 그림이다.



▶옛 그림 보는 재미 읽는 의미 <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심형철 작가가 쓴 <그림에도 궁합이 있다>에는 옛 그림 ‘읽는 재미’를 일깨워준다. 전통 그림 중에서 인물화, 산수화, 민속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그림 속에는 꽃, 나비, 새와 동물, 사물이 등장한다. 이 같은 동물과 식물이 그려진 이유가 분명히 읽고 짝꿍처럼 함께 등장할 때는 정형화된 패턴이 있다.
“꽃피는 시기가 다른 매화와 목단을 같이 그리거나 활동 시간이 다른 나방과 나비가 한 그림 속에 등장합니다. 이처럼 자연현상과 일치하지 않지만 화가는 소재를 교묘하게 배치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림 속에 담습니다. 그림 안 동물과 식물, 사물은 글자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글자를 순서대로 조합하면 재미있게 그림을 읽을 수 있습니다.”라고 심 작가는 말한다.
심 작가는 ‘해음’이란 새로운 그림 독법을 제시한다. 그림 속 소재가 의미하는 상징을 찾아 풀어내는 것으로 우리에게 낯선 개념이지만 중국 문화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연꽃을 그린 중국의 하화도(荷花圖)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연꽃의 다른 이름은 하화(荷花), 연잎은 하엽(荷葉)입니다. 이때 하(荷)의 발음은 화(和), 합(合)과 같습니다. 즉 연꽃과 연잎을 그린 그림은 화합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라는 뜻에서 이런 그림을 선물하면 좋겠지요.”
책을 읽다 보면 옛 그림을 읽는 나침반을 얻게 될 뿐만 아니라 수험생에게, 승진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에게 어떤 그림을 선물하면 좋을 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중국통 중국문화전문가 심형철은?
중국 북경중앙민족대학 사회과학대학원에서 민족학 박사학위를 받은 심 작가는 30여 년 동안 중국어 교사로 재직하다 2020년 2월 오금고에서 퇴임했다.
‘중국통’인 그는 교사시절부터 다채로운 문화 프로젝트를 동료 교사, 제자들과 펼쳤다. 중국어 번역본 윤동주 시집 ‘동주’는 그가 주축이 되어 전국의 중국어 교사, 학생, 번역가 등 265명이 주머니를 털고 재능을 모아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덕분에 윤동주 시의 울림을 중국어로 알릴 수 있게 됐다.
외국어를 배우는 건 그 나라의 문화, 역사, 사회, 경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있는 그는 전국의 제2 외국어 교사들과 <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지금은 베트남을 읽을 시간>을 펴냈다.
실크로드 답사를 진행하는 중국여행 전문가이자 중국문화해설사이며 ADRF(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 홍보대사를 맡으며 전 방위 문화기획자 겸 작가로 활동중이다.



심 작가는 다채로운 프로젝트 경험과 외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 전문성이 토대가 되어 우리 문화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림에도 궁합이 있다>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온 연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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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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