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는 설이면 찹쌀떡을 석쇠에 구워주시곤 했다. 누룽지처럼 바삭한 겉면을 한입 베어 물면 찹쌀이 치즈처럼 쭉 늘어지며 뜨끈한 팥소가 달콤했다. 찹쌀밥을 하고, 절구에 치대고, 솥에 팥을 삶고, 종일 앉아서 찹쌀떡을 빚는 일이 까마득하다고 구십의 할머니는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렇게 찹쌀떡은 세월과 함께 나에게도 기억 저 편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지난해 정자동 전원마을 초입에서 수제 찹쌀떡집 ‘맛나당’을 발견했다. ‘1965년 엄마가게’라는 문구에 이끌려 들어간 그곳엔 하얀 앞치마가 인상적인 석영미·윤춘란 대표가 있었다. 석 대표는 1965년부터 ‘맛나당’이라는 이름의 간식 가게를 운영하면서 찹쌀떡, 도넛 등으로 사랑을 받은 박계화씨의 고명딸이고 윤 대표는 박씨의 며느리이다. 이후 ‘맛나당’은 ‘덩실분식’으로 상호 명을 바꾸고 ‘덩실분식’은 박씨의 큰며느리가 운영하며 이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찹쌀떡 전문점으로 자리 잡았단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 박씨의 찹쌀떡 제조 비법을 전수받은 딸과 셋째 며느리가 분당에 찹쌀떡 전문점을 낸 것이다.
향과 질감에서 다른 찹쌀은 따라올 수 없는 국내산 향토 찹쌀과 거무스름한 빛이 도는 토종 그루팥을 주재료로 물, 소금, 설탕만을 사용해 찹쌀떡을 만들어낸다. 팥소는 설탕 양의 절반 이하로 줄이고 가마솥에 오랜 시간 고아 토종 그루팥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렸다. 기본 찹쌀떡 외에 동결 건조한 천연가루를 사용해 쑥, 단 호박, 자색고구마, 녹차의 고운 빛깔을 살린 5가지의 찹쌀떡을 만나볼 수 있고, 고급스런 패키지의 선물상자에 원하는 크기와 구성으로 포장이 가능하다. 보통 다른 곳에서 찹쌀떡을 구입하면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였던 것과 달리 ‘맛나당’에서 구입한 찹쌀떡이 굳어버려 프라이팬에 구워보았다. 살얼음이 살짝 낀 식혜 한 사발과 찹쌀떡 한 개를 게 눈 감추듯 해치우곤 했던 어린 시절이 되살아난다. 올 설엔 ‘맛나당’ 찹쌀떡을 예쁘게 포장해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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