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_ 문래정보문화도서관 ‘시인과 함께하는 성인 시 창작교실’]

시(詩) 한 편 음미하며 나만의 작품까지 완성해요

하산수 리포터 2016-12-09

하나둘 떨어지던 낙엽이 거리에 수북이 쌓여가고 나뭇가지엔 말라버린 잎이 한두 개만 대롱대롱 달려있다.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초겨울, 지난 1년을 뒤돌아보게 되는 12월에는 누구나 시 한 소절을 떠올리게 된다. 영등포구 문래정보문화도서관에서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즈음에 ‘시인과 함께하는 시 창작교실’이 진행되고 있어 찾아가 봤다.



시 이론과 다양한 작품 감상 통해 시가 주는 이미지 형상화
목요일 오후 2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문래정보문화도서관 2층에는 낭랑한 목소리로 시를 읽는 사람들이 있다. 문래정보문화도서관이 2016년 겨울을 맞아 마련한 시 강좌 중 첫 번째 ‘시인과 함께하는 성인 시 창작교실’ 수강생들이다.
어린이와 성인 대상 시 창작교실과 시문학 강연회를 기획한 문래정보문화도서관 안주연 사서는 “저희 도서관 이용자들의 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소설, 자기계발서, 실용서 위주”라며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시 문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강좌를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다소 걱정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을 해 인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지난 11월 27일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성인 시 창작교실의 강사는 올 11월 동시집 <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을 펴냈으며 시인이자 평론가, 강연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송선미 시인이다.
“이번 시 창작교실은 현대시의 핵심이론인 시적 주체, 이미지, 시적 언술, 은유와 환유, 환상 등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를 다양한 작품을 통해 직접 느껴보며 자신의 작품까지 써 보는 자리예요. 이 시간을 통해 수강생들이 시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느끼셨으면 합니다.”
9명의 수강생들은 시의 이미지, 상상력, 언술에 대한 송 시인의 두 번째 강좌에 귀를 기울였다. 시를 쓸 때 알아두어야 할 시 이론에 대한 설명 후에 유명 시인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직접 읽어본다. 수강생들이 돌아가면서 시를 낭송하며 그 시가 주는 이미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 본다. 송 시인은 “시가 주는 이미지는 감각적, 비유적, 상징적 이미지로 나눌 수 있다”며 “각각의 이미지를 잘 표현해 낸 시들을 음미하고 두 가지 이미지를 공감각적으로 표현한 시를 읽음으로써 시 감상과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많이 읽고 일단 써 보면 시의 매력에 빠지게 돼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로 시작하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이라고 비를 표현한 정지용의 ‘비’, ‘다 저녁에 지렁이가 운다 에뚜루루루루루’라고 지렁이의 울음소리를 표현한 이안의 ‘지렁이 우는 저녁’ 등 한국 현대시를 빛낸 주옥같은 시들을 감상한다. 오늘 참가한 세 명의 남성 수강생들 중 한 명인 김성훈씨는 영상 시나리오 작가이다.
“스토리가 있는 소설이나 단막극 같은 산문과 이미지나 상상력을 함축적으로 써야 하는 시는 접근 방법이 다른 것 같아요. 아직 초보 작가지만 시를 배우고 작품까지 써보면서 작가로서의 영역을 좀 더 넓힐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강의를 듣게 됐어요.”
주 1회 1시간 30분씩,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강의에서는 일주일동안 수강생들이 쓰고 싶은 시를 한 편씩 써서 미리 제출하면 다음 시간에 모두 같이 읽으며 감상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맨 앞줄에 앉아 시를 낭송했던 한 여성 수강생은 “처음 읽는 시인데도 시인이 표현한 그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라고 소감을 밝힌다. 송 시인은 “사람들에게 시는 어려운 것이라는 편견이 있고 저 역시 그랬지만 많이 읽어보고, 일단 써 보면 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송선미 시인과의 일문일답>

1. 일반인들이 쉽게 시를 이해하고 창작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시에서 이미지란 자신에게 다가온 특별한 무언가예요. 가령 찬란했던 여름을 마치고 무가치하게 흩어져 있는 낙엽을 보면서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두룬 시를 생각하게 한다”라고 쓸 수 있거든요. 자신이 느낀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기록하는 일, 그것이 시입니다. 평상 시 주변을 잘 관찰하고 자신의 내면세계에 집중하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것 가운데 느껴지는 세세한 감정을 잘 살펴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2. 일상생활에서 시의 유용성은 어떤 게 있을까요?

시란 자신에게 다가온 특별한 느낌, 생각들의 기록이에요. 내가 느꼈고 기록했기 때문에 그것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마음이 오염돼 있을 때 말도 거칠어지죠. 언어가 오염되어 있을 때 마음은 더욱 거칠어집니다. 그래서 시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게 하고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말을 다듬게 하며 결과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킵니다.

3.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 시 창작교실도 하던데 아이들에게 시란 무엇인가요?

아이들에게 시란 언어를 느끼고 시적 인식과 시적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죠. 비둘기를 ‘비둘기’라고 하는 것, ‘구구’라고 하는 것, ‘번지를 잃은 새’라고 말하는 것은 다르죠. 언어를 통해 아이들은 나와 다른 타인의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또한 시를 통해 아이들은 세계를 즐기는 새로운 놀이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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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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