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리나라와는 지리적 이웃이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나라다. 그렇다면 우리 10대들은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뜻있는 중국어교사들이 중고생 눈높이에 맞춰 ‘중국의 현재’를 편견 없이 보여주는 시리즈 책을 펴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중국을 읽어주는 중국어교사모임’을 이끌고 있는 심형철 오금고 교사를 만났다.
“중국이 전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집니다. 인구 13억 명이 넘는 거대 시장으로 보기에 앞서 중국을 편견 없이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과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살아가야 할 10대들한테는 더 더욱 그렇지요.”
심 교사는 ‘중국통’이다. 북경에서 유학하며 문화인류학 분야 박사학위를 딴 그는 중국 민속학, 소수민족 역사와 문화에 정통하며 매년 답사단을 이끌고 실크로드를 찾는 전문가며 <신장을 알아야 중국이 보인다>, <꿈의 실크로드를 찾아서> 등 중국 관련 책을 여러 권 썼다. 또한 중국어 교과서, 참고서 저자며 전국의 중국어 교사들의 ‘선생님’이기도 하다.
‘중국통’ 중국어교사들이 바라 본 진짜 중국
“언어를 배우는 건 ‘그 나라’를 깊이 알기 위해서입니다. 전국의 중국어교사에게 학생들이 중국에 대해 무엇이 알고 싶은 지 설문조사를 부탁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우편으로 받은 조사지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1위가 중국 사람들은 왜 인육을 먹나요?, 2위 장기매매를 한다는데 사실인가요? 3위 중국음식은 쓰레기라는데 정말이에요?... 학생들이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심각한 걸 보고 놀랐습니다. 뜻이 통하는 중국어 교사들과 중국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할 책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지요.”
중고생 눈높이에 맞춰 학생이 알고 싶어 하는 것과 교사가 알려주고 싶은 것 51가지 주제를 뽑아서 2016년에 ‘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1권이 탄생했다. 사진, 도표를 다채롭게 실었고 술술 읽히도록 쉽게 써 9쇄까지 찍으며 중국 입문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중국 경제, IT트렌드, 스마트폰, 신세대, 한중관계처럼 중국의 현주소를 다양하게 담은 두 번째 책을 펴냈다.
-중고생을 위한 중국 입문서를 왜 기획하게 됐나?
“고교 시절 국내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는 오금고 제자는 중국으로 진출했습니다. 중국은 대회 우승 상금이 국내 20~30배로 게임 시장 규모가 다르다고 귀띔하더군요. 현지에서 우승한 제자는 중국게임회사에 스카우트 됐습니다. 중국과 한국 콘텐츠 교류에 관심 많은 또 다른 제자는 국내 대학 대신 중국 대학을 목표로 공부해 합격했습니다. 이처럼 급부상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본인의 진로를 설계하는 10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떠올리는 중국 관련 이미지는 삼국지, 만리장성, 짝퉁의 천국 등 단편적이며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현재 모습에는 어둡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중국의 핵심만 콕 집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중국의 현주소는?
“매년 중국을 방문하고 현지 중국인들과 교류하며 변화상을 모니터링합니다. 모바일 비즈니스, 공유경제는 우리보다 앞서 있고 전통시장에서도 휴대폰 결재가 척척 됩니다. 노벨 과학상을 2번 수상했고 우주과학 기술도 뛰어나지요. 시속 380km로 달리는 고속철도는 자체 제작 기술까지 갖췄습니다. 직접 타보고 내심 놀라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들려주면 흥미로워합니다. 중국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링링허우’는 1가구 1자녀 낳기 정책이 폐지되기 전에 태어난 마지막 소황제 세대로 모바일인터넷 원주민으로 불립니다. 앞으로 중국 소비시장이 링링허우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며 애니메이션, 게임, 뷰티 등 문화산업 전반에 영향력이 큰 핵심소비자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에 눈여겨봐야합니다.”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중국어는 수단일 뿐입니다. 본인이 필요성을 느껴 집중해서 공부하면 어학 실력은 금방 늘어. 중국 문화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지요. 중국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한 식견이 있어야 고급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중국인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친구는 바꿀 수 있어도 지리적 이웃은 바꿀 수 없지요. 우리 오천년 역사 중에서 지난 100여년만 중국과 관계가 소원했을 뿐 좋든 싫든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고 향후에는 더 그럴 것입니다. 13억이 넘는 중국 시장은 무궁무진하고 수천 년간 쌓아온 역사문화 콘텐츠도 다채롭습니다. 반면에 중국인은 기존 콘텐츠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세련되게 상업화하는 기획력은 뒤떨어집니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가 앞서고 10대들은 기성세대들 보다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앞으로 계획은?
“중국을 읽어주는 중국어교사모임에서 세 번째 책을 준비중입니다. 우리는 매번 책을 낼 때마다 참신한 기획을 위해 필진을 바꿉니다. 시리즈 3권에서는 국어, 한국사, 세계사, 경제, 윤리 등 중고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중국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룰 생각입니다. 교사들끼리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며 방향성을 잡아나가는 중이지요.
최근에는 뜻을 같이하는 일본어교사들까지 합세해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을 기획중입니다. 제2외국어 교사들이 힘을 모아 학생들에게 해당 국가의 진짜 모습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어 자부심과 보람이 큽니다.”
앞줄 왼쪽부터 심형철(오금고), 이수진(경인중)
뒷줄 왼쪽부터 한윤경(영일고), 장혜정(동인천고), 서형규(경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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