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을 거대한 스케치북으로 만들고 무의식적으로 드로잉을 했다. 아무 생각없이 손이 가는 대로 선을 그어대면 선과 선이 겹쳐지며 오묘한 형상을 만들어 냈다. 마치 세포분열을 통해 증식하는 세균처럼 화면을 가득 채워나가는 선들이 튀어나올 듯 꿈틀거렸다.”
반사적 시각으로 구성한
일곱 테마의 그림과 단편소설
고정관념을 반전시켜 새로운 시각으로 이끄는 일곱 테마의 기획 소설집 <핑크 몬스터>. 소설가 김주욱의 글과 화가 양경렬의 그림이 만나 독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양경렬의 그림에는 독특한 이야기가 있고 김주욱 소설에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다. 책은 그림의 그림자를 따라가다 그림자의 대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방식을 취하는 바, 재미있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림을 읽고, 소설을 봐야 한다. 사실 그림과 소설의 만남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두 장르가 공동 작업을 하면서 역할 분담을 했거나 서로 독자성을 인정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핑크 몬스터>는 그림에 이야기를 담고 소설에 이미지를 새겨 넣는 시도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감정과 의식 세계를 주로 그리는 양경렬의 작품에서 받은 강렬한 감상을 김주욱은 <핑크 몬스터>속 일곱 편의 단편 소설로 탄생시켰다. 양경렬이 살게 되는 소설 속 주인공 ‘히트’ 삶이 그림들로 장면 장면 펼쳐진다. 양경렬의 회화가 그의 정신세계에 대한 가시화의 작업이라면 김주욱의 소설은 가시화된 회화의 내면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회화를 소설로 해석한 이번 작업은 서로 다른 장르의 창작 행위가 자신의 영역으로 전문화되면 될수록 그 융합의 지점은 깊고 다양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펴낸곳 : 온하루출판사
지은이 : 김주욱/양경렬
가격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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