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동구 성석동에 위치한 구 벽제읍 성석1리 자연부락.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고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마을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요즘, 성석동 진밭이라 불리우는 마을에 전통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시니어들이 있다.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로 알려진 성석 농악 ‘진밭 두레패’가 바로 그들이다.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된 고양시 대표 풍물단체
진밭마을은 옛날 신라가 고구려로 쳐들어 갈 때 이곳을 지나다 말이 빠져서 진격을 못하고 말에서 내려 끌고 가는 소동이 벌어지자 그 때부터 이곳을 진밭이라 불리었다고 전해진다. 진밭두레패 김수정 회장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촌 부락은 옛날부터 농악과 그 모태로서 두레라고 하는 농업공동체가 존재해 왔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도 예전부터 농악과 두레가 있었습니다만 조선조 말부터 일제 강점기에 상당수 지역에서 농악과 두레가 변질되거나 소멸되었듯이 이곳 진밭에서도 농악이 잠시 동안 소멸된 적이 있었죠”라고 한다.
한 때 소멸되어 사라질 위기에 있던 진밭 두레패는 100여 년 전인 1919년 일제 치하에서 재출범하여 급격한 도시화의 진행으로 농경문화의 소멸이 진행되는 현실에서도 오늘날까지 그 단체를 보존하고 있다. 그 결과 2005년 7월 29일 성석 농악 진밭두레패가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로 지정돼 고양시를 대표하는 전통 민속예술 풍물단체로 자리 잡게 됐다.
“성석동에서는 사당골, 아랫말, 함못이, 구석말, 벌말, 진밭, 오랫골, 뒷골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마을들이 한 마을처럼 지냈어요. 우리 마을에 처음 들어온 성씨는 함정 어 씨입니다. 그 이후로 순천 김씨, 전주 이 씨가 마을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래서 진밭마을은 집성촌은 아니지만 옛날부터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이 돈독했습니다. 저만 해도 이 마을에 15대째, 전 회장이신 이계희 명예회장님은 18대째 대를 이어 살고 있어요.” 김 회장의 말대로 공동체 의식이 끈끈했던 만큼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성석동 산신제’와 논김을 맬 때 하던 ‘진밭 두레패 놀이’ 등 유대감이 강했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점차 사라져가는 공동체 의식을 찾고자 나선 것은 이 마을 60~80대 시니어들. 2005년 7월 고양시 향토문화재 제42호로 등록되기까지 진밭마을 주민들은 두레가락 원형을 복원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우렁차고 꺾임이 뛰어난 진밭 두레, 매년 정월 대보름 행사 열려
성석동에는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성석동 산신제’와 마을 민속놀이인 ‘진밭 두레패 놀이’가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어 사람들을 하나의 유대감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제는 마을 논김을 매기 위해 두레패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던 두레가락을 지키고, 해체되어가는 공동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진밭 두레패 농악은 이전 농경사회에서 품앗이를 할 때 부르던 노랫가락과 춤이 발달해 오늘에 이르렀다. 진밭 농악은 길놀이 농악, 농사소리, 농사놀이 16마당, 풍년놀이외에도 마을의 경조사 때마다 불리던 지신밟기/고사덕담, 지경다지기(집터다지기)/고사덕담과 지경소리, 상사놀이(상여운구, 회방아 다지기)/상여소리, 달구소리 등이 전해져 내려온다.
“우리 진밭 농악은 고양시 농악놀이 중에서도 우렁차고 꺾임이 뛰어나다는 것이 자랑이죠. 40여 명의 회원들 대부분 마을에서 오랫동안 두레패를 함께 했던 이들이라 장구, 북, 소리 등 각 분야의 고수들이에요. 나이는 지긋하지만 무대에 서면 그 열정이 대단합니다.” 이런 노력과 열정으로 진밭 두레패는 2013년 8월 제19회 경기도 민속예술제에 고양시 대표로 출연해 우수상을, 2015년 제 20회 경기도 민속예술제에서는 장려상과 소품상을 수상했다. 또 매년 정월 대보름 행사와 고양민속예술제, 행주문화제 승전거리 행사에 정기적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 회장 이계희 명예회장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이라 가족이나 다름이 없어요. 그런데 문제는 급격히 노령화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지요. 누군가는 이 맥을 이어가야 할 텐데 하는 사명감, 애향심에 두레패 농악을 이어가고 있는데 힘들죠. 공연 때는 70~80명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 회원들은 40명 정도밖에 안되니 매번 인원 모으기도 어려워요. 우리 전통문화에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맥을 이어나가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더 많은 공연을 펼치고 싶지만 예산이 부족해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 안타깝다는 진밭 두레패. 2017년에는 진밭 농악이 농사소리 부문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는 회원들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과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또 매주 금요일 오후 8시부터 진밭마을 마을회관에서 장구, 북, 소리 등 무료 강습도 진행하고 있다. http://cafe.daum.net/jinbart
재야 사학자 문정조 작가 『아침의 나라』 출간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는 우리 고양 땅이 원류”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가 한반도의 고양 지역 및 옛 주민들에 건설되었다.”
이런 믿기지 않는(?) 추론을 여러 사료들을 찾아 탐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아침의 나라』가 출간돼 화제다. 그동안 수메르가 한민족에 의해 건설되었다는 가설을 다룬 책은 있었지만 고양 땅 옛 주민들이 세계 최초의 문명 수메르 문화를 일으킨 주인공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그 추론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이 책의 저자인 문정조 작가는 고양시에 거주하는 재야 사학자다. 저서로는 『독일』 (데뷔작, 1984. 서울국제출판사)와 『일산 아라리』 (에세이, 2013. 북랩), 『수메르·한반도』 (2014, 북랩)이 있다.
문정조 작가는 수의학을 전공하고 신약개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가 상고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독일 바이엘 개발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할 당시 취미로 즐기던 것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독일에 가서 생활하다보니 취미 한 가지씩은 있어야 대화가 될 정도로 그런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이왕이면 좀 품격 있는(?) 취미를 즐겨보자 하다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역사 탐구에 취미를 붙였고(웃음) 시간이 날 때마다 박물관을 찾아다녔죠. 그런데 정작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데 독일 베네딕도 수도원에서는 숨이 멎을 듯한 경이로운 대 발견, 그렇게 전율이 느껴지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20세기 초 한국인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촬영해 2010년 KBS에서 방영된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정리해둔 보물급의 자료였습니다. 이번에 발간한 『아침의 나라』는 TV에서 방영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따온 것이죠.”
『아침의 나라』는 이전 책들인 『일산 아라리』, 『수메르·한반도』의 완성본이다. “독일에서 귀국 후 국립암센터 암 관련 신약연구원으로 오면서 고양시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고향은 전남 구례지만 고양시에 오래 살았으니 이곳이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고 그만큼 지역 역사에 관심도 많습니다. 그래서 고양 땅의 시원을 연구하다보니 가와지볍씨가 발견된 대화동에서 살았던 가와지 농민들이 BC 2000~2500년 경 추위를 피해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수메르 지역에 정착해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추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문 작가는 이러한 가설을 떠받치는 네 가지 핵심적인 근거를 과거 연구원 출신답게 논리적이고 타당성 있게 제시한다. 첫 번째는 고양 벌에서 발견된 즐문토기 등 유물들이 수메르의 것과 형태가 유사하다는 것, 두 번째는 수메르 점토판에 적힌 농사법이 바로 고양 벌의 관개농법과 일치한다는 것, 세 번째는 검은 머리와 청회색 토기, 참기름과 마늘을 먹는 음식문화, 순장문화, 씨름 등의 유사한 생활상이 많다는 것, 마지막으로 수메르어와 한국어는 언어체계가 같은 교착어에 속한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상고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우리는 상고사를 연구하는 이들도 없고 관심도도 낮아요. 사실 상고사는 고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개연성 있는 상상을 전개하기 위해 서사시라는 형식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고양 벌이 수메르 문화의 원류라는 놀라운 추론을 보다 더 쉽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문정조 작가. 그는 앞으로 그 추론에 대한 명쾌한 근거들을 언젠가는 후학들이 더 명확하게 찾아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