펴낸곳 온하루출판사
지은이 강효백
가격 13,000원
80년대 현대사의 질곡은 ‘시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시를 도구삼아 우리는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민주화의 열망을 뜨겁게 토해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시는 은둔자의 자기위안 쯤으로 취급받으며 자본과 생계, 정치에는 등돌린 존재로 여겨지게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경희대학교 강효백 교수가 시대를 향해 토해 낸 사자후, 아포리즘과 시의 경계선에 서 있는 <꽃은 다 함께 피지 않는다>의 출간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교관으로서 25년 중국을 체험하고, 법학, 문학, 역사, 철학을 아우른 입체적 중국학 학자의 각별한 시선이 탄생시킨 한줄 철학이 명쾌하고 호쾌하다.
‘민주의 꽃은 다 함께 피지 않지만, 적폐의 목은 다 함께 베어야 한다’
국정농단과 촛불정국, 정권교체라는 역사의 한 변곡점을 지나면서, 저자는 단단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는 불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함께 ‘그래서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에 성찰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민주의 꽃은 다 함께 피지 않지만, 적폐의 목은 다 함께 베어야 한다’고 일갈하며 적폐에 대한 철저한 응징만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사없이 장편소설보다 더한 거대 담론을 담고 있는 <꽃은 다 함께 피지 않는다>는 깊고 어두운 시대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생명수처럼 흐른다. 짧은 문구들은 만나는 순간 바로 이해되지만 읽을 수록 곱씹어지는 맛이 있다. 읽는 이에 따라 잃어버린 시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다채로운 해석의 여지도 존재한다. 얼핏 냉소적으로 들리지만 결코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꽃은 언젠가 피어난다’는 믿음과 현실을 담아냈으니까. 꽃이 다 함께 피지 않는 자연의 섭리처럼 역사는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조금씩 진화하고 있음을 저자는 굳게 믿고 희망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