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건 제 직업입니다”

한국인으로 귀화해 24년간 성남의 낮은 곳을 돌보는 이탈리아 신부님

전영주 리포터 2017-01-03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하종입니다.”
밝은 목소리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김하종 신부님은 외국인이었다. 앞치마와 주방모자 차림의 신부님은 건물 지하 식당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저녁식사 준비를 하다가 올라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때가 비가 추적추적 오는 오후 4시쯤이었는데 빌딩 입구에는 천막 밑으로 이미 노숙인들의 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매일 550인분의 노숙인 식사 준비
‘안아주고 나눠주며 의지할 수 있는 집’이란 의미의 ‘안나의 집’에서는 공휴일, 명절에 상관없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저녁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오후 4시 30분부터 7시까지 끊임없이 식당을 찾는 노숙인들에게 제공되는 하루 평균 식사량은 550인분. 그 많은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과 노력도 대단하지만 하루 재료비만도 약 6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저희 안나의 집은 60% 이상이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그리고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세요.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인터뷰 도중 식당에 내려갈 시간이 되어 함께 이동했다. 식당으로 이어지는 계단 밑을 노숙인들이 메우고 있었다. 김하종 신부는 오늘의 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마지막까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의 봉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식사 준비가 끝나자 입구에서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노숙인들이 입장할 때마다 90도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
“이분들에겐 저희가 드리는 이 밥 한 끼가 오늘 하루의 유일한 식사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멀리서도 찾아오시지요. 그런데 주변 주택가에 드리는 피해가 많아서 너무 죄송할 따름입니다.” 


노숙인도 우리의 형제, 자매
‘안나의 집’에서는 이렇게 노숙인 급식소 운영과 함께 월요일에는 법률상담과 통증클리닉, 화요일엔 무료 진료와 이·미용, 샤워실 제공, 수요일은 옷 나눔, 목요일엔 이·미용 봉사와 함께 실업상담, 신앙상담 금요일에는 인문학 강의 등의 서비스를 노숙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노숙인 자활작업장을 운영해 근로를 통한 노숙인들의 사회복귀를 돕고 있으며 단체 생활을 원하는 이들에겐 기숙사도 제공하고 있다.
“노숙인들도 우리의 형제, 자매 이웃입니다. 길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냄새나는 노숙인들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게 아닙니다. 살면서 견디기 힘든 고통들을 만나 여러 단계를 거쳐 좌절하면서 노숙인이 되는 것이지요. 이들에게 물어보면 아무도 이 삶을 원하지 않습니다. 상처가 많아 용기를 내는 게 어려운 것이지요. 그리고 대부분 불우한 성장기를 거친 이들이 많습니다.”
김 신부는 노숙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노숙인보다 더 심각할지도 모를 가출 청소년 문제에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가출 청소년 문제가 더 심각
“우리나라의 노숙인은 8만 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가출 청소년은 25만 명에 이릅니다. 이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길거리를 헤매고 있습니다.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늦은 밤 신흥역 밥차로 알려진 ‘아지트(아이들을 지켜주는 트럭)’로 달려가 가출 청소년들에게 야식을 권하고 같이 보드게임도 하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좀 통하는 외국인 신부님’으로 알려진 김 신부.
“이 아이들이 범죄인이나 미혼모 또는 사회 부적응자로 전락하는 그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싶습니다.”
‘안나의 집’에서는 이동상담버스인 ‘아지트’를 비롯해 청소년 쉼터와 자립관을 운영해 가출청소년을 보호하고 지원해 학업과 취업의 길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순수 봉사자로 오래도록 일할 것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오블라띠 수도회’ 출신으로 이탈리아를 떠나 1990년 한국으로 온 뒤, 1992년부터 성남시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지난 24년간 헌신해온 김하종 신부. 그에게 요즘 큰 고민이 하나 있었다. ‘안나의 집’ 건물 계약이 2018년으로 만료되는 것이었다. 그는 현상을 유지하는 대신 안나의 집 신축 이전을 결심했다.
“제 나이 60입니다. ‘안나의 집’을 새로 짓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 뒤를 이어 안나의 집을 맡아줄 후배 신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제가 조금 더 힘들어지기로 했습니다”라며 웃는 김 신부의 얼굴에서 깊은 고뇌가 엿보인다. 운영비의 60%를 후원금으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25억에 달하는 이전 건축비 등의 금융 압박은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는 좋은 분들의 힘과 기적을 믿어요. 지난 24년간 기적을 많이 봐왔고 앞으로도 신께서 좋은 분을 계속해서 보내주실 거라 믿습니다.” 빈첸시오, 아니 이젠 김하종으로 더욱 오래도록 불린 그의 기도에 신과 함께 좋은 이웃의 화답이 있기를 바라본다.


문의 안나의 집 031-757-6336
후원계좌 농협 171405-51-047081 (안나의 집),
신한 100-024-061995 (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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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주 리포터 jenny422y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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