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어렸을 적 ‘어르신들은 저 음식을 왜 저리 즐겨 드시지’ 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새 나도 그 음식을 찾게 되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헛웃음이 나온다. ‘아, 이 맛에 그리도 찾으셨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말이다.
특히 이북에 고향을 둔 어르신들은 고향의 맛을 간직한 식당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하신다. 주로 가족모임을 그 식당에서 치르기도 하는데 할아버지 입맛이 아빠 입맛이 되고 손자 입맛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께 함경도의 고향 맛을 제대로 선보이고 있는 함경도 음식 전문점을 소개한다. 남쪽에 ‘대관령’이 있다면 북쪽에는 ‘함관령’이 있다. 서판교 운중동에 위치한 함경도 음식 전문점 ‘함관령’을 찾아보았다.
김삿갓이 쉬어 넘어갔다는 그 함관령
함관령은 함경남도 함주군(현 함흥시)과 흥원군 경계에 있는 해발 450m의 고개다. 예부터 흥원과 함흥, 원산을 잇는 중요 통로로 이용되던 곳이다. 시인 김삿갓이 이 고개를 넘다가 잠시 숨을 돌리며 즉흥시를 지었다는 사연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함경도에 대해 안다면 모를 수가 없는 지명인 ‘함관령’을 식당 이름으로 한 것은 그만큼 함경도 지방 음식을 자신 있게 내놓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함주 출신인 아버지의 고향인 함경도 음식을 먹고 자란 형제가 함경도의 그 맛을 재현해내고 있는 ‘함관령’에서는 함경도의 대표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다. 함경도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함흥냉면을 비롯해 농마국수, 가릿국밥, 가자미식해, 수제 왕만두까지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찾으면 풍성한 함경도 음식 한 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함경도하면 역시 쫄깃한 함흥냉면
함경도의 대표 음식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세대 불문하고 즐겨 찾는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함흥냉면이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평양냉면과는 달리 쫄깃한 식감의 면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극강의 씹는 맛을 선사하는 고구마전분 면발의 함흥냉면은 호감도가 높다. 게다가 간재미회무침이 올라가는 회냉면은 새콤, 달콤, 매콤 양념 맛에서 중독성마저 느껴진다. 면발 끊을 새도 없이 양념 맛에 홀려 호로록 호로록 흡입하다 보면 냉면 양이 줄어들어 아쉬움마저 든다. 이때 냉면의 단짝으로 곁들이면 좋은 수제 왕만두 한 입 크게 베어 물어보자. 풍성한 야채와 부드러운 두부가 조화를 이룬 만두 속이 입 안으로 퍼지고 꿀꺽 삼키면 건강함을 내 몸에 저장한 뿌듯함이 몰려온다. 빚는 이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수제 왕만두는 생 만두 그대로 포장해서 돌아가는 손님들도 많다.
4월도 추웠던 함경도의 뜨끈한 가릿국밥, 양지탕밥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 이맘때부터 ‘함관령’을 찾는 손님들이 즐기는 또 다른 함경도 음식이 있다. 바로 양지와 갈빗살로 육수를 내고 양지살, 농마사리, 선지, 두부, 무, 파 등을 얹어낸 맑은 국밥, 가릿국밥이다. 아이에게도 영양만점인 담백한 육수 국물에 밥도 먹고 국수도 건져먹을 수 있는 재미와 두부, 선지까지 곁들이니 보양식이 따로 없다. 얼큰하면서 깔금하고 부드러운 국물을 원한다면 요즘 인기몰이중인 양지탕밥을 추천한다. 갈비살과 양지살에 농마사리를 말아내는 얼큰한 국밥은 해장용으로도 딱이다.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가릿국밥과 양지탕밥은 ‘함관령’의 대표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온면을 즐기는 함경도 지방의 특식 농마국수도 ‘함관령’에서 맛볼 수 있다. 함경도 특식 가자미식해와 삼겹수육, 국내산 육우를 부드럽게 삶아 돌판에 담아내는 수육, 동판에 육수와 야채, 당면을 넣어 옛날식으로 자글자글 끓여먹는 한우옛날불고기. ‘함관령’에는 가족, 직장 동료와 함께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술안주 거리도 다양하다. 순한 맛, 매운 맛의 쇠고기 갈비찜, 소갈비, 양지, 도가니 등에 각종 버섯, 야채, 농마사리가 듬뿍 들어간 농마전골까지. 직접 만든 단호박 식혜는 셀프서비스로 제공되는 ‘함관령’의 자랑거리다. 주차장도 40여대가 동시주차 가능하다.
위치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883-4
문의 031-8016-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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