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현관문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짖기 시작하는 반려견.
너무 핥아 피가 날 정도로 자신의 꼬리를 (오버)그루밍하는 반려묘.
낯선 사람만 보면 짖고 물려고 하는 반려견.
지켜보는 보호자도 힘들지만, 가장 힘든 것은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개와 고양이들. 반려동물이 받는 스트레스와 고통은 보호자의 생각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런 문제행동은 행동치료를 하지 않으면 교정이 힘들고, 또 스스로 자제도 안 되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치료를 맡기는 것이 우선이다.
국내 최초 반려동물 행동치료 전문 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 이혜원 원장은 “반려동물의 행동문제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그 원인을 파악해 문제 행동 교정을 위한 행동치료와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도 병행해 문제 행동을 치료하게 된다”며 “모든 병이 그렇듯 반려동물들의 분리불안, 공격성, 강박증 등도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예후가 좋은 만큼 이상증세를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적극적인 행동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독일 뮌헨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동물복지 관련 논문으로 박사(동물복지 및 행동수의학)학위를 취득, 현재 건국대와 강원대 수의과대학에도 출강 중인 이 원장. 그가 행동치료 전문 동물병원을 개원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반려동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다.
“동물복지와 동물행동은 결국 연관되어 있습니다. 동물들 삶의 질이 행동으로 많이 분석되거든요. 문제를 일으키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반려동물들이 어떤 이유로 불안하고, 무섭고, 늘 긴장상태에 살아야 한다면 그 삶이 얼마나 힘들까요.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고통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게 하는 것이 우리 병원의 목표입니다.”
다른 과목의 진료는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행동치료’만 진행하는 잘키움행동치료동물병원. 다른 진료를 할 수 있는 설비 자체가 없어 내원 전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받아오길 안내하고 있다.
대신, 행동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넓은 공간(훈련장)을 마련했다. 분위기 역시 다른 동물병원과 사뭇 다르다. 개와 고양이, 그리고 보호자들로 붐비는 여느 동물병원 달리 이곳은 단 한 마리의 반려동물만을 위한 병원인 듯 느껴진다.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행동문제의 가장 많은 유형은 분리불안과 공격성, 그리고 강박증. 처음 내원하면 증상에 대한 1시간 30여 분간의 문진을 진행하며, 반려동물의 반응 측정 검사를 함께 실시하기도 한다.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과거경험, 병력(건강생태) 등 반려동물의 세부적인 모든 것들을 물어보며 객관적 시선으로 행동분석을 한 후 맞춤형 치료플랜을 제시합니다.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도 병행하는데,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행동 교정을 위한 가정에서의 꾸준한 교육이죠. 정기적인 재진을 통해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체크하고 개선사항 등을 관리합니다. 반려동물의 치료기간은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가정에서 정해진 시간과 방법으로 훈련에 집중하고 약도 잘 먹인 경우 치료도 빠르다는 것입니다.”
동물복지와 행동치료에 대한 이 원장의 관심은 행동장애를 예방하는 퍼피클래스 진행에 이어졌다.
퍼피클래스는 문제행동 예방 목적의 보호자 대상 교육으로 생후 2~16주까지의 강아지와 보호자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
이 원장은 “강아지의 사회화 시기는 생후 2주부터 12 또는 16주까지인데 그 시기에 강아지가 다양한 경험과 교육을 받지 못했을 경우 여러 문제 행동으로 발현될 수 있다”며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는 방법이나 처음 접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등 한 마디로 ‘문제 행동의 예방접종’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매주 토요일 총 4회로 진행되며, 소형견과 중·대형견 수업으로 나눠 진행한다.
아울러 반려동물 돌봄서비스도 제공한다. 반려견을 믿고 맡길 곳이 없어 난처했던 많은 보호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 특히 사회성이 부족해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반려견도 호텔장이 아닌 병원 내 훈련장에서 맘껏 뛰놀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럽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훈련장을 함께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 마리씩 번갈아가며 개별적으로 훈련장을 이용하는 시스템. 최대 4마리까지 돌봄 서비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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