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사동 골목길에도 공방과 카페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또 하나의 문화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식사도서관 앞 골목길에 위치한 우드버닝 공방 ‘헨앤콕’도 그런 곳 중의 하나. 우드 버닝은 끝이 달구어진 인두를 가지고 나무를 태워가며 그림을 완성하는 공예 작업이다. 손끝을 움직일 때마다 나무에 그려지는 아트에 푹 빠진 ‘헨앤콕’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버닝 펜을 움직일 때마다 동화 속 인물이 나무 위에~
우리나라에 ‘버닝(Burning)’이 알려진 것은 불과 5~6년 남짓이다. 실용성과 작품성이 잘 접목된 외국의 버닝이 들어오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버닝 아트는 이미 우리에게 낯익은 예술이다. 중년 이상의 연배라면 예전 수학여행 길에 기념품으로 인기를 끌던 ‘인두화’를 기억하리라. 지금의 우드 버닝 작품에 비하면 어설프지만 지역의 명승지나 명언을 새겨 넣은 인두화 한두 개쯤 집안 어딘가에 걸려 있곤 했으니 말이다.
우드 버닝은 말 그대로 달군 버닝 펜을 붓 삼아 매끈한 나무를 태워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최근에는 전기만 연결하면 한손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휴대가 편하며 세밀화나 글쓰기 등 섬세한 작업을 하기에도 적합한 버닝펜(Burning pen)과 버닝펜팁(Burning pen tip)을 이용해 새로운 버닝 아트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지난 목요일 나무와 교감하는 매력에 푹 빠진 우드 버닝 공방 ‘헨앤콕’을 찾았다. 공방 문을 열자 은은한 나무향이 풍기는 이곳, 작지 않은 공간의 3벽을 꽉 채운 우드 버닝 작품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피아노가 놓인 벽면엔 나무에 그려진 브람스, 베토벤, 슈베르트 등 중세 작곡가들이, 또 한쪽 벽면에는 동화 속 주인공인 빨강머리 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모든 작품을 만든 주인공은 ‘헨앤콕’ 공방지기 박성숙씨.
그는 유아를 대상으로 교구놀이 어린이집을 10여 년 간 운영하다 우연히 ‘우드 버닝’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남편이 퇴직 후에 목 공방을 하는 것이 꿈이에요. 그래서 요즘 일산 목 공방에서 목공 일을 열심히 배우고 있거든요. 남편이 목공을 배우면서 우연히 우드 버닝을 접하게 됐는데 제게 배워보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집 꾸미고 오밀조밀 무엇이든 만들기 좋아하는 걸 보고 제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추긴 것이 시작이죠.(웃음). 예전부터 유화나 아크릴 화를 한번 배워보고 싶었는데 우드 버닝도 그림을 그리는 소재만 다를 뿐 같은 작업의 연장선이란 생각에 시작했죠. 지금은 정말 잘 한 선택이라 만족스럽고 행복해요.”
건 도마, 수납 박스, 트레이 등 소품부터 서랍장까지 실용성 강한 아트 작업
다른 공예에 비해 ‘우드 버닝’은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업이다. “아직 주부들에게 낯선 공예이긴 하지만 용기를 내 공방 문을 연 건 남편의 도움이 컸어요. 남편의 꿈이 은퇴 후 목공방을 하고 싶어 했거든요. 이제 그 시기도 얼마 남지 않은 터라 요즘 일산목공방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는데 공방에 있는 액자나 서랍장, 트레이 등 반제품은 모두 남편이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수탉과 암탉이라는 ‘헨앤콕’이란 재미있는 공방이름도 동갑나기 닭띠부부를 의미하는 것이란다.
‘헨앤콕’ 공방에서는 현재 체험반/취미반/홈 클래스 창업반/자격증반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나무가 타면서 나타나는 색감, 느낌, 향이 참 좋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우드 버닝의 또 다른 매력은 작업 공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고 버닝 펜이나 전기인두기 그리고 나무만 있으면 누구나 버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도마, 수납 박스, 시계, 트레이, 커피 홀더 등 소품부터 서랍장 등 큰 작품까지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나만의 아트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인기다. “태울 수 있는 재료는 어떤 것이든 버닝이 가능하지만 주로 삼나무를 사용해요. 삼나무는 성질이 물러 보다 작업이 쉽기 때문이죠. 또 요즘 주부들의 잇 아이템인 건 도마(빵, 치즈 용)는 단단한 자작나무가 좋고요.” 박성숙씨는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작품을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버닝펜을 이용해 여러 종류의 나무를 태우면서 각각의 나무가 탈 때 버닝 펜을 통해 느껴지는 손의 감각, 향, 타는 색감 등을 충분히 느끼고 익혀서 점차 작품으로 옮겨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우드 버닝 공방’ 만이 아닌 동네 작은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길~
우드 버닝 뿐 아니라 요리솜씨도 좋은 박성숙씨는 헨앤콕 공방 한 쪽에 마련한 작은 바를 마련해 천연재료만으로 만든 약식과 원두커피도 제공하고 있다. 가끔 몇 가지 재료만으로 뚝딱 만들어내는 피자 등 간단한 먹 거리는 수강생들에게 인기 만점. “우드 버닝 작업이 주된 작업이지만 사실 헨앤콕을 열 때부터 꿈이 있었어요. 수강생 중에는 다른 재주를 가진 사람들도 많고 또 공방을 연 이후 그런 분들과 인연이 닿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헨앤콕을 다양한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사랑방으로 오픈하고 싶어요. 그런 인연으로 만난 분들이 헨앤콕에서 손바느질 수업도 진행하고 있고, 매월 음악회도 진행하고 있고 가끔 요리강좌도 열린답니다.” 박성숙씨는 앞으로 ‘헨앤콕’이 남편과 함께 하는 나무 작업공간이자 누구나 아트를 즐기고 배우고 감상할 수 있는 작은 문화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헨앤콕 수강 문의는 http://m.blog.naver.com/hen-n-cock, 070-4179-7166
미니인터뷰
파주 한빛마을 3단지에서 ‘뉴메이’(blog.naver.com/newmay/candle, 인스타 @newmay/candles)라는 양초공예 홈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연히 우드 버닝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헨앤콕을 찾게 됐죠. 제 수업하랴 또 배우랴 바쁘지만 만족도는 100% 이상이에요. 너무 재미있어요. 이곳에서 배우고 요즘은 ‘뉴메이’에서 우드 버닝 수업도 한답니다. 말하자면 ‘헨앤콕’ 파주지사라고 할까요(웃음). -문아영씨
저는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보고 호기심에 들렀다가 원데이 클래스를 듣게 됐어요. 벽에 걸린 ‘빨강머리 앤’ 우드 버닝 작품을 보고 반했죠. 앤의 귀여운 모습뿐 아니라 동화 속 다양한 캐릭터들이 그려진 작품이 많아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어요. 저는 왕초보라 컵받침을 만들고 있는데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게 앞면엔 그림을 그리고 뒷면에는 짧은 메시지를 써 넣었는데 만들고 보니 선물로 주기 아깝네요. -유재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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