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커피를 볶고 동생은 커피를 내린다.
사실 형은 1980년대 후반부터 커피를 볶았으니
순수 우리나라 커피 로스터 1세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동생은 본업을 뒤로 하고 커피 향과 맛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커피에 심취한 세월만큼 두 사람의 머리카락은 희끗해졌지만 대신
커피에 대한 감각은 더욱 섬세해지고 연륜은 깊이를 더했다.
그 두 형제의 유별난 커피 사랑이 만들어낸 용인 죽전동 ‘로타커피’(이하 로타)와 ‘로타’에
매일 맛있게 볶은 원두를 공급하는 용인 모현에 위치한 ‘커피공장’에 다녀왔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커피 향만큼이나 두 형제의 커피 이야기는 매력적이었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우리나라 로스팅의 역사를 쓴
로스팅 장인이 볶아낸 원두
‘로타’는 죽전동에 위치한 핸드드립 커피전문점과 함께 근처 15분 거리의 모현면에 위치한 자체 커피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커피공장에서는 1980년대 한국?도토루 커피에서 직접 로스팅 했던 박기팔 로스터가 엄선한 생두를 오랜 연륜과 경험에서 비롯된 ‘정확한 온도와 시간의 미학’으로 맛난 원두를 볶아낸다. 그는 1990년대 중반 매일유업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원두커피 원액을 섞은 우유를 개발할 때 커피원액을 추출하기도 한 우리나라 원두 로스팅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그의 손에서 엄선돼 볶아져 나온 원두로 내린 커피의 맛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달콤’하다.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들에서 맛보아온 커피들이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커피 특유의 떫은맛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로타’의 커피는 전혀 떫은맛이 없는 것이 신기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원두’, ‘갓 볶은 원두’를 좋은 원두라고 규정짓는 것에 대해 박기팔 로스터는 ‘갓 담근 김치보다 잘 담근 김치’가 맛있듯이 ‘잘 볶은 원두’를 선택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상 쓰지 않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달콤한 커피
“커피 맛은 약간 떫은 듯 씁쓸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데, 그건 제대로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분당 용인 지역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에서 떫은 맛 전혀 없는 ‘달콤한 풍미’가 혀를 끝까지 휘감으며 잔잔하게 퍼지는 커피를 맛보기란 사실 쉽지 않지요.”
박기팔 로스터는 하루아침에 달콤한 커피를 내릴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며 20년 이상 혀를 훈련하는 과정을 거치고 미각은 물론이거니와 후각과 시각, 촉각, 청각까지 본인의 전 감각을 총동원해 ‘커피’ 연륜을 쌓아왔고,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음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형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기팔 로스터의 동생 제임스 박 ‘로타’ 대표가 입을 열었다.
“처음 저희 커피를 맛보신 분들은 커피 맛이 좀 연한 것 아니냐고 하시는데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 한잔에 들어가는 원두의 양을 10g에서 20g까지 쓰는 것에 비해 저희는 커피 한잔에 원두가 정확히 30g 들어갑니다. 연하다고 느끼시는 것은 그저 ‘느낌’일 뿐이고, ‘로타’의 커피는 한 모금 마셨을 때 아주 부드럽게 커피 미립자가 혀를 타고 돌아내려가죠. 커피를 인상 쓰지 않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도록요.”
우수한 품질의 원두와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
중후하고 고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 형제가 손수 모은 소품들과 LP판을 활용해 직접 제작한 액자들, 빈티지 가구들과 샹들리에 등이 마치 영국의 유서 깊은 커피하우스에 와 있는 듯하다. 다양한 커피 드립 도구, 마리아쥬 프레르 등 고급 차 브랜드의 틴 케이스, 그릇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주부들의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유명 찻잔 등도 즐비하다. 물론 고급스런 인테리어 효과 외에 실제로 ‘로타’에서 모두 사용하는 것들이다.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다가 커피숍의 수익을 내기에 제일 좋은 ‘아메리카노’가 메뉴에 없는데다 드립 커피 한 잔의 가격이 2,500원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놀랍다. 원두는 200g단위로 판매하는데 직접 브렌딩 한 하우스블렌드(6,000원)부터 케냐AA(7,500원), 예가체프(8,000원), 게이샤(9,000원)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형님이 직접 원두를 볶아서 공급해 주시니 가능한 가격입니다. 형님이 볶은 원두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커피하우스 대표로서 100% 핸드드립 커피만을 팔겠다는 고집이죠. 아울러 합리적인 가격의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원두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마음도요.”
더 나아가 단순히 좋은 커피와 잘 볶은 원두를 파는 곳에서 ‘제대로 된 커피문화’를 전파하고, 고객들과 커피의 맛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함께 하고자 하는 로타. 매주 금요일 오전에는 ‘집에서 맛있는 커피 만들어 먹기’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직접 수강생들이 4잔의 커피를 만들어 보고 시음할 수 있는 무료강좌를 진행 중이다.
위치 용인시 수지구 죽전 1동 1191-1 세종프라자 106호
문의 031-262-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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