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마을에 사는가? ‘마을’이란 주로 시골에서 비교적 소수의 살림집들을 구성요소로 하여 한 떼를 이루는 단위를 뜻한다. ‘마을’이라는 어휘에는 푸근한 감성요소가 담겨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신도시를 중심으로 동보다 작은 단위 행정구역 명으로 아파트 단지를 묶어 ‘**마을’이란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속한 ‘마을’에서 우리는 행정구역 이외의 어떤 의미를 찾고 있을까?
아파트 단지 작은도서관이 발달한 흥덕마을
광교신도시 바로 옆, 용인시 영덕동 흥덕개발지구는 ‘흥덕마을’이라고 불린다. 15개 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진 ‘흥덕마을’은 지난 2010년부터 입주가 시작되었다. 일정 시기 이후부터 지어진 용인시 아파트에는 단지별로 작은 도서관 공간이 주민에게 기증되는데, 흥덕마을은 작은 도서관 운영이 매우 잘 되는 마을로 손꼽힌다.
5단지 ‘호반 두드림’, 6단지 ‘자연&Book’, 7단지 ‘현대 호롱마루’, 8단지 ‘아델리움 글마루’, 9단지 ‘이던 책나무’, 10단지 ‘꿈꾸는’, 11단지 ‘경남 초록’, 영유아전문 ‘더빛아크키즈’까지 현재 총 8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8단지 ‘글마루도서관’의 정경미 관장은 용인 느티나무 도서관의 이야기극장 샘으로 유명했던 도서관 활동가이다.
“저희 가족이 수지에서 흥덕마을로 2010년에 이사 왔어요. 오자마자 남편과 함께 지하주차장에 위치한 도서관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죠. 단지별로 도서관들이 각자 운영되기 시작했는데, 전문적으로 도서관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도서관 운영에 대해 서로의 도움이 필요했어요. 2012년 2월 각 도서관 활동가들이 모여 연합회를 발족하고, 용인시 평생학습센터에 동아리로 등록했습니다. 마을 안에서 재미나게 놀아볼 문화적인 볼거리나 행사가 거의 없어 아쉽다는 의견이 모아져 그해 가을 연합회 첫 행사를 열게 됐죠.”
작은도서관연합회 주최 책 잔치가 7회째
‘흥덕마을 작은도서관연합회’가 발족한 첫해 2012년 가을, 함께 뜻을 모아 개최한 행사는 ‘흥덕마을 책 잔치’였다. 마을 중앙광장에서 각 도서관별로 독서활동 체험 부스를 설치해 마을 주민,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였다.
“저희 연합회서 개최한 제1회 흥덕마을 책 잔치 행사가 성황리에 끝나자 흥덕마을 입주자연합회에서 보기가 좋으셨나 봐요. 익년부터 3년간 입주자연합회에서 개최하는 한마음 체육대회와 연합해서 책 잔치를 열어 마을의 큰 행사로 자리 잡게 됐죠. 이 과정을 통해 우리 흥덕마을 사람들의 마을 공동체 인식이 모아진 것 같아요.” 5단지 두드림도서관 최순정 관장이 지난 과정을 회상했다.
예산지원 없이 각 도서관 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자체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다 보니 힘든 점도 많았다고 한다. “각 도서관마다 부스 운영을 위해 천막이 필요한데, 대여비도 많이 들고 설치와 철거과정이 정말 힘들더군요. 광장에서 행사진행을 위해 전기를 끌어오느라 고생도 많이 했어요.”
진정한 마을공동체 인식이 확장돼
2015년부터 시작된 용인시 마을공동체사업을 알게 되어 공동체 선정에 공모하게 됐고, 2016년 마을공동체사업에 흥덕마을 작은도서관연합회이 선정되었다. 시에서 받은 소정의 지원금은 책 잔치 천막대여에 가뭄의 단비처럼 사용됐고, 여느 해보다 풍성한 행사를 열 수 있었다고 한다. 이 행사에는 지역주민 1,200여명이 함께 참여했다. 여세를 몰아 여름에는 각 도서관별 탐험대를 구성해 이웃 도서관을 방문하는 ‘작은도서관 탐험대’ 행사를, 가을에는 ‘흥덕마을 둘레길 걷기’ 행사를 연달아 개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모두의 흥과 기운이 모아졌을 때였다고 한다.
정경미 관장은 “도서관 봉사자들 힘으로 각자의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인데, 흥덕마을 작은도서관 연합회가 있음으로 해서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품앗이 하듯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도와주고, 좋은 문화 프로그램이 있으면 배우기도 하면서 함께 커가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최순정 관장은 “마을의 작은도서관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하죠. 도서관들이 연합해 개최한 행사는 흥덕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대한 소속감과 만족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흥덕마을은 모두가 함께 아이를 키웁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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