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학입시의 대세가 되면서 대학을 진학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졌다. 대학에서는 수능 성적만으로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재능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특기자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특히 예체능 방면이나 문학적 재능을 가진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졸업을 앞둔 저동고 3학년 이정화 학생은 문학 특기자 전형으로 명지대 문예창작과에 합격했다. 학업에 대한 부담 대신 문학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에 합격한 이정화양을 만나보았다.
순수문학 공부하고 싶어 문창과 진학
글쓰기는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운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기도 한다. 정화양은 초등학교 시절 유독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방과 후 학교 도서관에 늦은 시간까지 남아 일기처럼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글들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중학교 때 예고 문창과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정화양의 표현대로 ‘멘탈이 깨지는’ 경험을 한 후 일반고에 진학해 고1 때부터 다시 책 읽기에 매달렸다. 1학년 때는 시집과 소설책을 읽으며 책에 빠져들었고, 2학년이 된 후 다시 대학 문창과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순수문학에 관심이 많아 문창과에 진학하고 싶었어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살피던 중 문학 특기자 전형을 알게 됐죠. 학업보다는 문학책 읽기에 많은 시간을 보냈던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싶어 그때부터 한우물만 파기 시작했어요.”
2학년 여름방학 때부터는 본격적인 입시준비로 시를 읽고 분석하며, 필사하는 과정을 되풀이 했다. 매일 한 편 이상의 시를 쓰고 다른 시인의 작품을 10번 이상 필사했고, 시집 1권과 소설책 1권 읽기를 꾸준히 하며 실력을 쌓았다. 특히 전국 단위의 문학 대회에 꾸준히 작품을 공모했다. 공모전 수상 경력은 문학 특기자로 대학에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수시 지원을 하기까지 20여회 넘게 대회에 참가했고, 춘우 청소년 문학상 대상과 전태일 청소년문학상 이사장상 등 큰상을 타기도 했다.
전태일 청소년문학상 시 부문 이사장상 수상
정화양이 고등학생 자격으로 참가한 마지막 공모전은 바로 전태일 청소년문학상이었다. 이 대회에서 시 부문 이사장상을 수상하며 고교시절을 뜻 깊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3 때 입시 공부를 하며 피폐해져 가는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저는 공부 대신 제가 하고 싶은 문학에 매달려 시간을 보냈지만 공부를 기계처럼 반복하며 지쳐가는 친구들을 보니 안타까웠죠. 그 마음을 담아 시를 써둔 것이 있었는데 전태일 청소년문학상의 취지와 맞는 듯해 5~6회의 퇴고를 거쳐 시를 완성했죠.”
정화양은 전태일 청소년문학상에 ‘지하 공장에서’와 ‘떠난 사람들’, ‘이방인’ 등 총 3편의 시를 출품했다. 3편 모두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꿈과 더 멀어지는 지하 공장과 사람들이 떠나간 소금 길이 있었던 염리동,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적 언어로 표현해 냈다. 작품을 공모하며 정화양은 <전태일 평전>에서 읽은 인상 깊은 구절 또한 함께 기록해 제출했다.
“어떠한 인간적 문제이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 가져야 할 인간적인 과제이다.”(전태일 평전-1969년 12월 31일 일기에서)
요행 없이 묵묵히 노력해야 결과 나와
정화양은 다양한 수상경력을 바탕으로 경희대와 동국대, 단국대, 숭실대, 명지대, 동덕여대 등에 수시지원을 했고, 그중 숭실대와 명지대, 동덕여대에 합격했다. 학교를 최종 선택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주위의 어른들은 대부분 숭실대를 추천했다. 하지만 정화양은 자신의 의지대로 숭실대 대신 명지대를 선택했다.
“숭실대에 진학하면 저도 모르게 취업 준비를 하게 될 것 같았어요. 처음부터 문창과에 진학하고 싶었던 이유가 글을 쓰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인데 작가의 길 대신 사회인의 길을 걷게 될까봐 고민이 됐죠. 내가 추구하는 문학을 더 깊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 순수문학을 좀 더 강조하는 곳이 어딜까 고민하다 명지대를 선택했어요.”
정화양은 지금까지는 시를 쓰는 일에 집중해왔지만 대학 진학 후에는 소설 쓰기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시와 소설을 권투에 비교하며 “잽을 계속 날려 사람을 쓰러뜨리는 게 소설이라면 훅으로 한방에 쓰러뜨리는 것이 시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문학작품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같이 문학 특기자를 계획 중인 후배들에게 다음 같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어느 선배로부터 ‘글 쓰는 사람은 요행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지금 돌이켜 보니 선배의 말이 정말 맞더라고요. 글쓰기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자신의 노력보다 더 큰 것을 바라지 말고 열심히 읽고 쓰다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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