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사회적기업’하면 떠오르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 우리나라에 이런 착한 기업의 수는 2000개 남짓.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의 수로 실제 큰 성과를 내는 기업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회서비스 제공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일반 기업과의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는 수익창출의 어려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 우리지역 사회적기업 ‘착한 사장님’들을 만나 세상을 바꾸려는 그들의 노력을 들여다봤다.
내일의 희망을 위한 기회 제공, 우리의 시작이자 미래
청밀 양창국 대표
장애인과 노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식자재 유통 기업 ‘청밀’. 2008년 양창국(51) 대표가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단순히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닌 노인들의 삶의 지혜와 장애인들의 넘치는 에너지(노동력)을 통합,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안정된 삶을 보장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들이 안고 있는 외로움과 건강·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노인에게는 안정적인 노후대책에 힘을 실어주고, 장애인들에겐 사회성과 직업적 성취감을 갖게 하는 것이 청밀의 시작이었습니다.”
예비사회적기업과 양지C&D센터 개관, 밀알스토리 오픈, 인증사회적기업에 이르기까지 청밀은 다양한 업무를 추진하고 진행해왔다. 청밀은 식(食)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건강한 사회통합을 이룬다는 모토로 어린이집, 학교, 병원, 복지관, 관공서 기업 간 거래(BtoB)를 기본으로 하는 식자재 유통사업, 농산물 전처리사업, 공공기관 유통사업, 사회공헌 후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 장애인 1명과 어르신 1명으로 시작된 청밀은 현재 40명의 고용을 창출, 연 매출액 135억 원의 기업으로 우뚝 섰다.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며 사회적 기업의 선구적 모델이 되고 있는 청밀이지만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힌 적도 많다.
“회사 규모에 비해 매출액이 적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의 특성 상 거래처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가격 측정적인 면에서 양보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죠. 사회적기업으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고, 또 안고 가야하는 구조적 특징이라 생각합니다. 일반 기업과의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그럴 때마다 청밀의 목적을 되뇝니다.”
1세대 사회적 기업가로 많은 청년들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 기업 확산에 일조하기를 바란다는 양 대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에서처럼 성공케이스가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적기업이 가치 중심의 회사지만 청년들의 인생을 걸 만큼의 메리트가 있어야 하고, 또 경제창출적인 면에서도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많죠. 요즘 대기업에서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소셜벤처대회나 교육 등을 진행하는 것은 참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또, ‘사회적 가치측정’을 통해 지원금을 받는 등 다양한 기회를 이용해보는 것도 사회적기업 설립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많은 청년 후배들에게 그가 던지는 조언은 이 일을 왜 시작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표 설정이다. 사회적기업의 목적이 우선되어야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후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가야한다는 것. 비즈니스모델을 먼저 세워놓고 그 안에 여러 가치를 넣으려고 하는 것은 순서가 아니라고 그는 강조한다.
양 대표는 “사회적기업가는 사회현상에 주목하고 거기에 맞춰 넓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며 “착한 기업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기업으로 전파될 것이며, 결국 이러한 과정은 나에게도 더 풍족한 삶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무를 매개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일
나무를심는사람들 길홍덕 대표
‘나만, 우리 가족만 잘 살면 되는 것일까?’ 어릴 때부터 항상 이런 생각에 빠지곤 했다. 답은 늘 ‘아니다’였다. 어린 아이의 눈에도 세상에 많은 억울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런 사람들을 대변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켠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그에게 사회적기업은 가치 실현의 한 방법이었다.
대학 졸업 후 조경수목 생산·유통관리회사에서 10년 일하면서 꾸준히 비즈니스모델을 찾아온 길홍덕(43) 대표. 업사이클(Upgrade+recycle, 더 의미 있고 멋있는 재활용)에 관심을 갖고 접는 화분을 개발, 그걸로 39세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을 창업했고 2016년 12월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받았다.
“사람들에게 식물 가꾸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또 내가 잘 하고 좋아하는 것이 식물 분야이고, 이와 관련된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연스럽게 업사이클을 찾게 돼서 이와 관련된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특허 받은 접기 방식의 초간단 화분으로 식물 가꾸기의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고 버려지는 커피캡슐에 자석을 붙여 만든 화분으로 자원재활용까지 가능한 착한 화분을 만들었다.
식물상담가란 조금은 낯선 직업. 그는 식물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면서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일이 식물상담가의 역할이라 설명한다. 아울러 식물을 매개로 삶과 인생 이야기까지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 역시 그의 일이라 덧붙였다. 강동구 상상팡팡 진로교사로 3년째 진로강의도 진행하고 있는 그다.
사회적기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에게 그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전문센터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길 대표는 “저희 사무실이 송파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에 있는데 이곳에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교육에서부터 컨설팅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송파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기본적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이 꿈꿔왔던 바꾸고 싶은 세상의 모습을 비즈니스모델화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나 신나는조합 등을 통해 예비사회적기업부터 도전을 시작해보라”고 덧붙였다.
또, 다양한 소셜벤처대회 등의 기회도 놓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길 대표는 지난해 KB국민은행에서 주최한 사회적경제활성화를 통한 사회혁신프로젝트 기업에 선정, 20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예비사회적기업이 된 지 2년 차. 나무를심는사람들의 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나무를심는사람들의 여러 제품들은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판매 중이며 인터넷(나무를 심는 사람들, 미니자석화분 검색)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커피캡슐을 재활용한 자석화분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통장애인협회에 일감을 주는 선순환도 이뤄내고 있다.
사회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정작 회사와 대표의 수익 창출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길 대표.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조금씩 사회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믿음을 가슴에 품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은 기본입니다. 여기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전문성과 실력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전쟁터같은 현실에서 버티기가 힘들 것입니다. 뜨거운 열정과 탄탄한 기본기로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킬 많은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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