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전 아람누리 아람마당에 들어서자 어디선가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들어선 연습실의 문을 열자 그 소리의 주인공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의 고요함을 깨우는 여인(?)들의 수다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부르는 듯 감미로운 현악기의 어울림. 금요일 오전마다 이곳에 모여 기분 좋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박하정 방혜정(제1바이올린), 국은영 김미리 김명진(제2바이올린), 허주영(비올라), 최윤정(클라리넷, 성악), 김남희(피아노), 김혜자(첼로)씨로 구성된 ‘라온 앙상블’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3~4명이 모여 아마추어 앙상블 창단
‘라온 앙상블’은 지난 2013년 허주영씨가 주축이 돼 음악을 좋아하거나 악기 연주를 하고 싶었던 주부들 3~4명이 모여 함께 배우고 즐기는 모임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은 것이 그 출발이다. ‘라온 앙상블’의 ‘라온’은 '즐거운'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즐겁게 음악하기 위해 모인 팀의 취지와 성격을 함축하고 있는 단어이다. 30~40대 주부들로 구성된 ‘라온 앙상블’은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함께 공유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한다. “처음 우리가 아마추어 현악 동아리를 제안한 것도 능숙한 프로들의 모임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었던 만큼 초보라도 현악기를 좋아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함께 하자는 것이 목표예요.”
창단 3년 만에 3~4명에서 시작한 단원이 어느새 10여 명으로 늘어났다는 ‘라온 앙상블’. 단원들은 “라온은 순수한 아마추어 앙상블로 느리더라도 천천히 가는 것을 목표로 누구에게 보이고자 하는 연주가 아니라 서툴더라도 온전히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모임 입니다”라고 한다.
느리게 조금씩, 초보라도 쉽게 연주할 수 있도록
3~4명의 단원에서 현재 10명의 단원으로 성장한 라온. 이중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는 비올라를 연주하는 허수영씨와 최윤정씨 뿐이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악기는 배워본 적이 없다는 이들이 어렵다는 현악기를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을 알고 있다는 듯이 허씨가 말을 이었다. “할 수 있어요. 저희 목표가 즐기자는 것이기 때문에 느리게 조금씩 배워가면서 하는 것이죠. ” 허씨의 말에 연습을 위해 모인 회원들은 “처음엔 모두들 하고 싶지만 실제로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악기 그것도 현악기라니 말이죠”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모임은 아이들이 매개체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줄 알아야 한다는 요즘 엄마들의 생각대로 이들 역시 아이들이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뒷받침 했고 그 악기가 현악기였다. 아이들의 실력이 늘어가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악기 소리가 엄마들의 귀에 쏙쏙 박혔다. “나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그런 동지애(?)로 엄마들이 모였다. 그래서 ‘라온 앙상블’은 분위기가 남다르다. 서툴지만 예전 학창시절 가졌던 음악에 대한 꿈을 풀어내는 요즘이 너무나 보람되고 행복하다는 단원들. 조금씩 실력이 늘면서 용기 내어 장소를 빌려 작은 음악회도 열었고 지난해 7월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족음악회를 가졌다. 아이와 함께 하니 남편은 물론 가족의 지원도 든든하다. 이들이 용기 내어 가족 음악회를 갖는 이유도 그런 든든한 배경(?) 때문이다.
최근 ‘라온 앙상블’의 가족음악회에 대한 주변의 반응도 좋아 사기도 올랐다. 또 아람누리 아람마당에서 연습실도 제공해줘 마음 놓고 모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지난 2016년 7월 카페 뉴욕스토리에서 ‘라온 앙상블과 함께 하는 가족음악회’를 열어 엄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이들, 오는 4월에도 가족음악회를 열 계획에 들떠있다. 입단 문의 lyliliya@naver.com
미니인터뷰
음악을 전공하고 일반인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레슨을 오래 했어요. 그중에는 주부들 수강생들도 있었고요. 그러다 레슨만 하는 것보다 앙상블 동아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즐기면서 배우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요. (허주영씨)
대학교 때 그룹사운드활동을 해서 조금씩 악기들을 다룰 줄은 알지만 바이올린 배우기는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배우고 나니 평생 즐길 수 있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에 록이나 팝을 즐길 때는 아이들이 시끄럽다는 반응이었는데(웃음). 지금은 아이도 첼로를 하고 있어요. (국은영씨)
피아노는 어릴 때 조금 배웠던 적이 있고, 바이올린은 연주하고 싶었던 악기였죠. 그런 꿈을 품은 채 있다가 악기를 산 지 10년 만에 바이올린을 배우게 됐어요. 바이올린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김미리씨)
아이가 바이올린을 배우는 것을 보니 그 소리가 참 좋았어요. 아이가 음악을 하니 엄마도 알아야 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배우기 시작했는데 정말 잘 한 일 같아요. 지금은 교회 성가대에서 바이올린 연주도 하고 있답니다. (박하정씨)
전공은 음악이 아니지만 어렸을 때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어요. 바이올린은 갖고만 있었지 꺼내 보지 않고 있다가 아이 낳고 여유가 좀 생기니 다시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러던 차 앙상블 모집 소식을 듣고 참여했는데 다시 음악을 하니 즐거워요. (방혜정씨)
제 이력은 좀 특별나요.(웃음) 성악은 중학교 1학년 때, 클라리넷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했고 대학에선 작곡공부 하러 갔다가 실용음악공부를 했고 또 전혀 방향이 다른 경영학과를 다니기도 했어요. 악기는 한동안 안하다 딸아이를 바이올린을 가르치다 시작했으니 이제 제 자리로 온 것 같아요. (최윤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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