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날씨가 매콤한 맛을 부르는 계절이다. 잠실역 주변에 고층 빌딩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건물 지하마다 특색 있는 식당가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타워703 빌딩 지하에 위치한 파파낙지도 매콤함과 푸짐함으로 승부해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식당이다.
‘아빠가 차려주는 따듯한 한끼’라는 콘셉트의 이곳 첫 인상은 산뜻하다. 낙지볶음. 선술집 같은 아날로그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메뉴를 카페 스타일의 세련된 하드웨어에 담았다.
화이트 톤의 실내는 모던하면서 세련됐고 군더더기 없다. 마치 카페와 분식집을 잘 버무려 놓은 느낌이라고 할까?
반면에 내오는 음식들은 푸짐함, 넉넉함, 인심이란 공통의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메뉴는 단출하다. 낙지 혹은 주꾸미를 기본으로 낙.곱.새(낙지+곱창+새우), 낙.새(낙지+새우), 쭈.삼.새(주꾸미+삼겹살+새우), 쭈.삼(주꾸미+삼겹살) 중에서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해물 맛을 오롯이 느끼고 싶어 ‘낙새’를 주문했다. 검은색 냄비에 잘게 자른 낙지와 손질한 새우, 어슷하게 썬 대파, 불린 당면, 그 위로 양념장을 소복하게 담아 내온다. 양념장을 찍어 먹어보자 고추장, 고춧가루의 어울림 속에 단맛이 살짝 묻어나오는데 적당하게 맵다.
종업원의 설명대로 냄비에 불을 켜고 잘 저어주자 금방금방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매운 맛을 풍긴다.
보들보들한 낙지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힌다. 지쳐 쓰러진 소에게 낙지 2~3마리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는 옛말이 있듯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원기회복용으로 인기가 높은 게 낙지다. 여기에 고단백, 저지방의 다이어트 식품의 미덕까지 갖췄다. 낙지, 주꾸미, 곱창, 새우는 토핑 추가(각 5000원)를 할 수 있다.
양념이 잘 배어든 낙지와 새우를 먹고 난 뒤 식당 한켠에 마련된 셀프바로 향했다. 미역냉국을 비롯해 양파장아찌 등 각종 밑반찬과 잘게 썬 햄, 명란, 다진 김치, 옥수수콘, 김가루 같은 볶음밥 재료가 골고루 마련돼 있다. 라면사리와 밥이 무한대로 제공돼 맘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낙지새우볶음 남은 양념에다 육수를 붓고 라면사리를 넣어 보글보글 끓이니 새로운 면요리가 완성됐다. 3단계로 볶음밥 차례. 밥 적당량에다 김치, 날치알, 햄, 김가루를 넣고 쓱쓱 볶아주면 완성이다. 양념장이 부족할 때는 종업원이 바로 가져다준다.
사이드 메뉴로는 화산계란찜이 베스트셀러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데 화산처럼 봉긋하게 솟은 계란찜 비주얼이 시선을 잡아끈다. 계란 위에 잘게 찢은 크래미, 그 위에 체다 치즈를 고명처럼 얹어놓았다. 수저로 살살 섞어주니 뜨겁게 달궈진 뚝배기의 열기로 치즈가 사르르 녹아 맛있는 치즈 계란찜이 완성된다. 얼큰한 낙지볶음과 담백한 계란찜은 역시 단짝 메뉴다.
어린이메뉴로는 새우볶음밥이 있다. 볶음밥 위에 소담스럽게 올려지 새우, 여기에 튀긴 가라아게가 곁들여진다.
저녁 메뉴로는 낚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바삭한 파전과 달큰한 막걸리가 선보인다. 후식으로는 요구르트가 서비스도 깔끔하게 입가심할 수 있다.
빌딩숲이라 직장인들이 많이 찾고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라 식사시간대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파파낙지가 자리 잡은 타워703은 최근에 선보인 신축 빌딩이다. 지하 식당가에는 한식, 양식, 태국요리, 수제맥주 펍, 카페 등이 골고루 들어서 있어 ‘맛 탐험’의 재미를 선사한다.
유아 키즈카페도 마련돼 있다. 널찍한 트렘폴린과 볼풀장, 인공암벽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는 덕에 지하 식당가는 직장님뿐만 아니라 유아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다양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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