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도 미술관 대강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416 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이 화랑유원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날 심포지엄은 안산시가 후원하고 안산의제21이 주관해 416 안전공원을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양상을 진단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만들어가는 416안전공원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하지만 희생자 아이들이 뛰놀던 화랑유원지에 416 안전공원을 만들고 싶어하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내 집 앞에 절대 납골당을 지을 수 없다’고 반대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힌 현장이 되고 말았다.
반대 주민 “주거지 한 복판에 납골당 안 돼”
행사 시작 전 ‘화랑유원지 추모시설 반대 대책위원회’가 ‘안산시민은 화랑유원지 추모공원을 반대한다’라는 플랭카드를 행사장내 게시하며 소동이 벌어졌다. 행사장에 참석한 100여명의 반대시민들 중 10여명은 곧 단상을 점거하고 ‘납골당은 안산시청 시장실로’라는 손펼침막을 들고 행사 진행을 방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대측 한 주민은 “우리도 3년 동안 가슴 아파하고 팽목항에서도 봉사했다.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 주거지 한 복판에 납골당을 짓겠다고 하다니. 절대 안 된다”고 언성을 높혔다. 또 다른 주민은 안전공원 추진에 관한 절차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공청회를 진행했다고 하는데 공청회나 토론회 플랭카드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근처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이렇게 화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가 무산된 후 반대 대책위 주민들은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서명운동을 주도한 한 시민은 “일부에서는 우리가 집값이 떨어져서 이런다고 말씀하시는데 집값과는 상관없다. 주거지 안에 납골당이 들어오면 평생 우리는 보고 살아야 한다. 매일매일 그 슬픔을 느껴야 하는 데 화랑유원지 아닌 시 외곽에 납골당 조성하면 안 되겠느냐. 화랑유원지를 원래 그대로 돌려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나눠주며 안전공원 반대이유를 설득했다. 안전공원 반대 이유로 △ 유원지에 추모시설 조성 반대 △ 유원지 내 오토캠핑장 무용지물 △ 반쪽행사가 된 천년의 종 타종식 △ 경기도미술관 개관 휴업상태 등을 꼽았다.
유가족 “새로운 형태 추모공원… 대화 원해”
추모공원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행사장에 참석한 유가족들의 가슴에 와서 박혔다. 일부 시민들과 유가족의 마찰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상황을 지켜보며 간간히 한숨을 내뱉었다. 세월호 유가족 영석아빠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안전공원이 어떤 모습인지 함께 논의해 보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 그동안 반대해 오셨던 재건축조합 대표님들도 초청해서 대화로 풀고 싶었는데 이렇게 무산되어서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유가족들은 안전공원을 무조건 ‘납골당’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한 유가족은 “우리는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싶다. 기존의 납골당 형태가 아니라 상징화된 봉안시설을 만들 것이다. 기존의 추모공원 납골당을 생각하면 절대 불가능하겠지만 어떤 형태의 공원을 만들고 싶어 하는지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듣고 시민들 의견도 반영해서 정말 누구라도 오고 싶은 공원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 “지역주민과 교감하며 점진적 조성 필요”
‘416안전공원 전문가 심포지엄’이 주민들의 항의로 무산되자 유가족과 시민단체, 초청된 전문가들은 416가족협의회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약식으로 진행했다.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문정석(도시연대커뮤니티센터장), 윤주선(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원) 전대욱(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 수석연구원)의 발제가 진행됐다.
문 센터장은 모두를 위한 416안전공원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면서 추모공간의 명소 만들기 방안으로 지역사회와 꾸준한 교감을 통해 점진적 추모공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문센터장은 “생명의 귀중함에 대한 사회통합의 가치가 구현된 장소로 안산과 더불어 성장하는 안전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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