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말하기는 사람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라 학창시절에 체계적인 토론과 논술 교육이 중요하다. 강동구에서 4회째 열리다 중단됐던 논술·토론대회가 올해 고교 교사들의 노력으로 다시 열리게 됐다. 그 현장을 다녀왔다.
7월21일 ‘강동구 청소년리더양성 논술토론한마당’행사가 열린 광문고. 더운 날씨만큼이나 대회 분위기도 뜨겁다. 광문, 동북, 선사, 상일 등 강동구 내 10개 학교 32개 팀이 참여해 ‘고교생에게도 교육감 선거권을 주어야 한다’, ‘선거권 만 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주제로 팽팽한 찬반토론을 이어갔다.
“치열한 논리 싸움 재미있다”는 학생 반응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진 대회 최종 우승은 최아정, 김서연(선사고1)팀에게 돌아갔다. “치열한 논리 싸움이 재미있어요. 상대팀의 오점을 파고들어 반박하고 우리 측 논리를 설득력 있게 전개하며 그러다 허를 찔리는 반격을 당하기도 하는 게 토론의 매력입니다.”
김서연 양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사고가 확장됐다고 말한다. “청소년 선거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또래 대상으로 페이스북 설문을 진행하며 기초 자료를 모았어요. 총 104명이 답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10대들이 정치에 관심이 낮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선거권 찬반논쟁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부터 짚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론은 학생의 자기주도성이 중요하며 자료 조사, 찬성과 반대 관점에서 논리 전개, 설득력 있는 말하기 실력, 정중한 태도와 팀워크 같은 인성까지 두루 요구하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크다.
‘바람직한 공직자의 윤리’에 대해 학생들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논술대회에는 강동구 내 11개 학교, 118명이 참가했다.
논술·토론대회 통해 숨은 실력 발휘
몇 년 간 강동구 논술·토론대회의 공백이 있었지만 학생들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됐다고 8명의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은다. “학생들의 사전 준비, 논리의 다양성, 상대방의 견해에 대한 논리적인 방어 능력이 고르게 우수합니다”라고 강석준 서울중등독서토론논술 교육연구회 회장은 귀띔한다.
이번 대회는 토론과 논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학생들에게 또래들과 발전적인 경쟁을 하며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단됐던 대회가 다시 재개된 데에는 광문고 차주원 교사의 노력이 숨어있다.
강동구청을 끈질기게 설득해 예산 지원을 이끌어 냈다. 또한 이번 대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광문고가 행사를 주최· 주관하면서 학생부 창의적체험활동 란에 학생들의 대회 참가 내용을 기재할 수 있게 됐다.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독서력이 탄탄한 학생들이 논술대회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어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학교 울타리를 넘어 실력이 쟁쟁한 또래들과 논리로 겨뤄보는 것도 의미있지요. 큰물에서 놀아본 경험은 학생들을 훌쩍 성장시킵니다”라고 차 교사는 말한다.
실제 강동구 1회 대회 때 차 교사가 지도한 광문고 학생 둘은 토론 당일 발군의 논리력, 설득력을 선보이며 강동구 1등을 했고 그 뒤 서울대 경제학과, 동경대 공대에 진학했다. 교사로서 가슴 벅찬 보람이었고 이런 현장 경험이 그를 서울중등독서토론논술교육연구회 소속 교사들과 토론·논술 교육에 발 벗고 나서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대회에 참가한 권규리 양은 “교내 대회에서 1등을 했기에 토론 실력을 자신했어요. 허나 이번에 타 학교 학생들과 겨루며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네요. 학생들이 준비한 자료는 엇비슷해요. 승패는 깊이 사고하며 반론의 빈틈이 없는 설득력 있는 논리에서 갈리는 거지요”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학교울타리 넘어 큰물에서 겨뤄봐야 학생들 성장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창의적 융합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학교 현장에서는 독서, 토론, 논술 교육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입시에 구술면접을 도입되면서 고교마다 논리적인 근거가 뒷받침되는 설득력 있는 말하기 실력을 길러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학생들의 실력, 잠재력을 공개 검증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여는 대회는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를 계기로 강동구에서도 매년 개최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현재 일부 자치구에서 열리는 논술·토론대회가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동료 교사들과 열심히 뛸 생각입니다”라고 차 교사는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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