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세 번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성남아트센터에 간다.
요즘 같은 날씨엔 아무 일 없이 그냥 커피 한 잔 들고 탁 트인 오페라 하우스 앞 로비 광장에 앉아 있기만 해도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가 된다.
입구에 자리한 반달갤러리부터 콘서트홀, 앙상블시어터까지 포스터를 찬찬히 뜯어보면서 올라가면
가벼운 운동도 될 뿐 아니라 수준 있는 무료 전시도 만날 수 있다.
그날도 그렇게 문화 산책을 즐기던 중 특별한 전시를 만나게 되었다.
지역 미술문화 활성화 위한
‘성남의 발견 2016’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3층에는 상설전시실이 있다. 보통 큐브미술관이라고 하면 2층에 자리한 주 전시실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3층 상설전시실에는 주로 지역에 필요한 공공적 미술관의 가치를 보여주는 전시를 대부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지역의 젊고 참신한 신진작가 공모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성남문화재단은 서울 중심의 미술 창작활동을 성남이라는 지역 내로 끌어들이고 지역 미술문화 활성화를 꾀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5월 ‘신진작가전-성남의 발견 2016’ 작가 공모를 실시해 김우진을 선정했다.
일본의 라디오체조와 한국의 국민체조를 바탕으로 한 작가의 영상작품 3점과 28개의 드로잉 패널을 만나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사회나 제도의 프레임 속에서 각각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틀’에 대한 질문과 영상을 설치작업으로 풀어낸 이번 전시는 한국, 일본, 대만 등에서 만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집단체조에 관한 개인의 체험과 기억을 모티프로 제작했다. 3채널 비디오 ‘기억되어진 몸’, 단채널 비디오 ‘제1교본’, 작가의 체조 프로젝트에 참여한 각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가변채널 비디오’가 전시장 4면에서 상영된다.
작가가 발견한 보이지 않는 프레임의 흔적
몸과 마음에 기억된 동작을 다시 몸과 말을 통해 재현하는 과정에서 김우진은 보이지 않는 프레임의 흔적을 발견한다. 작가의 비판적 시선과 사고가 녹아 있는 이러한 비디오 속에서 관람자는 영상 속 동작을 기억하거나 따라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관람자 안에 작동하고 있을지 모르는 감춰진 프레임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 바닥에는 집단체조 광경을 커피와 잉크를 사용한 드로잉으로 선보이는데, 192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는 중국, 독일 등의 집단체조 장면들을 함께 담아냈다. 어두운 조명 속에 마치 체조 대형으로 정렬된 모습처럼 열과 행을 맞추어 드로잉 액자를 규칙적으로 배치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국민건강증진과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국가 주도로 개인의 신체와 정신을 통제하려 했던 보이지 않는 프레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보이지 않는 프레임이 2016년 11월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연 어떤 식으로 존재하고 작동하고 있을지 곰곰이 되씹어 보게 된다.
<Hidden 김우진>전시개요
일시 | 장소 | 문의 | 비고 |
11/4~·12/25 |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3층 상설전시실 | 031-783-8141~9 | 작가와의 대화 11/13, 27 14:30 12/11, 25 1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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