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사)한국안전수영협회 김철기 이사장]

우리 모두는 ‘뜨는 인류’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생존수영 영법 ‘잎새뜨기’를 온 지구촌에 퍼뜨리는 그 날까지

전영주 리포터 2017-08-29

메시아의 복음을 전파하러 온 듯하다. 자신을 믿기만 하면 새로운 인류로 거듭나도록 해줄 수 있다는 (사)한국안전수영협회 김철기 이사장. 그가 말하는 새로운 인류란 다름 아닌 물에 ‘뜨는 인류’다.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없어도 인류는 뜰 수 있습니다. 거친 바다에서도, 염분이 없어 부력 도움이 없는 민물에서도 ‘잎새뜨기’만 배우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 떠서 버틸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말이지요.”
얼마 전 인천 대청도 해수욕장에서 한 중학생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먼 바다까지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고가 있었다. 수영을 못 하는 이 학생은 허우적거리는 대신 온 몸에 힘을 빼고 파도에 자신을 내맡기고 떠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두 팔을 위로 올리고 18분 동안 떠 있던 이 학생은 거친 파도를 헤치고 온 구조대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온 몸에 힘을 빼고 자체 부력으로
잎새처럼 뜨기

김 이사장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홍보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생존수영 영법인 ‘잎새뜨기’가 바로 위 학생이 했던 자세 그대로이다.
“그 학생이 ‘잎새뜨기’를 배웠던지 아니던지 중요한 건 ‘잎새뜨기’ 자세로 실제 조난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는 것이지요.”
사단법인 홈페이지를 통해 그리고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라도 ‘잎새뜨기’를 배울 수 있도록 영법을 공유하고 있지만, 사실 ‘잎새뜨기’는 특허를 받고 저작권을 인정받은 생존수영 영법이다. 안치훈 코치가 개발하고 김 이사가 직접 ‘잎새뜨기’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그 효력을 입증하기 위해 필리핀 만도르 섬에서 지난해 1월과 4월 2차례에 걸쳐 300명에게 ‘잎새뜨기’를 가르치고 태풍이 몰려오는 거친 바다에서 전원이 떠있는데 성공했다.
그 후 이 영상을 본 부산 소방학교의 수난구조전문 소방관 40여명이 ‘잎새뜨기’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해 온 것을 시작으로 김 이사의 ‘잎새뜨기’ 전도 인생이 시작됐다.



파킨슨 병 판정받고 시작한 재활수영이
인생의 새 장 열어주다

사실 김철기 이사는 수영과는 큰 인연이 없던 인물이었다. 유도, 검도, 국기도 등 격투기를 좋아해 3개의 블랙벨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무도관 관장이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던 전문 금융인이었다. 아시아개발은행 국제개발원조부서로 직장을 옮겼던 2008년 그 해, 한국은 마침 외환위기를 맞았다. 공교롭게도 ‘0’이 9개가 적힌 10억불 수표에 사인을 해서 한국은행에 이 돈이 입금되도록 한 이가 바로 김 이사였다고 한다. 그것이 아시아개발은행 첫 출근, 첫 업무였기에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게 그는 아시아개발은행에 다니며 활기찬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에 이상을 감지하게 됐다. 타이핑을 하는 손가락이 생각과 달리 움직였다. 결국 귀국한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7년 전 파킨슨 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제가 그 박사님께 그날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알겠습니다. 박사님. 그럼 지금부터 하루를 세 배씩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라고 했어요.”
그리고 재활을 위해 수영을 배우고 그를 도와 마비된 왼쪽을 편하게 띄우는 자세를 연구하던 안 코치가 ‘잎새뜨기’ 자세를 고안하게 됐다고 한다. 



세계 난민들에게도 ‘잎새뜨기’ 전파해
인명구조에 기여하고파

“저는 회복탄력성이 좋은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고 하지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그랬던 것 같아요. 긍정적인 면을 보면서 위기를 활용해 재도약의 기회로 삼으려고 해요. ‘잎새뜨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진행성 불치병을 앓고 있는 저이지만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매일 행복감을 느낍니다. 세계 기구에서 일했던 제 인맥을 활용해 ‘잎새뜨기’를 전 세계로도 전파하고 싶습니다.”
배가 전복돼 목숨을 잃는 난민들이 더 이상 없도록 세계 인명구조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포부까지 밝힌다. 또 이에 덧붙여 현재 난립되어 있는 생존수영 관련 협회가 힘을 모아 한국형 표준안전수영법을 제정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지부 설립과 전국 강연으로 바쁘지만 매주 일요일 오후 3시경이면 수지 로얄스포츠 센터에서 ‘잎새뜨기’를 가르치고 있는 김 이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리포터님도 꼭 오셔서 배워두세요. 생존 기술인데요. 저만 믿으면 ‘뜨는 인류’로 거듭나신다니까요.”
‘믿으면 뜰 것이다’는 김 이사의 저돌적인 전도에도 거부감이 들기 보단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은 타인을 돕고자 하는 그의 진심이 닿아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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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주 리포터 jenny422y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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