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안타깝게도 유기견 문제 또한 더불어 커지고 있다. 추운 겨울은 버려진 유기견들이 살아가기 쉽지 않은 계절이다. 대부분의 유기견들은 비닐하우스나 창고로 된 보호소에서 생활한다. 난방이나 따뜻한 온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 유기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옷일 것이다. 그 옷을 만들어 유기견 보호소에 보내는 이웃이 있어 그들을 만나 보았다.
추운 겨울 유기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옷
매주 수요일이면 파주 목동동에 있는 서영희씨 집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든다. 유기견 옷을 만들어주기 위해 모인 이들은 서씨가 돌보는 강아지들과 인사를 하고, 서로의 안부도 물으며 반가운 웃음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서영희씨의 설명에 따라 강아지 옷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재단도 하며 분주히 손길을 움직인다.
서영희씨는 유기견을 위해 옷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혼자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 자신의 사연을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네이버) 카페에 올렸다. 그의 글을 읽고 뜻을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 최근엔 5~6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임에 참여한다.
요즘 반려견을 키우는 집은 반려견을 위해 대여섯 벌의 옷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옷이 필요한 것은 따뜻한 집에서 사는 반려견이 아니라 추운 비닐하우스에 사는 유기견이라고 서영희씨는 강조한다.
“유기견 보호소에는 유독 대형견들이 많아요. 소형견들은 그나마 입양이 좀 되는 편인데, 대형견들은 입양이 어렵답니다. 그리고 소형견 옷은 기증이 종종 들어오지만 대형견 옷은 아무래도 판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가격이 비싸서 기증이 잘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서 보호소에 있는 대형견들을 위해 옷을 만들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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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도 하고 강아지 옷 만들기도 배워요
처음엔 사람들이 입던 헌옷을 재단해 옷을 만들었다. 하지만 10~15kg의 대형견들이다 보니 사람 옷 한 벌로 강아지 옷 한 벌 만들기가 어려웠다. 성인 수면바지 하나로 12kg 정도의 강아지 옷 한 벌이 간신히 나왔다. 결국 함께 동참하는 이웃들과 십시일반 비용을 모아 원단을 구입하기로 했다. 유기견 옷 만들기 취지에 동참하는 이들이 기부금도 보내줘 방한이나 방풍이 되는 기능성 원단과 누빔 원단 등을 구입해 옷을 만들게 됐다.
수요일 모임에서 서영희씨로부터 옷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엔 원단을 집으로 가져가 집에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옷을 다 완성하면 택배나 지인을 통해 행동사(행동하는 동물사랑 카페-네이버)에 전달한다. 이렇게 한 두 벌 이상 옷을 만들다 보면 강아지 옷 만들기가 한결 수월해지고, 돈 주고 배우지 않더라도 강아지 패턴과 옷 만들기 과정을 저절로 익히게 된다.
모임을 시작한 서영희씨는 20대부터 재봉틀을 사용해 자신의 옷을 만들어 입었다고 한다. 강아지를 키우고 난 후부터는 강아지 옷 패턴을 직접 그려 만들고, 반려견을 위한 맞춤옷을 주문받아 만들어주기도 한다. 주인과 반려견의 커플룩이나 특수 사이즈의 대형견 옷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서영희씨는 “젊었을 때부터 취미처럼 배워 온 재봉틀 기술을 유기견 돕는데 쓸 수 있어 뿌듯하다”며 “유기견을 돕는 손길이 많이 부족해 겨울엔 이불이나 담요를 기부하는 작은 관심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모임에 동참한 조선희씨(후곡마을)는 “집에 있는 재봉틀로 막내 딸 옷을 만들어주다가 최근엔 반려견인 토리의 옷을 만들어주고 있다”며 “모임에 오면 봉사도 하고 강아지 옷 만드는 기술도 배울 수 있어 하루를 유익하고 보람되게 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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