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풀꽃 체험농장’ 정혜경씨]

취미로 시작한 일, 이제 함께 나누고 싶어요~

이난숙 리포터 2016-09-02


일산동구 산황동은 일산 도심에서 자동차로 불과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전원마을이다. 얕은 집들과 비닐하우스를 몇 개 지나자 눈길을 끄는 예쁜 글씨체의 표지판이 반긴다. ‘들꽃 풀꽃 체험농장’의 나무문을 밀고 들어서자 하우스 안에 블루베리, 명자, 미니 무늬 둥글레, 레이스 앵초, 붉은 바위치, 크리스마스 로즈, 이메리스 등 야생화가 한여름 햇볕을 받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농장의 주인장은 정혜경(51)씨다.



야생화 좋아하다 꽃 음식, 발효액, 식초까지 배워
“야생화를 워낙 좋아했어요. 20년 전 아파트 최상층에 살 때는 아파트 옥상을 정원 삼아 야생화를 키웠죠. 직접 사기도 했지만 지인들로부터 얻어와 싹을 틔우고 꺾꽂이를 해 늘린 것도 많았어요. 남의 집 베란다에서 시들하게 죽어가던 것이 조금씩 생기를 찾고 꽃을 피울 때 그 재미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엔 화분만 800~900개가 되었으니 정말 많았죠.”


옥상이 넘칠 정도로 야생화가 많아지자 2010년 무렵에는 원당중학교 인근에 300여 평의 농장을 마련해 기르기도 했다. 야생화가 농장에 자리를 잡으면서 정씨는 미나리, 민들레, 질경이 등으로 발효액을 담갔다. 그러면서 원당중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으로 발효액 담그기 강좌도 열었고, 교회 노인대학에서 원예를 이용한 건강관리법을 강의하기도 했다.


“처음엔 야생화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이것이 꼬리를 쳐서 꽃에 대한 모든 것에 관심이 가고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농협대학과 고양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아다니며 꽃과 관련된 강좌를 듣고 또 심화과정을 학습했죠.” 몇 년을 꽃에 빠져 공부만 한 것 같다는 정씨는 현재까지 약용식물 자원관리사, 발효효소 교육지도사, 분재관리사 1급, 식품가공 기능사, 전통문화체험관리사, 천연발효식초 제조사 3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산황동에 500여 평 체험농장 열고 주부대상 강좌 계획
원당동의 농장에서 기른 야생화를 2014년 10월 벽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개장했을 때부터 지난해 7월까지 홍보전시 판매도 했을 정도로 취미가 전문적인 일이 되었다는 정혜경씨. 키우는 야생화가 점점 늘어나면서 일산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좀 더 넓은 공간을 원했다는 그는 지난 해 지금의 산황동에 500여 평의 땅을 마련하고 ‘들꽃 풀꽃’ 체험농장 문을 열었다.
들꽃 풀꽃 농장에는 이른 봄부터 장미꽃을 닮은 장미앵초, 영춘화, 토종동백, 솔채 등의 야생가 앞을 다퉈 피어난다. 여름에는 봄보다 꽃피는 종류가 많지 않지만 백두산파(차이브), 분홍금낭화, 보라붓꽃, 분홍 낮달맞이 등이 한창이고 농장 입구 나무문에는 빨간 장미가 넝쿨을 이뤘다. 정씨는 이곳에서 지난 봄 고양시 마을 가꾸기 네트워크(고마넷) 회원들과 체험농장을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한 모임을 갖고 산야초, 발효효소, 천연수제비누 강좌를 갖기도 했다.


“꽃 하면 그냥 기르는 것 아니야 할지 모르지만 야생화를 하다보니 꽃과 관련된 공부가 상당히 많더라고요. 이것 배우다 보면 저것과 접목하면 좋겠다 싶은 것이 또 있어요. 그래서 자꾸 관련된 자격증을 따게 되고 아직도 배워야 할 것도, 공부하고 싶은 분야도 많아요. 끝이 없죠.(웃음). 하지만 지금까지 자격증을 따고 배운 것들을 봉사 겸 원하는 곳이 있으면 방과 후 수업이나 기관에 강의를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농장 문을 연 지 일 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비할 것이 많고 미흡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수업을 한다고 모집을 하지는 않고 알음알음 강의 요청을 하는 주부들끼리 이곳에서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아직 정기적으로 짜여진 커리큘럼대로 수업이 이뤄지진 않지만 발효액이나 꽃 비니거(식초), 꽃차, 꽃 음식 등 강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수업이 이뤄진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대화동 수다스토리‘에서 간단하게 고추장 만드는 법 강좌를 열기도 한 정씨는 꽃과 관련된 강좌 외에도 된장, 고추장, 막장 등 전통음식 강좌도 꾸준히 열 계획이란다.


“꽃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생각보다 상당히 많아요. 먹는 팬지꽃으로는 밥도 짓고, 호박꽃으로는 호박소(만두)나 쌈밥을 만들 수도 있어요. 또 발효액 하면 매실이나 오미자, 구기자 등을 생각하지만 산야초로 발효액을 만들면 건강음료로 좋아요. 앞으로 계획은 농장을 좀 더 정리하고 꾸며서 더 나은 수업환경이 만들어지면 다양한 체험과 강좌를 열고 싶어요.”
꽃을 좋아하던 평범한 주부에서 이제 야생화 전문가, 꽃 음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혜경씨. 요즘 주부들의 가장 큰 로망인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입도 올리는 멋진 인생2막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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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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