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엄마도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이제 곧 엄마보다 친구를 더 좋아할 것이고, 점점 학교는 늦게 끝나고,
학원이다 뭐다 해서 엄마와 보내는 시간은 턱없이 줄어들 것이다.
아무래도 시간의 여유가 학기 중보다는 좀 생기는 새 학년 올라가기 전의 자투리 시간,
아이의 손을 잡고 나서보자.
옷을 조금 따뜻하게 여미고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겠다.
자가용이 아닌 엄마와 아이가 보폭을 맞추고 맞잡은 두 손을 신나게 흔들며
떡볶이 유랑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으뜸분식’에서 포크로 콕콕 떡볶이 찍어먹고 도심형 재래시장 보물찾기
수내동 돌고래 상가 지하 1층 돌고래 재래시장 후문 쪽에 위치한 ‘으뜸분식’은 올해로 23년 된 분당 로컬 떡볶이계의 조상님이라 해도 무방하다. 쫄깃하고 매콤 달달함은 기본이고 마침 운이 좋아 커다란 철판 위에서 알맞게 졸여져 도톰한 떡에 제대로 국물이 배여 있을 때 떡볶이를 먹게 되면 그야말로 어린 시절 추억의 그 맛이 되살아난다.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가끔 방문하면 떡볶이를 새로 끓이고 있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인심 좋게 주는 어묵 국물을 홀짝이며 기다리거나 ‘으뜸분식’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땡초 김밥을 먹으며 기다리면 된다. 고추를 삭혀 넣어 칼칼하게 목으로 넘어가는 김밥인데 그 매운 맛이 중독성이 있어 자꾸 찾게 된다. 이제 점점 찾기 어려워진 동네 분식집 ‘순대와 간’,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오징어, 야채튀김 등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는 맛도 일품이다.
오픈형 주방의 두 모서리를 길쭉한 테이블이 감싸고 있는 형태라 옆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먹어야 하는데, 가끔 시장에 장 보러 나왔다가 출출해져 간단히 떡볶이 1인분 시킨 이웃과 만나 김밥이나 튀김, 순대 1인분을 시켜 나눠 먹는 일이 종종 생기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장바구니 챙겨 나와 떡볶이 한 접시에 순대 한 접시 뚝딱하고 테이블 위로 먹음직스럽게 놓인 가느다란 고구마튀김이나 달달한 맛탕, 또는 찐옥수수를 골라 들고 분당에서 손꼽히는 도심형 재래시장 구경에 본격적으로 나서보면 되겠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점심 먹고 도서관에서 보내는 나른한 오후
운중동 주민센터로 주변으로 형성된 골목 안쪽에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간판을 단 떡볶이 가게가 있다. 인구밀도가 낮아서인지 프랜차이즈 분식집 외에 다른 떡볶이 집을 찾기 어려웠던 서판교에서 이런 집을 만나니 일단 반갑다. 다락같은 곳을 만들어 1층에 테이블이 두어 개, 2층에 테이블이 서너 개로 운영하고 있는데 교복 입은 청소년들과 인근 젊은 여성 직장인들로 바글거린다. 가게 이름만큼이나 내부도 여느 떡볶이 집과는 달리 개성이 넘친다. 전면 벽에 그려 놓은 그림과 장식물들이 젊은 남자 사장의 취향을 한껏 반영한 듯 ‘액션 영웅’과 관련 있다.
야채(기본) 떡볶이에는 밀떡, 어묵, 갖은 야채, 라면사리, 삶은 달걀이 들어가고 해물 떡볶이에는 달걀 대신 오징어, 새우, 홍합 등이 들어가며 치즈 떡볶이에는 치즈 떡과 소시지, 체다치즈와 모차렐라치즈가 들어간다. 이 외에도 짜장 떡볶이와 차돌박이 떡볶이를 선택할 수 있다. 떡볶이 양념의 매운 맛 조절도 가능하다. 버터갈릭, 체다치즈 감자튀김과 튀오뎅, 고구마 치즈스틱, 새우와 야채 튀김 등 튀김종류가 다른 곳과 다르게 특화되어 있다.
미성년자의 경우 2,000원 할인된다는 문구와 와이파이 사용가능하다는 문구가 정감 있다. 서판교에 사는 청소년들이 마음 편히 갈 곳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마도 이 곳 젊은 사장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콩나물 가득 넣어 개운한 떡볶이에 꼬마김밥으로 기분 좋게 부른 배를 두드리며 천천히 근처 운중도서관으로 건너간다. 별 망설임 없이 아이는 <마법천자문>을, 엄마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집어 들었다.
탄천을 걷다 뛰다 배고프면 ‘느티분식’에서 20년 전통의 라볶이에 순대볶음
정자동 느티마을 4단지 초입에 자리한 상가 1층의 ‘느티분식’은 이제 20년을 훌쩍 넘겼다. 처음에는 점심, 저녁 식사와 토요일도 가게 문을 열었지만, 주인아주머니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 2년 전부터 주중 오후 5시 30분까지만 잔치국수, 김밥, 떡볶이 등의 간단한 분식 류를 먹을 수 있다.
분당 입주 초기 지어진 낡은 상가 깊숙이 들어가 있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도 않을뿐더러 놓여있는 테이블도 3~4개 남짓으로 20년이 넘는 세월을 버틴 데에는 주인아주머니의 정감 있는 경상도 사투리와 특별한 손맛에 비결이 있다.
특별히 쫄면과 떡볶이 떡, 라면, 각종 야채에 큼지막한 어묵을 넣고 끓여주는 라볶이는 흥건한 빨간 국물에 무슨 가루라도 탄 것 마냥 자꾸 찾게 된다. 오래된 건물 안의 작은 가게인데다 아주머니 혼자서 요리부터 설거지, 서빙까지 감당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게 인테리어나 식기 등이 세련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그런 것들조차 이 집 음식의 ‘전통’을 대변하고 더 ‘맛’있게 느껴지게 하는 데에는 아이를 동반하고 가면 아이에 맞춰 맵기를 조절하는 등 음식 하나하나 정성 가득 담아 조리해 주는 훈훈한 인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문 즉시 따뜻한 밥에 깨소금 뿌려 말아주는 김밥과 순대를 숭숭 썰어 깻잎과 양파, 들깨가루 듬뿍 넣고 기름에 지지듯 볶아 주는 순대볶음 역시 맛깔스럽다.
추운 겨울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운동부족으로 몸이 무겁다면 아이와 함께 가벼운 복장으로 갈아입고 탄천으로 나가보자. 뛰다가 걷다가 점심도 저녁도 먹기 애매하다 싶을 때 탄천변 바로 옆 ‘느티마을’로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된다.
찜질방에서 땀 쫙 빼고 출출한 속은 ‘소소한 떡볶이’로 달래볼까
기본 떡에 어묵과 각종 야채를 넣고 특제 떡볶이 소스와 육수를 부어 전골냄비에 제공되는 즉석 떡볶이는 외관상 특별히 다른 즉석떡볶이와 차이가 나진 않지만 라면, 쫄면 등 각종 면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고, 계란, 치즈, 만두, 참치, 돈가스 등 인근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든든한 사리가 있어 한 끼로 충분하다. 기본 재료로 제공되는 떡과 어묵까지도 기호에 따라 가감할 수 있어 마치 집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먹듯이 떡볶이 전골냄비 안의 재료를 마음껏 구성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재미있다.
따끈한 밥 위에 김 가루, 마요네즈, 단무지, 참기름, 깨소금을 뿌려 일회용 장갑을 끼고 직접 만들어 먹는 주먹밥, ‘소소한 식빵’에서 공수 받은 식빵 위에 양송이버섯과 베이컨을 듬뿍 넣고 크림소스를 부은 크림 식빵도 떡볶이의 매운 맛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면서 간식 개념의 떡볶이를 영양 균형을 고루 맞춘 한 끼 식사로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물론 가장 환상의 궁합은 떡을 건져 먹고 알맞게 졸은 떡볶이 양념 국물에 밥과 잘게 다진 야채를 넣고 볶아먹는 볶음밥. 그러나 이미 푸짐하게 취향대로 사리를 넣어 떡볶이를 먹다 보면 볶음밥까지 먹기엔 힘겹긴 하다.
최근 유지관리 문제와 높은 임대료 등으로 찜질방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바로 ‘소소한 떡볶이’에서 큰 길 하나만 건너면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찜질방을 찾을 수 있다. 찜질방에서 땀을 한껏 빼고 출출한 속을 달래는 것도 좋고, 떡볶이에 볶음밥까지 식탐을 이기지 못해 조금 무리했다 싶으면 찜질방을 찾아 땀 흘리며 소화를 시키고 가는 것도 좋겠다. 간만에 아이와 속에 있는 이야기도 나눈다면 더욱 좋겠다.
<분당 떡볶이 가게 정보>
상호명 | 위치 | 문의 |
으뜸분식 | 분당구 수내동 돌고래종합상가 82호 | 031-711-1716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분당구 운중동 944 마크시티그린빌딩 1층 | 070-4104-0715 |
느티분식 | 분당구 정자동 90 느티마을 상가 내 | 031-716-5676 |
소소한 떡볶이 | 분당구 내정로 55 우성상가 2층 | 031-718-4620 |
맛짱분식 | 분당구 서현동 248-4 | 031-781-5958 |
성지분식 | 분당구 이매1동 116 | 031-702-4131 |
베테랑분식 | 분당구 수내1동 20-2 초림프라자 | 031-717-7742 |
청년다방 | 분당구 삼평동 670 유스페이스1 A동206호 | 031-724-2723 |
혜선이떡볶이 | 분당구 삼평동 660 골드타워2층 | 031-8016-9735 |
분식쎈타 | 분당구 정자동157-2 | 031-726-4862 |
배꼽만족 | 분당구 야탑동 372-11 | 031-707-74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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