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동호 골목길이 북적인다. 주인장만의 개성 담은 아담한 카페, 식당, 술집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변신중인 ‘호수 골목길’의 터줏대감, 신흥강자를 소개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석촌호수는 도심 속 대표적인 휴식공간이다. 롯데월드몰, 백화점, 영화관, 공연장 덕분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계속 늘면서 주말마다 버스킹공연이 펼쳐지고 수시로 이벤트가 열리면서 석촌호수 벨트가 풍성해지고 있다.
특히 석촌호수 동호 뒷골목 백제고분로 41길에 T자형 스트리트 형태로 색깔 있는 가게가 들어서고 있다. 해외유학파 셰프, 세계여행가 등 주인장들의 사연 또한 각양각색이다.
청년 세프들의 이탈리아 맛 ‘엘리’
4명의 청년 셰프가 의기투합해 지난해 문을 연 이탈리아 레스토랑. 조명, 테이블과 의자, 소품 하나하나까지 공들인 실내는 군더더기 없이 모던하다.
메뉴는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주방 한 켠에 자리 잡은 화덕은 장작으로 불 지피는 흔치 않은 진짜 화덕이다. 여기에서 구워낸 피자, 식전 빵은 담백하다.
음식을 주문하면 이 집만의 에피타이저가 나온다. 치킨볼, 생선튀김처럼 제철 식재료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데 맛깔스러우면서 정갈하다.
피자는 나폴리 스타일로 쫄깃한 도우와 푸짐한 토핑의 어울림이 좋다. 토마토, 크림, 오일 베이스까지 골고루 선보이는 파스타의 맛도 일품이다. 특히 소스 맛에서 내공이 느껴진다.
셰프들끼리 번갈아 가며 홀서빙을 담당하며 처음 방문한 손님들에게는 추천 메뉴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여행자카페 ‘알베르게’
아프리카, 유럽을 비롯해 스페인 산티아고길을 완주한 전승연, 정세미 청춘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노랑, 청록색의 눈에 확 뜨이는 외관이 눈길을 끈다. 여행자 카페답게 여행서와 이국적인 소품들, 지도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산티아고길 순례자 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리며 소규모 스페인어 강좌도 꾸준히 개최된다.
커피와 각종 차, 스페인 스타일의 음료, 사이드 메뉴가 맛깔스럽다. 현지에서 조리법을 배워온 또르띠야 데 빠따따(스페인식 오믈렛), 타파스 등이 인기 메뉴. 페이스북을 통해 카페에서 수시로 진행하는 이벤트, 신메뉴를 소개한다.
스페셜커피 골라 마시는 재미 ‘커피공작소’
석촌호수 골목길의 터줏대감 개인 카페. 에티오피아, 케냐, 브라질, 예맨,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전세계 스페셜 커피를 골고루 맛볼 있어 커피 애호가 단골손님이 많다.
실내 인테리어는 소박하지만 각종 커피 추출기구와 커피 관련 서적, 예쁜 커피잔들이 손님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로스터 겸 바리스타인 이정식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커피에 매료된 뒤 생두 원산지를 발로 뛰며 로스팅, 커피 추출까지 체계적으로 배워 카페를 오픈했다.
커피를 주문하면 수제 요거트, 다크 초콜릿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자체 로스팅 공방을 별도로 운영하며 산지별로 특색있는 10여종의 원두도 판매한다.
수제샌드위치로 인기 몰이 ‘뉴질랜드스토리’
카페를 장식하는 아기자기한 화분들, 수공예품들이 눈길을 끄는 수제 샌드위치 카페. 유기농 채소, 우리밀, 무항생제 유정란 같은 질 좋은 식재료를 고집하며 바질, 랜치, 발사믹, 모르칸 등 홈메이드 소스로 맛을 낸다.
닭가슴살이 들어간 크림마효, 반숙계란으로 만든 에그봉봉, 파니니 등을 선보인다. 샌드위치 가격대는 9000원~1만원 선. 평일 오후 4시까지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제공한다.
타로·사주·수공예 한자리에서 만나는 ‘핑크레이디’
석촌호수 골목길 지하에 새롭게 선보인 공간. 이름처럼 온통 핑크색이다. 타로와 사주를 보거나 퀼트와 팰트 공예를 배울 수 있는 콘셉트 카페로 3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뭉쳐 문을 열었다.
타로, 별자리 등 서양 점성술과 동양의 사주 명리학을 공부한 주인장이 개인의 성격, 적성을술술 풀어준다. 바느질, 수제 인형 만들기 교육도 맞춤식으로 진행한다. 카페 공간에서는 핸드드립커피, 더치커피, 수제차를 선보인다. 아이들 생일파티, 각종 모임을 위한 파티룸 공간 대여도 한다.
세계요리 주점 ‘태힐리아’
심야식당 분위기의 주점. 주인장 이태희 오너셰프가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음식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메뉴를 선보인다.
연평도 빵게 튀김, 아스파라거스 관자볶음, 살치살 비프 다나끼, 블루치즈 스테이크... 선보이는 메뉴가 이색적이다. 손님들의 메뉴 선택을 돕기 위해 한 쪽 벽면에는 실제 요리 사진들을 큼지막하게 붙여 놓았다.
일본,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서 셰프로 일했던 주인장은 계절에 따라 메뉴를 수시로 바꾼다. 5~6석 남짓한 작은 식당이라 주인장은 요리하는 틈틈이 주방과 홀을 오가며 손님들과 음식 이야기를 나눈다. 와인, 맥주, 소주, 사케 등 술의 종류도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바게트가 유명한 동네빵집 ‘르빵’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게트로 유명한 르빵. 2010년 골목길에 문을 연 작은 빵집이 이제는 석촌호수점, 롯데월드타워점, 명당성당점까지 총 4곳으로 늘어났다. 바게트 뿐만 아니라 밤식빵, 치즈빵, 깜바뉴까지 고루 맛있다. 원가가 비싸더라도 프랑스산 밀가루를 고집하는 등 맛에 대한 소신과 철학이 분명한 빵집이다.
최근에는 갓 구운 빵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석촌호수 골목길에 자리 잡은 본점을 베이커리 카페 스타일로 확장했다.
한동안 인기를 누렸던 동네빵집들이 불경기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창업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 빵 연구와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빵집 주인장 임정언 셰프가 믿음직스럽다.
칼국수로 승부하는 ‘이랑칼국수’
닭한마리칼국수, 바지락칼국수, 얼큰칼국수, 들깨수제비, 들깨옹심이까지 칼국수 메뉴에 집중한 음식점이다. 특히 7000원짜리 닭한마리칼국수를 주문하면 이름처럼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오는 가성비 때문에 입소문 났다.
주문과 동시에 면을 뽑아 삶기 때문에 면발이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다. 칼국수에는 매콤하게 무친 겉절이 김치, 심심하게 담근 열무김치가 곁들여 나온다. 고추장, 참기름, 김치 넣고 쓱쓱 비벼먹을 수 있도록 보리밥이 서비스로 나온다.
칼국수와 곁들이기 좋은 사이드 메뉴로 메밀전병을 추천한다. 주문 동시에 바로바로 부쳐내기 때문에 메밀 특유의 구수한 맛이 살아있다. 김치를 곱게 다져 당면 넣고 양념한 전병소도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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