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목받고 있는 영어공부법 중 하나는 영어원서 읽기다. 전문가들은 영어원서 읽기는 독해 실력을 높여주는 차원을 넘어 발음 교정, 흥미 유발, 문장 이해력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전천후 공부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영미문화권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면서 다른 문화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이런 매력에 푹 빠져 매주 수요일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영어원서를 함께 읽는 이들이 있다. 이름 하여 ‘감격시대’. 번역본이 아닌 원서를 읽는 것은 한 마디로 ‘감격’이라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뉴베리상’ 등을 수상한 청소년문학, 비문학 도서 함께 읽기
‘감격시대’는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 한양문고 주엽점 ‘동네친구’ 방에 모여 함께 영어원서를 읽고 토론을 한다. 감격시대의 시작은 2013년, 최성애 강사를 비롯해 3~4명의 주부들이 의기투합해 영어 원서를 함께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감격시대’를 이끌고 있는 최성애 강사는 이화여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메사추세츠 주립대학 박사과정을 마친 후 번역가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젠더 노동과 간접 차별>, <한국현대여성사>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인식과 에로스>, <레저 경제학>, <자바트레커>, <로자 파크스 나의 이야기>, <위대한 개츠비>, <동물농장> 등이 있다.
지난 수요일 오전 ‘동네친구’방에 모인 10여 명의 회원들은 게리 폴슨 作 <HATCHUT>을 읽으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HATCHUT(손도끼)은 1988년 ‘뉴 베리 아너상’을 수상한 청소년 용 소설로 야생에서 혼자 살아가게 되는 생존 소설이다. 소설을 한 줄 한 줄 짚어가며 읽는 동안 이들의 토론은 생각했던 것보다 깊었고 질문도 날카로웠다. 회원들은 “영문학을 전공한 이들도 있지만 비전공자들이 더 많아요. 전공을 했든 안했든 영어 원서를 대한 지 오래되다보니 처음엔 사전에서 단어 찾기도 바빴죠. 번역본을 읽으면 그만이지 왜 굳이 원서를? 그러실 수도 있지만 뭐랄까 원서로 읽었을 때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있거든요. 처음엔 단어 찾기도 바쁘지만 그렇게 몇 회 거치고 나면 ‘감격시대’에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고 원서를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됩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읽는 책은 ‘뉴베리상’ 등을 수상한 청소년문학, 비문학 도서 등이 많다. 한 권을 읽는데 2~3개월이 걸리지만 번역서를 읽는 것보다 영어원서 그대로 ‘날 것’을 읽는 묘미는 감동이고 감격이라는 회원들은 “그래서 동아리 이름도 감격시대”라고 한다.
원작을 읽으며 상상하는 재미에 덤으로 영어 실력까지~
최성애 강사는 “강의가 있기 2~3일 전 각자 책을 읽고 질문내용을 단체 카톡 방에 올리면 그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이 이어져요. 무엇보다 회원들의 열정이 대단해서 어떤 질문을 할지 몰라요.(웃음) 다른 곳에서 강의도 많이 했지만 감격시대 회원들을 만나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고 보람이 있어요”라고 한다. 이에 회원들이 자신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한데는 최 강사의 열정 덕분이라고 화답하자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회원들이 따라와 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인데 주부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력도 좋고 또 저 못지않게 열혈 회원들이라 가능한 일이지요”라고 손 사레를 쳤다.
덧붙여 최 강사는 “영어 원서에는 스토리뿐 만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는 그 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담겨 있지요. 그래서 원서를 읽을 때 상상하는 재미도 있고 우리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 더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덤으로 영어 실력까지 키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라고 한다.
감격시대에서 <HATCHUT>에 이어 읽을 책은 그레이 슈미트의 <WEDNESDAY WARS>. 한 권 한 권 함께 읽는 책이 쌓일 때마다 영어원서 읽기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된다는 회원들은 “공부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저절로 모범이 되는 것 같아 아이들 교육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 스스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 대만족이에요”라고 한다. 감격시대 회원 모집은 비정기적으로 공지를 통해 이뤄진다.
미니인터뷰
원서를 직접 읽으면서 그 상황을 상상하고 그 표현의 느낌과 맥락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재미, 그런 것들이 영어 원서 읽기의 맛이라고 생각해요. 한 권의 책을 일주일에 한번 모여 꾸준히 읽으면서 결국 책 한 권을 끝냈을 때 그 성취감도 빼놓을 수 없고요. (김한주씨)
그동안 청소년용 소설 뿐 아니라 성인용 소설이나 비소설 등 다양한 책을 읽어왔어요.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12주에 걸쳐 읽었고 ‘여성학 개론’ 등 비소설 원서도 다양하게 읽었죠. 영어 원서를 함께 읽으면 혼자 읽을 때보다 감상이나 지식, 교훈, 즐거움이 배가 된답니다. (임선미씨)
최성애 선생님은 영어 실력 뿐 아니라 인문학에도 해박하세요. 이런 강의를 우리 동네에서 들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죠. 영어원서 읽기는 슬로우 리딩 이라고 생각해요. 한 줄 한 줄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천천히 읽는 맛이 남다르답니다. (이지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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