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모든 곳이 적당한 ‘도깨비’ 촬영지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가 종영했다. 그러나 그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좋았고
눈부셨던 팬들은 나만의 ‘도깨비’를 소환하러 강원도를 찾고 있다.
때마침 폭설이 내려 모든 곳이 더욱 눈부셨던 강원도의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를 직접 찾아보았다.
도깨비가 은탁에게 첫 소환된 ‘주문진 영진해변 방사제’
베스트 포즈 : 꽃다발을 건네거나 우산을 씌워준다
빨간 목도리의 그녀들을 5분 간격으로 만날 수 있는 이곳, 강릉 주문진 방사제. 드라마에서 은탁이 19세 생일을 맞아 케이크 촛불을 끄면서 도깨비를 처음 소환했던 곳이다. 방사제란 해변으로 모래가 밀려와 수심이 얕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쌓은 낮은 둑을 말한다. 아담한 영진해변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5개의 크고 작은 방사제가 바다를 향해 뻗어있다.
바다를 보고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방사제가 촬영지였음을 나타내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지만 안전요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파도가 거센 첫 번째 방사제에서의 촬영을 시도하고 있었다. 너울성 파도가 위험해 방사제 끝까지 접근이 불가한 데도 말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갈매기와 함께 안전요원의 그림자가 담긴 풍경 샷만 가능했다.
두 번째 방사제에서는 본격적인 설정 샷을 찍고 있었다. 빨간 목도리를 두른 그녀에게 꽃다발을 건네거나 (아니면 나중에 그려 넣기 위해 건네는 척만 하는) 우산을 씌워주는 설정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차례를 기다리며 줄 서 있던 뒷사람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훈훈한 모습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목도리와 꽃다발, 우산을 대여해준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현장에서 그런 노점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안전문제가 지적되자마자 등장했다는 안전요원과 해변을 따라 앉은 횟집들 앞 좁은 도로에 일렬 주차로 줄지어 있는 차량행렬, 그리고 운명적인 겨울바다가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을 맞고 있었다.
네비게이션 입력: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해안로 1609
도깨비의 덤덤한 고백이 슬펐던 ‘월정사 전나무숲길’
베스트 포즈 : 설경 속 마주보고 서 있기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은 월정사 전나무숲길이지만 겨울의 하얀 숲길은 더욱 찬란했다. 검을 뽑아달라며 은탁을 찾아간 도깨비가 ‘내가 계속 살아있었으면 좋겠어. 너와 같이’라며 덤덤하게 속마음을 고백해 보는 이들을 울렸던 이곳은 ‘속도 없이’ 너무 아름다웠다. 월정사 일주문을 지나 금강교까지의 1km 구간을 80년 이상 된 전나무 1800여 그루가 빼곡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이곳. 뽀드득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걷다가 눈을 들어 위를 보면 소복하니 눈을 가지에 담고 곧게 서 있는 전나무 숲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도깨비의 슬픈 고백을 귀담아 듣고 하늘에 전했는지 그저 무심하게 서있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발아래 눈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걷기 좋다. 눈이 오지 않았다면 전나무가 전하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좋다.
전나무숲길 끝에는 오대산 천년고찰 월정사가 있다. 국보 제48호인 팔각구층석탑과 적광전(寂光殿)이 차분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 경내는 고요하나 따스하다. 추운 겨울 산책로를 찾은 여행객과 등산객을 보듬어주는 전통찻집과 카페도 있고 전국 사찰 내 유일하다는 유기농 우리밀 빵집도 있다. 사찰 내 빵집답게 계란, 버터, 우유 이 세 가지 동물성 원료 3無 원칙을 지키는 채식주의 빵집이다. 4륜구동이거나 월동 장비를 갖춘 차량이라면 상원사까지 가는 것도 좋다. 외길이라서 상원사까지 입장료를 한 번에 이미 냈으니 말이다. 설경을 제대로 즐기려면 계곡을 따라 9km 선재길을 오르는 등산코스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네비게이션 입력 : 강원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61-1 월정사 주차장
두 주인공의 사랑을 확인한 ‘용평리조트 하늘정원’
베스트 포즈 : 달달한 백허그 또는 머리 쓰담쓰담
설경이 유난히 빛났던 9회 스토리의 대부분을 장식했던 용평리조트. 촬영지원 장소로 등장했던 곳이지만 ‘겨울연가’ 이래로 우리나라 드라마 설경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이곳의 설경은 드라마에 여러 번 등장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특히 발왕산 정상의 주목들이 눈꽃을 입고 반짝이는 하늘정원의 눈부신 설경에서 두 주인공의 백허그와 머리 쓰담쓰담 씬은 달달 그 자체였으니 도깨비 여행을 하면서 이곳을 빼먹을 수가 있을까. 해발 1,458m의 발왕산 정상까지 우리나라 최장 길이인 레인보우 곤돌라를 타고 20여분 올라가면 바로 그곳에 설 수 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하늘정원은 발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주목나무 숲을 10분 정도 걷다보면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타나면서 갑자기 눈앞에 탁 트인 설경이 펼쳐진다. 스키를 탄다면 용평리조트의 1박 도깨비 패키지를 이용하면 드라마 캐릭터 인형과 수건 선물을 포함해 리프트, 곤돌라 할인 등의 각종 혜택과 주문진, 월정사 로컬투어가 포함된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여행 PPL업체를 통해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도 판매한다고 하니 ‘도깨비’ 열풍이 당분간 용평리조트를 달굴 듯하다.
네비게이션 입력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산 99-7 용평리조트 주차장
문의 033-335-5757
무(無)로 돌아간 도깨비가 9년을 헤매었던 ‘대관령 양떼목장’
베스트 포즈 : 눈밭에 누울 용기 있는 자, 누워라
검을 뽑고 무로 돌아간 도깨비가 천상으로 올라가길 포기하고 남아 지상도 천상도 아닌 곳에서 9년을 홀로 남아 헤매던 그 장면을 촬영했던 곳이 대관령 양떼목장이다. 설원과 구름이 만나 오묘한 고립감을 선사했던 이곳 역시 겨울철 인기 여행지로 이미 소문이 나 있는 곳이다. 해발 850~900m의 구릉 위로 펼쳐진 20여만㎡의 초지가 겨울이 되면 하얀 눈밭이 된다. 매표소를 지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왼쪽 방향으로 접어들어 목장을 한 바퀴 산책하는데 50여분이 소요된다. 구불구불한 산책로 끝에서 만나는 축사에는 양들이 있다. 다른 계절에는 방목되어 있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옹기종기 모여 관람객들의 건초를 받아먹으며 따뜻하고 배부르게 겨울을 난다. 입장료에 건초 주기 체험이 포함되어 있다. 바닥이 미끄러운 재질의 신발보다는 등산화가 좋고 아이젠까지 착용하면 더욱 안전하다. 겨울에는 매표 마감이 오후 4시이므로 너무 늦게 찾으면 낭패를 본다. 폐장은 오후 5시, 개장은 오전 9시에 한다.
네비게이션 입력 :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14-42
문의 033-335-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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