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학원에 문의를 주시는 부모님들 가운데, 가끔은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수학 상/하와 수학1은 끝냈구요, 아직 수학2가 부족한데...’ 이런 말씀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고등부 전문 수학학원의 원장이자 강사로서, 머리가 아파옵니다. ‘끝냈다’는 말이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위의 학생을 예로 들어볼까요? 수학 상/하와 수학1에서 나오는 모든 문제를 풀어봤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거기서 등장할 수 있는 모든 문제는 자신이 있다는 뜻일까요. 이렇게 여쭤보면 또, ‘그건 아니고, 우리 아이가 응용력이 부족해서 정말 어려운 문제는 못 풀거에요.’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끝냈다고 자신할 수 있으면서도, 응용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상황. 무언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지금 수학 성적 때문에 고민이시라면,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애초에 수학의 과목과목을 하나씩 끝내면서, 정복했다고 생각하는 마인드. 고등부 수학은 분명 계단형 학문이라, 계단을 미리 밟아보고 어떤 내용이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기간도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어느정도의 선행식 수업이 필요한 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고등부 수학은 계단형이면서, 동시에 깊게 파고 들어가는 쐐기형 학문이기도 합니다. 넓게 멀리 바라보는 것을 계단형이라 한다면, 한자리에서 곰곰이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쐐기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끝낸다고 표현하는 것은 계단형으로만 수학을 파악했다는 것이고, 그러면 수학의 절반만을 공부했다고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그러니 어딘가 문제가 생기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최근의 한국의 수학 교육체계는, 예전보다 배워야 하는 ‘양’이 매우 줄어들었습니다. 80,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신 부모님들이라면, 배우신 수학의 2/3 정도로 줄었다고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변별력을 유지하고 사고력을 도모하기 위해, 그 ‘깊이’가 매우 깊어졌습니다. 예전의 수학이 많은 문제를 풀어보고 많은 양의 지식을 ‘외워서’ 시험을 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의 수학은 하나의 문제 상황을 갖고도 다양한 해석, 다른 시도들을 해본 학생들이 더 유리한 체계가 되었습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수능 형태의 문제로 갈수록 이 경향은 더 도드라집니다.
여기에 수학 성적의 답이 있습니다. 고등 수학의 특정 과목을 어떤어떤 문제집을 풀어두었으니 그 과목은 끝냈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개념이 어떻게 잡혀있고, 그것을 어느 정도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책과 문제집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문제집에 ‘나오는 유형’만 풀어볼 것이 아니라, 원래 이 수학적 방법론이 어떤 개념에서 출발했었는지를 계속해서 궁금해하고, 탐구하도록 유도했어야 합니다.
이상적인 공부의 왕도가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등부 수학에 관해서라면, 반드시 계단과 쐐기. 그러니까 단계와 깊이를 동시에 가져가야 합니다. 특정 수학의 과목을 끝내두겠다, 끝내야한다라는 식의 사고는 이제는 정말, 끝내셔야 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된 고등부 수학 공부의 시작점입니다.
유파수학학원 윤성준 원장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