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화두는 ‘당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일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나의 길을 찾아가는 나침반이 되며, 제2의 인생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잠시도 손놀림을 쉬지 않는 여인들의 뜨개질 모임을 만났다. 원래부터 손재주가 많았는지 아니면 부지런하다 보니 손재주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다 만난 인연으로 함께 뜨개질을 하며 중년의 인생을 한 코 한 코 떠나가고 있었다.
손재주가 많은 여인들,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
“애들이 중학교 3학년 때 학부모 모임으로 처음 만났죠. 1주일에 한 번씩 카페에서 만나 브런치도 먹고 수다 떠는 평범한 학부모 모임이었어요.” 정옥녀(50·분당 정자동)씨가 이야기를 열어갔다. 그러다가 서로의 공통점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모임이 지속됐다.
김영지(47·수지 상현동)씨는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공감대가 생기더라고요. 만나면서 취미도 공유하고 생산적인 것을 해보자는 의견이 있어서 뜨개질을 시작했어요. 마침 학부모 중에 뜨개질을 가르치는 전문가도 있어서 선생님으로 초빙하게 됐죠”라고 소개했다. 지인을 통해 인원이 보강돼 현재는 7명이 매주 수요일마다 만나 뜨개질을 하고 있다. 그래서 모임의 이름도 ‘수요 니팅(knitting) 클럽’이다.
언제 어디서든 뜨개질 손놀림 멈추지 않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이 여인들의 뜨개질 손놀림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저희는 시간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어요. 드라마를 보면서도 손을 움직이고, 학원 앞 차 안에서 애를 기다리면서도 뜨개질을 하죠. 심지어 함께 여행가서도 결국 뜨개질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남정은(42·수지 신봉동)씨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모임의 일원이자 선생님인 김효정(51·분당 구미동)씨는 뜨개질 전문 강사로 지역 중학교와 주민센터에 수업을 나가다가 지난 2015년 2월, 이곳 분당 미금역 벤처빌에 뜨개질 공방을 열었다.
“뜨개 모임을 하다 보니 실과 뜨개용품이 점점 늘어나 ‘니트 아틀리에’라는 뜨개 공방을 열게 됐죠. 주로 외부 수업을 다니기 때문에 이곳은 실을 판매하거나 작업실로 사용합니다. 그동안 주로 카페에서 모이다 공방이 생기니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옥녀(50.정자동)씨는 뜨개질을 비롯해 자수, 퀼트, 민화 등 다양한 공예에 조예가 깊은 공예 마니아다. 그동안 만들어온 작품이 너무 많아 작은 오피스텔에 혼자만의 작업실을 마련했다고 한다. 타인에게 공개하는 곳은 아니지만 박물관이나 다름없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정신 건강에 좋은 뜨개질 적극 추천
처음에는 뜨개질을 전혀 못하는 멤버도 있었다고 한다.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다보니 이제는 손뜨개 기호만 보고도 척척 만들어내고 예쁜 작품 사진을 서로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면서 재현하거나 색감을 배치해 창작까지 하는 실력으로 발전했다.
“옛날에는 책이나 인쇄물로 뜨개질 정보를 접했지만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인터넷 SNS에서 전 세계 니팅(knitting)인 들이 올리는 사진과 자료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무궁무진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라고 김효정씨가 설명했다.
남정은 씨는 알록달록 예쁜 색깔 실들을 보면 힐링이 되고, 뜨개질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성취감도 느낀다고 한다. “뜨개질을 하다보면 그 순간에는 무념무상 상태가 돼 머리가 가벼워지는 느낌이에요. 색깔 배치를 하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사물이나 계절을 대하는 감각도 늘 깨어있죠. 나이가 들수록 취미생활을 꼭 가지시라고 권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함께 떠나는 여행, 합동 전시회도 열고 싶어
‘수요 니팅클럽’ 회원들은 다음 달에 도쿄 하비쇼(HOBBY SHOW) 2017 관람을 위한 테마 여행을 떠난다. 올해로 40년째인 도쿄 하비쇼는 취미, 핸드메이드 공예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대형 박람회이다.
“이 나이에는 여자들끼리 여행이 재미있죠. 게다가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목적 있는 여행이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박람회에서 새로운 공예 트렌드와 재료를 마음껏 접하고 맛집 투어도 할 계획입니다”라고 김영지씨가 활기차게 말했다. ‘수요 니팅클럽’의 여인들은 5년 안에 합동 작품전시회를 꼭 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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