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독서토론동아리-‘나야미’

중2병? 사춘기? 우리는 독서하느라 몰라요

박선 리포터 2019-09-05 (수정 2019-09-05 오후 5:38:17)

생각도 많고 궁금증도 많은 중학생들에게 사춘기의 열병이 가장 높은 빈도로 찾아오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목마도서관 중등독서토론동아리 ‘나야미’의 중학생들은 다양한 독서와 토론을 통해 생각을 나누느라 사춘기도 모른다. 청소년기 꼭 읽고 나가야 할 책들을 읽으며 토론하느라 신이 난다. ‘나야미’에서 열심히 독서 활동 중인 학생들을 만나 독서 토론의 즐거움을 들어보았다.

생각이 날개를 달고 뻗어나가
“진실은 밝혀진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주인공이 말하고자 하는 건...” 목마도서관 4층 꿈나무실에 모인 중학생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하다. 오늘 토론책은 조지오웰의 <1984>로 어려울 수도 있는 책의 내용을 본인만의 생각으로 자유롭게 펼쳐나간다. 진실의 왜곡에서 시작된 논제는 CCTV가 사생활을 침해하는가, 몰래카메라 문제까지 뻗어나간다.
목마도서관 동아리 ‘나야미’는 작년부터 만들어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보기 드문 중학생 독서토론 동아리다. 한창 고민도 많고 다양한 놀거리와 볼거리를 챙겨야 할 나이지만 나야미회원들은 책 읽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김연주 학생은 “초등학교 때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중학교에 입학하고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책을 못 읽었어요. 나야미 활동을 하면서는 의무적으로라도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다른 일보다 가장 먼저 독서를 하게 되요” 한다. 나야미 회원들은 모두 7명으로 다양한 중학교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다. 본인이 신청한 회원도 있지만 엄마 손에 이끌려 온 회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활동이 1년이 다 되가는 지금은 수요일 모임 시간을 열심히 챙겨 나설 정도로 열심히 책을 읽는다. 이채원 학생은 “생전 처음해본 독서동아리예요. 형식적으로 대충 책만 읽고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의견을 모으고 흥미로운 주제를 공유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한다.



책을 읽고 친구와 생각을 공유하는 즐거움
모임의 형식은 간단하다. 회원 7명이 돌아가면서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사회는 돌아가면서 맡는다. 사회자는 함께 이야기 나눠볼 논제를 뽑아 회원들과 사전에 공유해 책을 읽은 후 충분히 생각해 보고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읽어온 책들도 꽤 쌓였다. 정지윤 학생은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책이 기억에 남아요. 책안에서 꼽추 난쟁이가 등장하는데 장애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어요. 혼자 읽었으면 안 읽었을 책인데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려 볼 수 있어 좋았어요” 한다. 책을 읽기만 했지 논제를 정하는 일은 해본 적이 없었다. 논제를 정하려면 책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어떤 내용이 주제인지 잘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책을 보다 분석적으로 읽을 수도 있어 좋다고 나야미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유지현 학생은 “<테스>나 <인형의 집>처럼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온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특이하기도 하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혼자 읽었으면 지루하고 재미없었을텐데 함께 읽으니 재미도 있고 몰랐던 내용을 많이 알게 돼 좋아요” 한다.

생각의 폭이 한 뼘씩 넓어지는 진기한 체험
회원들이 스스로 선정한 독서 목록도 분야도 다양하다. <프랑켄슈타인>,<동물농장>,<전쟁과 평화>,<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탈무드>등 톡톡 튀는 중학생들이지만 신기하게도 고전이 많다. 오지후 학생은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다양한 책들을 함께 읽는 재미가 있어요. 나도 모르게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한다. 책을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나야미 회원들은 스스로 배우고 있었다. 윤서연 학생은 “독서토론 시간에 이야기했던 인상 깊은 구절을 학교 국어 수업 시간에 발표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책을 제대로 읽고 있어 학교 학습에도 도움이 되고 사고력도 자라는 것 같아요” 한다. 나야미 동아리의 회원들은 오늘도 마음의 키가 훌쩍 성장해 가고 있었다.

<미니 인터뷰>


정지윤 학생(대표/신목중 2학년)
책을 혼자 읽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 의견을 함께 공유할 친구들이 있고 재미있게 읽은 책에 대해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김연주 학생(월촌중 2학년)
고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자꾸 선정해서 읽다보니 새로운 맛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결말도 신선하고 새로운 생각을 해 볼 수 있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오지후 학생(신목중 1학년)
꾸준히 새로운 책을 읽고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돼서 좋아요. 생각의 관점이 다른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보다 나은 생각으로 바뀌게 되는 것 같아요


유지현 학생(신목중 1학년)
읽을 책을 고를 때 함께 이야기해 볼만한 주제가 있는 책들을 선정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잘 읽지 않던 고전도 시리즈로 읽기 시작했는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 있어요


윤서연 학생(목원중 1학년)
선정한 책을 열심히 읽고 생각을 쏟아 부으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니 좋아요. 책을 꼼꼼하게 제대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이채원 학생(목원중 1학년)
책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좋아요. 부정적인 느낌의 책은 잘 읽지 않았는데 이제는 책을 가리지 않고 읽어보고 싶어요. 동아리의 분위기도 좋고 친구들과 흥미롭게 이야기 나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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