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본안과 민경협 대표원장(안과 전문의)는 개원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의료봉사를 해오고 있다. 안과 의사로서의 보람과 소명 의식은 의사의 길을 결심한 그 순간부터 변함이 없었다. 세상의 빛, 환자의 눈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안과 의사. 민경협 원장을 만나봤다.
#과학수학 #자연과학대학 #진로변경 #의대진학
민경협 원장은 의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릴 때부터 의사를 꿈꾸던 아이는 아니었다고. 대신 전형적인 ‘이과 스타일’의 학생이었다고 말이다.
“학창시절에는 과학과 수학 과목을 워낙 좋아해서 ‘찾아서 공부’하는 학생이었어요. 대신, 암기과목은 상대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공부할 땐 벼락치기 공부로 겨우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자연과학대학의 학과를 진학하려 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을 계속 공부하기 위한 제 나름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재수 시절을 거치면서 저와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고 생각한 친구와 선배들이 의예과 진학해 만족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때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의예과에 가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진로를 의예과로 바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의예과와 의대(의학과. 또는 본과) 생활은 상당히 다른 것인데 말이죠.”
#예과시절 #의학과(본과)시절 #방대한공부량
계기야 어떻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격려를 받으며 입학한 의예과는 ‘꿈꾸던 곳’이었단다. 고등학교 공부의 연장선에서 ‘찾아서 공부하는 즐거움’이 컸던 시기였다고.
“예과 시절 물리, 생물, 유기화학 공부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학점은 백분위 등수가 아니라 절대평가 성적만 받으면 되니, 압박감보다는 즐겁게 공부하고 재미있게 예과 시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2년 후 의학과로 옮기니 완전히 다른 환경이 펼쳐졌습니다. 우선, 수업 시작과 종료 시각이 모든 학생에게 같았어요. 등교할 때 앉은 좌석에서, 번갈아 들어오신 교수님들이 속사포처럼 강의하는 생소한 용어들을 거의 외워야 했고, 그 분들이 쏟아내는 방대한 내용을 자습으로 메꾸려면 익숙하지도 않은 원서를 수십 장씩 읽어야 했기 때문에, 딴 생각할 겨를이 없었죠. 예습은 언감생심, 매주 치르는 시험 준비에 혼쭐이 났을 때였으니까요.(웃음)”
끝없는 공부에 지칠만도 하건만, ‘의대생 민경협’은 ‘슬기로운 의대생활’의 비법을 깨우쳤나보다.
“의학과 시절을 떠올리면 고등학교 때 학교 내신과 수능을 준비할 때보다 몇 배는 고된 나날이었습니다. 하지만 학기가 지나면 방학은 찾아오니까. 방학 때 친구들과 우정 여행도 다니고 탐험도 하며 추억도 쌓았습니다. 또다시 공부에 매진할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었죠.”
#의학과 #고학년 #병원실습 #보람
의학과 고학년이 되면 병원 실습이 시작된다. 민경협 원장은 ‘흰 가운과 청진기 그리고 여러 자루의 펜이 필수 아이템’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언제 빨리 적어야 할지 모르고, 갑자기 펜촉이 망가지는 순간이 닥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니 더더욱 그랬을 터.
“실습을 할 때 구겨지지 않은 말쑥한 가운을 걸치고 입원한 환자들을 찾아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증상을 물어보면, ‘베테랑 환자’ 분들은 제가 실습 학생임을 금방 알아채더군요. 당시에는 티 내지 않으려고 애써 가며 환자와 소통하고 최선을 다해 도우려 노력했지만, 실제로는 환자가 학생을 돕고 있었어요. 더 나은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말이죠.”
병원 실습을 거치면서 더 많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만큼 보람도 컸단다.
“당시 마취와 수술을 참관한 후에, 병실에서 깨어난 환자와 보호자를 빨리 찾아가 좋은 수술 결과를 귀띔해드리는 ‘희망의 전령’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보람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정신의학을 공부하고 실습하면서 환자 혹은 타인뿐만 아니라 나의 인격과 행동을 메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었어요. 그것이 가장 큰 배움이 아닐까합니다.”
#의사국가고시 #인턴 #레지던트 #안과전공
민경협 원장은 의사국가고시를 마치고 의대를 졸업하면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실습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의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때부터 또 다른 배움이 시작됩니다. 환자의 상처를 소독하면서 증세의 원인을 추적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지만, 실수도 하는데 저 역시 그랬습니다. 작은 병원 응급실에서 파견 근무 중이던 여름밤이었어요. 만취한 어르신이 넘어져 얼굴과 이마에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어디서 다쳤는지 기억 못하시는 분을 구조대원에게 인계받은 상황이었죠. 당시 응급 봉합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떨면서 지혈과 봉합을 했지만, 다음날 아침 저의 처치에 오류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인턴 시절의 실수 이후 의사로서 더더욱 신중히 치료해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레지던트 과정을 밟으면 ‘안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안과는 ‘빛을 다루는 물리적 성격이 강한 과목’입니다. 안과 선택은 ‘일종의 다른 세계를 여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의학적 배움’에 나름대로 노하우가 쌓였지만, 안과 의사만이 지니는 섬세함과 심지어 ‘쪼잔하기까지(?) 한’ 정확성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안과학 전공은 그 섬세함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부족한 수면 탓에 내려오는 눈꺼풀을 밀어 올리는 능력도 배웁니다.(웃음)”
전공 선택 이야기를 이토록 ‘안과스럽게’ 터놓다니, 역시 베테랑 안과 전문의답다.
#안과 전문의 #개원10년 #해외의료봉사
안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후에 3년여의 군복무와 봉직의사 생활을 끝내고 안과를 개원한 지 어언 10년. 민경협 원장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도 지금까지 의료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레지던트 시절에 태풍 수해지역으로 의료봉사를 갔습니다. 당시에는 경험도 부족했고, 변변한 검사 기구도 없어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집을 잃고 마을회관에 모여 숙식하던 할머니들께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었죠. 안과를 개원한 이후에는 캄보디아, 몽골, 필리핀, 타지키스탄에 수차례 의료봉사를 다녀왔습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것도 벅찰 텐데, 저 멀리 타국까지 가서 지속적인 의료봉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의 남다른 의료 철학과 안과의로서의 소명 때문이리라.
“보람을 좌우하는 주된 요인은 능숙한 의료진과 장비를 얼마나 충실히 갖추었느냐에 달렸어요. 안과 도구를 이동하고 설치해서 진료와 수술을 하려면 시간과 협동 에너지가 꽤 필요한데, 만약 충분한 인력과 시간과 장비를 구비한다면 봉사지역 사람들에게 상당히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내장으로 인한 실명은 거의 없지만, 의료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서는 백내장이 실명을 일으키는 큰 원인입니다. 다시 말해 능숙한 의료진과 장비만 있다면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한 병이란 뜻이죠. 여러 해 전에 어린 딸의 손에 이끌려 진료실로 들어선 타지키스탄 여성이 있었습니다. 눈동자의 색깔은 달랐지만 모녀의 눈매가 몹시 닮았고 점차 어두워지던 시력을 근심하던 눈빛을 읽을 수 있었어요. 백내장 수술 후 한쪽 눈이라도 잘 보이는 것에 몹시 감사해했고, 이듬해 남은 반대쪽 눈을 수술받고 싶다고 진료실에 들어올 때는 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들어와 몹시 반가웠어요. 이런 의료봉사의 보람은 의사 홀로 만들어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과의직업병 #의사의길 #청소년조언
민경협 원장은 ‘안과 의사의 직업병’에 대해 언급했다. 하나는 진찰실에서 발휘하는 극도의 섬세함과 꼼꼼함(앞서 그는 ‘쪼잔함’이라는 표현으로 극한의 세밀함이 필요함을 역설했다),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목과 어깨 통증이란다.
“저도 두 증세를 모두 겪지만, 주어진 어려움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다독입니다. 모든 직업은 경제적, 심리적 만족의 통로이면서, 육체의 활력과 시간을 사용하고 지혜를 쌓아가며 성장하는 배움의 과정입니다. 의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안과 의사가 되기 위해 갖추길 바라는 자질’입니다. 끊임없는 학습능력과 성실성도 중요하지만, ‘타인에 대한 호기심(외향성)’이 더 중요합니다.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서 즐겁게 친절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모든 의사에게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자질입니다. 의사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이므로 멘탈 관리 즉, 자신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 스스로 원하는 감정으로 움직이는 사람인지 잘 생각해보고 진로를 선택하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안과 전문의로서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의 근시 발생률이 급증하여 현재 세계 최고입니다. 예방이 무척 중요하지만 교육과 IT산업이 중요한 우리 환경이 예방을 어렵게 합니다. 저는 10년 전부터 어린이 드림렌즈를 전문으로 처방하고 있지만, 눈이 건강한 청소년들이 앞으로 많아져서 근시를 치료하는 렌즈가 필요 없어지기를 소망합니다.”
민경협 대표원장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신촌세브란스병원 수련의·전공의,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전문의를 거쳐 서울병무청 안과 전담의, 분당연세안과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 외래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연세본안과 이성준 원장과 공동 대표원장을 맡고 있다.
‘강남서초 전문의를 찾아서’는 의학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의대 시절부터 진료 현장까지 현직 의사로서의 생생한 경험담과 조언을 담고자 합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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