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산과 필산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하는가? 산수 실수는 잦은 편인가?
산수와 수학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도 혼용해서 자주 쓰이지만 의미는 엄연히 다르다. 산수는 사칙연산에 관한 것인 반면에 수학은 논리와 응용문제에 관한 것이다. 계산력이 부족한건 수학의 문제가 아니라 산수의 문제이다. 최근 현장에서 만나본 고등학생들의 특징은 놀라울 정도로 낮은 산술능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산술능력의 부족은 처음엔 시간의 문제지만 결국 언젠가는 학생의 수학성적을 끌어내리고 마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산술능력 부족사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이 문제를 대부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다. 대부분 “정확하고 빨리 계산하는 방법”에 관한 과정이 없고 “단순계산이니까 그냥 하면 돼”라는 말로 학생들에게 과정을 넘긴다. 또 산술능력이 모자라는 학생들도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단지 실수를 했다고만 생각한다. “내가 바보 같은 실수를 했네” 라는 한 마디로 별일이 아닌 것처럼 넘어가지만 수학은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질 것이고 “바보 같은 실수”는 점점 더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고등수학을 배운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붇기일 뿐이다.
■ 방정식과 도형 중 뭐가 더 어려웠나요?
지금 중학교 과정은 1학기 때 대수를 배우다 멈추고, 2학기 때 기하를 배운다. 그리고 다시 학년이 바뀌면 이 과정이 다시 반복된다. 참고로 대수와 기하를 병행하지 않고 중간 중간 중지하는 공부방법은 개인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중간에 생소한 개념인 확률도 공부해야 한다. 이렇게 새로운 단원을 배우는 과정에서 학생의 성적이 떨어졌다면 이는 학생의 변화보다는 사용하는 두뇌 부분의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학생이 변한 것이 아니라 수학이 변한 것이다. 좋은 소식은 이 고전하는 부분이 끝나면 학생의 성적은 원상태로 회복된다는 것이지만 나쁜 소식은 어떤 부분은 1년도 가고 어떤 과목은 아예 졸업할 때까지 끝나지 않고 대학까지 연속된다는 것이다. 어느 학생이 어떤 부분에서 고전을 할 것이라고 정확히 진단을 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학생들이 고전한 부분을 미리 공부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예방주사 개념이다.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 정확하게 몇 학년 때 수학성적이 떨어졌나요?
수학의 모든 단원은 명백하게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고, 여러 단원의 개념 간 의존도 또한 확립되어 있다. 예를 들면, 1차 방정식을 이해하지 않고서 2차 방정식을 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순열 계산하는 방법을 모르고 확률을 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이유 때문에 기초가 약하면 그 위에 쌓은 모든 지식이 흔들리기 마련이고, 어려운 시험은 이런 엉성한 지식을 정확하게 골라낸다.
“열심히 해도 성적이 안 올라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해를 못 하겠대요”
“하도 답답해서 공부하다 혼자 울어요” “자기가 바보라고 자학적으로 말을 해요”
전부 지금 배우고 있는 과정 이전에 기초가 흔들린 학생들의 이야기다. 계단으로 하나씩 밟고 올라가면 아무리 높은 빌딩도 올라갈 수 있다. 또 아무리 낮은 빌딩도 한 번에 뛰어 넘으려 하면 벽에 부딪쳐 쓰러지는 결과밖에 안된다. 기초가 약한 학생에게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서 보충하지 않고 엉뚱한 부분에서 방황하며 고생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학생도 실수가 좀 있을 뿐이라며 자조하며 계속 고전을 지속한다. 그래서 너무 늦을 때까지 “엄마 걱정 말아요. 나 혼자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하며 혼자 고생하며 점점 더 뒤로 처지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좀 더 실력 있는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수학 개념의 의존도를 잘 파악하고 있는 선생님만이 학생이 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그 부분을 체계적으로 복습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골프 스윙의 문제점을 전문가에게 보이면 10분이면 교정할 것을 본인이 혼자 깨닫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혼자 노력하고 마침내 깨닫는 보람을 느끼는 것이 인생교육에 아주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임은 인정하지만 우리에게는 실천할 여유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학생이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있는데 공부에 비해 효과가 없다면 한 학년만 담당하는 선생님보다는 대부분의 학년을 모두 가르쳐본 경험 있는 수학 선생님을 만나 도움을 청해야 한다. 새로 온 선생님이 이 학생을 만났을 때 몇 가지 문제를 함께 풀어본 후 문제가 생긴 과정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현재 배우는 부분은 일단 접어두고 이전 개념부터 다시 훈련시키고 이 개념이 이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한다면 제대로 된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이지영 강사
에이텐(A10)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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