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수지구 상현동 광교산 자락에 자리를 잡은 용인 매봉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01명밖에 안 되는 도시 속 작은 혁신학교다.
이곳에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전래놀이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를 듣고 찾아가 보았다.
전래놀이로 관계 맺는 부모교육
‘전래놀이 수업’의 시작은 지난해 매봉초 갈민정 교사가 주축이 된 부모교육이었다.
“제가 평소에 놀이치료에 관심이 많았는데, 작년에 연구년 주제로 부모교육과 전래놀이를 접목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추진력 있는 갈민정 교사는 용인시 마을공동체 평생교육 사업에 ’전래놀이로 관계 맺는 훈육과 부모교육’이라는 주제로 지원해 예산을 얻었고, 45시간의 부모교육을 진행했다.
20여 명의 매봉초 학부모가 15시간의 부모교육과 전문 강사의 30시간의 전래놀이 교육을 이수했는데, 20명 전원이 전래놀이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교육과정 중 1~6학년까지 팀을 구성해 실습수업을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학부모들이 본인 자녀에게만 관심을 두더니 갈수록 전체 아이들을 돌보고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더군요. 교사에 대한 시각도 많이 달라지셨죠”라고 갈 교사는 말했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전래놀이 수업 제안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끝나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교육을 받았던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학부모회와 함께 전래놀이 수업을 운영하겠다고 학교에 제안한 것이다.
장혜정 학부모회장은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기 등 혼자 하는 놀이에 익숙하죠. 그런데 전래놀이는 함께할 수 있는 공간에서 협력과 양보, 배려 능력을 키워줍니다. 특히 부모세대가 어릴 적 경험해본 놀이의 기억을 되살려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은 거 같아요”라고 놀이수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매봉초는 혁신학교라 블록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80분 수업 후 30분의 놀이시간이 오전에 1회 주어진다. 이 시간을 활용해 작년 겨울부터 월 1~2회 학부모가 운영하는 전래놀이 수업을 진행했다. 놀이수업 참여하는 학부모는 15명 안팎으로 세 개의 놀이교실에서 교실당 4명이 진행한다. 올해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전래놀이’로 용인교육청 학부모지원사업에 공모해 예산도 확보했고, 그 예산으로 재료비를 충당하고 있다.
잘 놀아야 잘 크는 아이들
올해 매봉초의 6번째 전래놀이 수업이 있던 날. 세 개의 빈 교실 바닥에는 다양한 전래놀이 판이 그려져 있었다. 놀이시간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익숙한 듯 전래놀이 교실로 찾아들었고, 70여 명의 아이가 혼란 없이 자신이 원하는 놀이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미 놀이방법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 곧바로 놀이가 진행됐고, 뒤늦게 합류한 친구에게 놀이법을 서로 알려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부모세대에게도 익숙한 사방치기가 인기 높았는데, 자기 순서가 되자 실내화를 벗고 날렵한 몸놀림으로 바닥 번호를 짚어가는 아이와 순서를 기다리며 응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즐겁게 어우러졌다. 옆에서는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달팽이놀이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나선형의 놀이판에서 편을 나누어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환호하며 흥겨워했다. 옆 교실에서는 엄마들도 함께 참여하며 8자 놀이와 복불복 윷놀이가 신나게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전래놀이를 낯설어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전래놀이를 하면서 특별한 도구 없이 스스로 노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어요. 학년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도 보이죠. 전래놀이를 하며 30분간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니 이후 공부시간 효율도 높아졌다고 해요.”
잘 놀아야 잘 크는 아이들.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매봉초의 전래놀이 수업이 오래가기를 바란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