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채소류를 가득 담고,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종잇장처럼 얇게 잘라 수북하게 올린 채 나오는 샐러드, 양파 포카치아, 오징어 먹물 포카치아로 구성된 식전 빵. 여기에다 커다란 접시에 훈제 연어 또는 구운 닭다리 살을 메인으로 올리고 풍미 좋은 까망베르 치즈 소스를 듬뿍 얹은 통감자, 단 호박, 소시지가 함께 나오는 브런치에 커피나 루이보스차를 곁들인다. 브런치 식당에서 ‘상다리가 휘어지게 나온다’라는 말이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 있으나 막상 음식을 담은 접시들이 다 나오고 함께 간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실제 그랬다.
지인들과 풍족하게 브런치를 즐긴 곳은 바로 판교도서관 앞의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뚜 에이 오’. 지인들과 풍족한 브런치를 갖고 나서 ‘뚜 에이 오’의 김응진 오너 셰프에게 연락을 취했다.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해야 하는 오전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는 단 몇 분도 여유가 없단다. 힘들게 시간을 맞추고 그를 만났다.
소박하지만 풍성한 이탈리안 가정식 식당
“이탈리아에서는 음식점을 구분하는 용어가 다양한데 저희는 정찬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식당보다는 가정식 식당인 ‘트라토리아’입니다. ‘뚜 에이 오’는 ‘너와 나’라는 뜻이고요. 그래서 한국말로 저희 식당을 해석해 보자면 ‘너와 나의 작은 식당’이라고 풀어낼 수 있어요.”
홀에서부터 주방에 이르기까지 외식업계에서 쌓은 경력이 20년 가까이 되어 간다는 김 대표는 2012년 4월에 판교도서관 앞에 ‘뚜 에이 오’를 오픈했다. 많은 음식점들이 판교도서관 앞 상권에서 1년을 채 버티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뚜 에이 오’가 지난 4년간 쌓아온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제일 신경 쓰는 것은 좋은 재료입니다. 일체 화학조미료는 쓰지 않고, 가게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커다란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비롯한 천연 재료를 사용해 맛을 냅니다. 저 치즈는 수분 함량이 낮아 매우 단단해 대패처럼 밀거나 가루를 내어 사용하는데, 보통 지름 45센티, 높이 30센티 정도 되는 것을 수입해 오거든요. 보름 정도면 다 소비하는 것 같아요.”
좋은 재료로 차곡차곡 쌓아온 신뢰와 내공
추석을 전후로 시금치 가격이 너무 올라 시금치 한 단이 다 들어가는 시금치 피자를 한 달 간 손님들에게 팔지 못했다. 시금치를 적게 올리거나 최상품이 아닌 것으로 단가를 얼추 맞추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좋은 재료’를 가게 운영의 신념처럼 가지고 있는 김 대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좋은 재료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시중에 많은 식당에서 날치 알이라고 파는 날치 알 가격의 절반 가격인 열빙어 알도 ‘뚜 에이 오’에서는 진짜 날치 알을 사용하고 울진 산 홍게 속살을 넣은 크림 파스타 ‘그랑끼오’도 꼭 울진 산만 고집한다. 홍합, 오징어, 새우 등 싱싱한 해산물과 얼큰한 국물이 일품인 토마토소스의 뚝배기 스파게티인 뻬쉐도 인기 메뉴. 점심시간에는 빈자리가 없는 붐비는 식당에 두 테이블 중 하나에는 뚝배기가 올라가 있을 정도로 인기이다.
저녁시간에는 와인을 곁들인 2인 한우스테이크 플래터가 잘 나간다. 특히 가을밤의 청명한 공기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 테이블에서 과하지 않은 조명을 받으며 새초롬히 앉아 있는 한우 채끝 등심은 각종 가니쉬가 풍성하게 제공되는 ‘뚜 에이 오’의 대표적인 저녁 메뉴다. 여기에 쌉싸름한 커피 향과 포르마지오 치즈 풍미가 그윽하게 어울리는 티라미수 한 조각 곁들이면 금상첨화.
고마운 사람들이 함께 꾸려나가는 ‘너와 나’의 행복한 식당
최근 많은 레스토랑에서 효율과 편의를 위해 반조리 또는 완전 조리된 것으로 주방 일을 최소화하는 경향에 역행해 ‘뚜 에이 오’는 기본 채소 다듬는 것에서부터 육수 내기, 식전 빵, 모든 소스 종류에 이르기까지 모두 직접 다 만들어 낸다. 그래서 사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미안하단다. “요즘 이렇게 자급자족하는 곳이 많지 않죠. 그래서 일해보고 싶다고 온 직원들 중에 일주일을 못 버티고 나간 직원들이 많아요. 음식과 관련해서는 타협할 수 없지만, 주방과 홀이 넓어 직원들의 동선을 좀 더 편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항상 미안하죠. 대신 이곳에 오면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해주니 고마운 마음이고요.”
김 대표는 멀리서 오시는 단골손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나가다 들르시는 손님들보다 두 번, 세 번, 그 이상 반복해서 오시는 단골손님들이 훨씬 많다. 무언가 품에서 소중한 것을 꺼내며 보여주는데 그림이다.
“손님 중 한 분이 저희 가게를 그려서 보내주셨어요.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자 가끔 지칠 때 꺼내서 보면서 제 자신을 다독입니다.”
좋은 재료로 음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풍성하게 차려내는 김 대표의 식탁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을 즐겨보면 좋겠다.
위치 : 분당구 판교동 614 1층
문의 : 031-8016-1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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