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봄으로 이어지는 방학동안 아이들 끼니 챙기기가 정말 고단했다. 학원 끝난 아이들 데리고 맛있는 외식으로 한 끼를 줄여볼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곳이 ‘호천당’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 우동, 소바 메뉴인데 음식 내공이 보통 아니라는 소문에 찾아가보았다.
바삭 베어 물면 보드랍고 두툼한
제주 생등심이 입 안 가득
식사시간을 빗겨 갔는데, 브레이크 타임이 없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돈가스에 우동이나 소바로 구성된 세트를 주문했고, 필자는 술안주에 속해있는 ‘스지오뎅나베’를 주문했다. 차가운 날씨에 뜨뜻한 국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먼저 가스레인지에 올린 나베가 나왔는데, 큼직한 새우튀김 2개에 각종 어묵, 유부, 팽이버섯에 쑥갓까지 푸짐했다. 국물 맛은 직접 육수를 우렸는지 개운하면서도 달지 않고 칼칼했다. 어묵 식감이 남달랐는데, ‘삼진어묵’과 ‘고래사어묵’만 사용한단다. 국물 깊숙이 숨어있는 스지(힘줄고기)는 어찌나 잘 조리했는지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아이들도 감탄하며 스지오뎅나베를 덜어먹고 있는 동안 돈가스 세트 메뉴가 나왔다.
흔하디흔한 게 돈가스인데, 한 입 베어 물더니 모두 동공이 커졌다. “이런 돈가스는 처음이에요!” 고기 두께가 1.5cm는 넘어 보이는데 속까지 잘 익어 촉촉하고 보드라웠다. 고기와 튀김옷이 잘 밀착돼 있고, 기름이 신선한지 바삭한데도 느끼하지 않았다. 곁들이 소바인데도 구수한 메밀향이 났다.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승부하는 음식의 맛
‘호천당’은 지난해 9월 5일 오픈했는데, 벌써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음식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싶었는데, 수원의 갈빗집 ‘칠보화로’를 6년째 운영하고 있는 최윤집 여사가 둘째아들 이승철씨를 데리고 시작한 돈가스·소바 전문점이다. “작은 아들이 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 취업 대신 음식점 운영을 배워보겠다고 해서 제가 가르쳐보기로 했죠. 갈빗집은 너무 힘드니까 젊은 사람들 입맛에 맞는 메뉴를 찾게 됐고, 울산의 유명한 돈가스·소바 전문점에 함께 내려가 배웠습니다”라고 최 여사는 말했다. 돈가스의 고기나 스지 맛이 보통 아니다 싶었는데, 역시 고기를 잘 다루는 전문가의 노하우였던 것이다. “좋은 고기를 통으로 싸게 들여와서 직접 손질하기 때문에 손님들께 맛있는 고기를 내놓을 수 있죠. 돈가스 고기는 제주 생등심을 쓰고, 스키야키는 한우 암소고기만 사용합니다.”
올 겨울에는 우동과 돈가스 세트가 꾸준히 나갔는데, 최순실 효과였는지 스키야키도 엄청 히트를 쳤다고 한다. 겨울인데도 의외로 소바도 잘 나갔는데, 이 집 소바는 직접 메밀가루를 70%나 넣어 반죽하고 면도 직접 뽑는다.
음식에 대한 신념과 내공이
대대로 이어지기를
고기 손질부터 육수내기, 튀김옷 만들기, 국수 뽑기까지 모든 조리과정에 정성을 다하니 음식이 맛있고 충실하다. 이렇게 높은 퀼리티의 음식이 성복동 안쪽에 있다는 것이 아까운데, 이 동네 사람들에겐 복이다.
“식당 일은 정말 고되고 힘듭니다. 밑바닥부터 배우고 단련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죠. 저는 아들에게 한 달에 200만원씩 월급 주고 일을 가르치고 있어요. 힘들면 언제든지 그만두라고 말해요. 견디지 못하는 애 억지로 시키고 싶지 않거든요.” 최 여사의 말이다.
돈으로 주는 유산이 아니라 배움으로 주는 유산. 음식에 대한 신념과 내공이 대를 이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호천당’이 되길 바란다.
위치 용인시 수지구 성복2로 108-2 웰스톤갤러리 1층
문의 031-261-8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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