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보급률이 83%에 이르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문학 장르로 자리매김한 웹 소설. 네이버를 비롯한 북팔, 조아라 등 웹 소설 전문 플랫폼은 2015년 400억 원 규모에서 2016년에는 800억 원대 규모로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놀라운 성장세와 더불어 작가들의 경쟁도 춘추전국시대, 이중에서 드라마틱한 구성과 치밀한 심리묘사로 독자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고 있는 이가 있다. ‘미세스 한’이란 필명으로 알려진 한수옥 작가가 바로 그이. 웹 소설계를 평정한 그가 최근 사춘기 소녀의 성장소설 「아주 귀찮은 선물」을 펴냈다.
‘SBS 아카데미’에서 드라마 작가 공부하다 소설로~
“저는 결혼 24년차 주부입니다. 당연히 이혼 많이 생각했습니다. 결혼하면서부터 쌓여왔던 불만들이 터져서 결혼 10년차가 되니 도저히 살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습니다. 아마 아들이 아니었으면 이혼했을 지도 모릅니다. 나의 사랑스런 아들이 엄마, 아빠의 불화를 느끼고 가슴앓이를 하였습니다.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글쓰기였습니다.” 2013년 펴낸 첫 장편 「안순심 여사의 반란」의 작가의 말에 실린 글이다.
대부분 결혼 생활 중 한두 번 이혼을 생각하듯 그럴 때가 있었다고 웃는 한수옥 작가. 그때 생각한 탈출구(?)가 왜 글쓰기였을까? “어릴 때 저희 집에서 만화가게를 했어요. 주변에 온통 만화책이니 읽을거리가 풍부한 환경이 조성된 거죠.(웃음) 만화책을 보통 5번 이상 읽었고 집에 있는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초등학교 5~6학년 때 일본소설이 유행이었는데 그때 미우라 아야꼬의 ‘빙점’을 재미있게 읽었고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 등 어려운 책들도 멋도 모르고 읽었지요. 엄마보다 친구보다 책을 더 좋아해서 틈만 나면 책을 읽었던 것이 아마 지금의 글쓰기와 연결된 것 아닐까요.”
「안순심 여사의 반란」처럼 그의 반란은 2003년 집 근처인 탄현 ‘SBS 아카데미’에서 드라마 공부를 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의 길은 멀고도 멀었다. 과감하게 마음을 접고 2012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여러 출판사에 보냈단다. “당연히 거절도 몇 번 당했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빨리 왔어요. 전자책 출판사에서 계약을 하자고 러브콜이 왔고 2012년에 두 권의 전자책을 내게 됐어요.” 생각보다 빨리 책을 냈다고 겸손해하지만 운보다는 드라마 공부를 하면서 대본을 써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드라마틱한 구성과 치밀한 심리묘사로 인기 웹 작가로 부상
첫 장편 「안순심 여사의 반란」은 드라마 공모에 냈던 것으로 당시 입선은 못했지만 MBC 방송국에서 연락이 와 2부작 준비를 했던 작품이다. “아쉽게 드라마화 하진 못했지만 제 나름 소재나 재미 면에서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소설로 바꾸었죠.” 그렇게 소설로 바뀌어 북팔 공모전에 응모한 것이 입선을 했고 연재하는 내내 주부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그는 북팔에서 TOP 순위에서 빠지지 않은 인기작가로 활동 중이다. 로맨스 웹소설 <녹아내리다>, <달콤한 인질> 등으로 2015년 12월 네이버 웹소설 및 예스24 eBook 랭킹 TOP 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원이자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미세스 한’이란 필명으로 추리소설 ‘박쥐’ ‘파라노이아(편집성 인격 장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쓰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결혼 생활의 소소한(?) 반란으로 시작한 드라마 공부가 그를 평범한 주부에서 웬만한 샐러리맨 못지않은 연봉을 자랑하는 전업 작가로 만든 계기가 된 셈이다. 그래서 한수옥 작가는 꿈을 갖고 있는 주부라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단 꿈을 이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제 개인적으로 웹 소설은 종이책에 비해 문학적인 완성도보다는 톡톡 튀는 감성과 속도감이 더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해요. 말하자면 독자의 니즈, 트랜드를 빨리 캐치하는 것이 노하우죠. 그래서 독자도 작가 층도 젊은 편이지만 저처럼 세상에 대해 호기심 많고 흥밋거리가 많다면 도전해볼만 한 일입니다.”
형제자매, 가족의 소중함 일깨워주는 「아주 귀찮은 선물」
지난 1월 펴낸 종이책 「아주 귀찮은 선물」 (문학수첩)은 한 작가가 오래 전 공부방을 운영하던 시절 구상한 소설이다. “공부방을 운영할 때 소설 속 하연이처럼 똑 부러진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가 어느 날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한숨을 쉬면서 “저 가출할까 봐요” 하면서 고민을 털어 놓더라고요. 그 아이가 앞으로 겪을 일들을 상상하면서 스토리를 구상했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외동이로 세상에 저 밖에 모르는 중학교 1학년 하연이에게 어느 날 늦동이 동생이 생겼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 ‘아주 귀찮은 선물’이 된 동생으로 인해 제 멋 대로였던 열네 살 소녀 하연이의 생각을 그의 통통 튀는 감각과 필력으로 담아낸 이 성장소설은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웃음과 감동을 준다. 종이책 「아주 귀찮은 선물」 뿐 아니라 요즘 카카오페이지 웹 소설 ‘체인지 허즈밴드’로 인기를 모은 한수옥 작가. 최근 북큐브에서도 웹 소설 ‘녹아내리다’ ‘환상의 커플’ ‘갑질 하는 남자, 갑이 된 여자’ 가 신작 TOP 5위에서 1, 2, 3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 상종가를 달리는 중이다. 반란의 위기를 성공 드라마로 만든 한수옥 작가. 늘 말없이 지켜봐 준 남편과 아들, 그리고 되지도 않은 일에 밤새워 글을 쓴다고 통박을 주던 딸도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고 한다. http://blog.naver.com/zio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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