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작업의 재미와 의미를 재발견하는 ‘이루다손’은 서울시 마을예술창작소로 선정돼 3년 째 운영중이다. 만드는 손, 가꾸는 손, 그리는 손, 나누는 손을 좌표 삼아 여러 방면으로 성장해 나가는 송파구 3040 여성들의 아지트를 찾았다.
습식수채화 시간. 물에 흠뻑 적신 도화지에다 빨강, 노랑, 파랑 천연물감이 만들어 내는 은은한 색감에 붓질을 더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든다. 사람의 심리 상태 따라 색상과 형태가 달라지며 치유 효과까지 있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예전부터 꼭 배우고 싶었던 미술 장르였어요. 하면 할수록 매력적이고 재미있어요.” 이루다손과 꾸준한 인연을 맺고 있는 한 수강생이 말한다.
수공예 강좌, 스터디 모임 꾸준히 개설
가락동 건너말공원을 정원처럼 품고 있는 아담한 카페 ‘심지’는 이루다손의 아지트다. 습식수채화, 발도로프인형, 천연화장품 만들기 같은 수공예 강좌가 꾸준히 열린다. 그동안 작업한 헝겊 인형, 실 뜨개, 모빌, 헤어 액세서리, 천연화장품 같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강의를 통해 친해진 수강생들이 따로 카페에 모여 꾸준히 솜씨를 연마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아리 모임이 조직된다. 기초부터 시작해 고급 과정까지 마친 수강생들은 강사로 변신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아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어린이 습식 수채화, 이야기 책 읽기 모임이 대표적이다.
수공예 강좌 외에 책 읽기, 어학 스터디 같은 자발적인 소모임 활동도 꾸준히 열린다. 프랑스어 스터디 모임이 꾸준히 열렸고 최근에는 영어 스터디를 운영중이다. 회원들끼리 교재를 정해 문장을 암기한 후 돌아가며 발표하거나 함께 역할극을 하는 방식으로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 어학을 공부한다.
“강의가 중심인 문화센터와 달리 우리는 사람들끼리 ‘관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라고 남주현 이루다손 대표는 말한다. 관계를 통해 서로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해 실천에 옮기기도 한다. 인형극 모임이 대표적이다.
‘핸드메이드 인형극’ 초등학교에서 공연
동화책 속 양모 인형 만들기부터 시작해 동화를 해석하고 내용을 각색해 인형극 형태로까지 발전시켜 직접 공연도 한다. “인형극 전 과정이 ‘핸드메이드’입니다 가령 ‘헨델과 그레텔’을 테마로 동화 속 등장인물들을 인형으로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든 다음 대사와 동작을 구연합니다. 음악도 직접 작곡해 나무 리코더와 작은 하프로 즉석에서 배경음악으로 연주하고 인형극 용 간이 무대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관람객들의 공연 집중도가 무척 좋아요”라고 남 대표가 귀띔한다.
4명이 한 팀을 이룬 공연팀은 입소문이 나면서 잠동초, 문덕초, 문정초 등 송파구 내 학교 초청을 받아 학생들에게 인형극을 직접 선보이기도 한다.
이루다 손의 주력 회원들은 유치원생부터 초등생 자녀를 둔 3040여성들로 전업주부, 워킹맘이 고루 섞여 있다. “엄마들끼리 자주 만나다 보면 아이들도 친구가 되고 자연스럽게 아빠들이 가세해 가족 모임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 이웃이 되지요”라고 남 대표가 덧붙인다.
건물 1층 주차장을 다목적 모임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이곳의 독창적인 운영 시스템이다. “바닥에 돗자리 깔아 또래 아이들끼리 어울리도록 해주고 저녁에는 아빠들까지 가세해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합니다. 여러 가족들이 함께 밥 먹으며 많이 친해집니다”라고 남 대표가 말한한다. 이 같은 이웃끼리 어울림 속에서 이루다손의 유대감을 키워나가고 플리마켓같은 동네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마을 사업 멘토링 요청 이어져
차근차근 사업을 키워가는 이루다손을 지켜보며 지역 내에서 예술창작소, 마을공동체 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문의와 컨설팅 의뢰도 잇따르고 있다.
-멘토링 요청받을 때 강조하는 부분은?
“본인이 좋아하는 테마여야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습식수채화, 인형 만들기, 책 모임은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 즐겁게 참여하며 다른 사람에게도 권할 수 있는 거지요. 점점 마을사업, 마을기업에 관심 있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작은 사업부터 단계 밟으며 사람들과의 관계부터 만들라고 강조합니다. 우리도 어린이 숲체험, 가드닝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루다손의 운영 노하우는?
“회원들, 수강생들이 자발성을 보일 때까지 기다립니다. 운영자가 ‘이래라 저래라’하면 관계가 깨질 수 있습니다. 이루다손의 인형극 프로젝트의 경우도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지만 회원들의 공감대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러다 보면 부모커뮤니티사업, 지역 내 네트워크 사업으로 발전되고 또 다른 예술창작소를 시작하는 분도 생겨나더군요. 초창기 때 사업 욕심 부리며 좌충우돌하며 터득한 겁니다. 또 운영자가 공간에 매이면 지칩니다. 우리도 지자체체로부터 인건비 지원이 없고 자체 조달도 어렵기 때문에 모임 공간인 카페 심지 운영 시간을 유연하게 합니다.”
이루다손 프로그램
습식 수채화 & 조소
-일시 : 10월17일~12월19일 화 오전 10시~12시
-내용 : ‘예술로 떠나는 내면 여행’ 주제.
습식수채화 (색채 스펙트럼 통해 색채의 빛남과 다양함 경험),
조소(흙으로 생명-자연의 메타모포제 경험)
-강사 : 손석심(독일 오터스베르크대 예술치료·예술교육학 석사, 인지학 예술치료사)
천연화장품 만들기
-일시 : 9월22일(금) 오전 10시30분
-내용 : 동안크림, 피테라 광채 에센스 만들기
*인문학콘서트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10월 중순 경 시작, 총 5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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