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남자주인공의 활 쏘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갑자기 활쏘기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우연히 찾게 된 용인의 활 쏘는 동호회 ‘활바라기’. 마침 주말에 용인농촌테마파크에서 활쏘기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고 해서 한걸음에 달려가 보았다.
국화꽃축제에 마련된 활쏘기 체험 부스
국화꽃축제가 한창인 용인농촌테마파크에는 볕 좋은 가을날 소풍을 나온 입장객들이 꽤 많았다. 아름다운 꽃길과 국화꽃축제 현장을 지나 꽃과 바람의 정원으로 올라가니 ‘활바라기’가 마련한 전통 활 만들기 체험과 활쏘기 체험장이 나타났다.
‘활바라기’ 동호회원들이 일반 회원들을 대상으로 활쏘기 체험을 지도해주고 있었고, 한편에 마련된 평상에서는 아빠와 아이들이 활 만들기 체험으로 목궁에 사포질을 하고 있었다.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활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알고 보니 전시품이 아니라 ‘활바라기’ 동회회원들의 활이었다. 잠시 후 동호회원들이 활을 하나씩 집어 들더니 활쏘기 시연회에 들어갔다. 과녁을 향해 일렬로 서서 활을 쏘는 모습이 멋있었다. 시연회의 하이라이트는 회원들이 순차적으로 서서히 달리면서 활을 쏘아 풍선을 명중시키는 것이었다. 우리가 주로 봐왔던 정자세로 과녁을 향해 활을 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역동적이었다.
처인성 활터를 추진 중인 활바라기 사람들
‘활바라기’는 자유로운 활쏘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원래는 ‘경기아쳐스클럽’에서 활동했었는데, 마땅한 활터가 없어서 힘들어하던 차에 오세정 회장(52·용인)이 용인 남사에 있는 농장을 활터로 개방해 이곳을 근거지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어 ‘활바라기’로 독립을 했다고 한다. 현재 ‘활바라기’의 정회원은 40여명인데 반 정도가 용인사람이며, 서울, 파주, 문산에서도 오는 범수도권적 동호회로 운영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처인구청으로부터 진위천 하천부지를 허가받아 ‘처인성지킴이 활바라기’ 임시 활터로 사용하고 있다.
“용인의 처인성은 고려 19년 몽골의 침략에 맞서 김윤호가 천민들을 모아 결사항쟁을 펼쳤던 곳으로 활과 연관이 많죠. 이런 처인성의 정신을 이어받아 역사적인 사실과 활쏘기 문화를 접목시켜 용인의 문화재를 알리고, 활쏘기의 대중화를 모색해보고자 ‘처인성 활터 건립 추진 및 활쏘기를 통한 문화재 활용방안’을 용인시에 제안했습니다”라고 오 회장이 말했다.
양궁과 국궁, 일반인들이 취미로 즐기기 어려워
“대한민국 양궁은 금메달리스트를 키워내는 엘리트 교육 위주라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힘듭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 쏘긴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 양궁을 즐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반면, 외국은 아쳐리 클럽이 많아서 누구나 활쏘기를 배울 수 있고, 클럽에서 우수한 사람이 국제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죠. 실력은 떨어지나 진정한 활 마니아들이죠.” 오 회장의 날카로운 지적이다. 우리나라 전통 활터인 국궁장은 전국에 백여 곳이 있지만, 어르신들 위주라 일반인들의 국궁 진입도 만만치 않다. 145m 원거리 과녁은 일반인에게 너무 멀고, 국궁장을 사용하려면 협회에 가입해야해 경제적인 부담도 있다. 그래서 ‘활바라기’는 개방적이면서 자유로운 활쏘기 문화를 지향한다. 회원들 각자가 원하는 활이면 어떤 것이든 허용하고, 단거리 동사(움직이는 과녁에 동적인 활쏘기)라는 전통적인 실전 활쏘기도 시도하고 있다.
매력적인 활쏘기, 그들이 활을 쏘는 이유
오늘 활쏘기 시연회에서 홍일점이었던 박신정(36·용인)씨는 지난해 지인을 따라 활바라기 활터에 따라왔다가 흥미가 생겨 처음 활을 잡아봤다고 한다.
“과녁을 향해 활을 쏘는데 승부욕이 생기면서 재미있더라고요. 동호회가 가족적인 분위기라 좋고요, 제가 허리가 아팠는데 활을 쏘면서 바른 자세를 갖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요즘은 주말마다 활터에 활 쏘러 가는 것이 낙인데, 여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취미인 것 같아요.”
김도현(49·예천) 관장은 궁도지도사로서 아이들에게 활쏘기를 가르치고 있다. “활쏘기는 정신집중력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침착한 성격을 갖게 하기 위해 활쏘기만한 게 없죠. 또 활을 쏘면 근력이 좋아져 몸이 약한 아이들이 건강해지고요, 먼 거리 과녁을 조망하기 때문에 시력에도 매우 좋습니다.”
이재윤(25·서울)씨는 영국 유학시절 활을 처음 접했는데, 지금은 국내에 거의 없는 영국장궁을 쏘고 있다. “재료를 직구해 화살에 깃털도 달고, 비단 줄도 감고, 오늬 세공도 직접 합니다. 한국에 와서도 취미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다 동호회 덕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오세정(52·용인) 회장은 활을 쏠 때 지켜야할 자세인 ‘집궁제 원칙’ 중 하나인 ‘발이부중 반구제기(發而不中 反求諸己)’ - 화살을 쏘아서 맞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다시 살핀다-는 일상을 살면서 꼭 필요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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