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으로 불리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여성들.
이들은 88년 올림픽과 더불어 경제 부흥기에 각 가정에 피아노를 들여놓는 게 붐이었던
시기를 거쳐 ‘체르니 30번, 40번까지 쳤다’는 추억담을 흔히 얘기하곤 한다.
그랬던 그녀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인뮤직’이라는 비전공자 음악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멋진 엄마들을 만나보았다.
연령, 전공, 직업 제각각이지만
음악으로 하나 돼
‘인뮤직’ 멤버들을 만나기 위해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에 위치한 석성초등학교 강당을 찾았다. 저녁에 있을 공연 리허설을 하는 자리였는데, 멤버들이 무대에서 마지막 연주를 맞춰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4년 전 이 모임이 시작하게 됐다는 윤여정(40·용인 중동)씨는 ‘인뮤직’ 음악공동체의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주변에 어릴 적 피아노를 배웠다는 제 또래 주부들이 많은데 계속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드물었어요. 아이를 피아노 학원을 보낼 즈음,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은 훗날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나처럼 무의미하게 되는 건 아닐까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아이와 함께 피아노를 즐기기로 했죠. 주변에 저와 같은 생각을 사진 사람 3명이서 모임을 시작한 게 지금은 11명이 되었습니다. 전공자 2명을 제외하고 모두 비전공자이죠. 30대부터 74세까지 연령도 천차만별, 전공과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음악으로 하나가 됐어요. 올해 용인시 따복 공동체로 선정돼 지원금으로 레슨도 받고 활동의 폭을 넓히게 됐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악기,
함께 공연하며 더 즐거워
모임 이름 ‘인뮤직(in Music)’은 ‘음악 안에서’라는 의미와 음악보다는 人(인)이 먼저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깊은 뜻이다.
박효정(40·용인 중동)씨는 지인 소개로 모임에 가입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피아노 치는 것을 즐겨왔어요.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니 더욱 즐겁습니다.”
김영순(49·용인 동백동)씨는 모임에서 첼로를 담당한다. “취미로 첼로를 1년 정도 배웠는데, 저 같은 비전공자가 합주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박은주(42·용인 중동)씨는 온라인 지역카페 활동을 하다가 모임을 발견했다고 한다. “어려서 취미로 피아노를 배웠고, 집에서 애들이랑 가볍게 연주를 하곤 했어요. 피아노는 합주의 기회를 갖기 힘든 악기인데 모임에 합류하면서 합주도 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윤선아(38·용인 중동) 윤여정 대표의 친동생이다. “취미로 첼로를 1년간 배우다가 모임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독주를 하면 어설픈데, 합주를 하면 왠지 제가 잘하는 느낌이 들고 신기해요. 공연 무대에 서면 실력이 부쩍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음악으로 필요한 사람이 되는 행복한 경험
‘인뮤직’ 멤버들은 각자 집에서 연습하고 한 달에 한번 정기 모임을 갖는다. 악기를 동반한 모임이라 장소를 구하기가 어려워 주로 윤 대표의 집이 모임장소가 되곤 한다. 아이에게 투자는 아끼지 않으면서 자신들에게는 인색한 엄마들이라 악기 레슨은 꿈도 못 꿨지만 따복공동체 지원을 받아 지난 5월부터 단국대 음대학생들에게 레슨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니까 혼자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가능해지더군요. 7월에는 동네 카페를 빌려 자체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어요. 지원금에 자비를 보태 설레는 마음으로 연주 드레스를 맞추었는데 저렴하게 구하려다 시행착오도 많았죠. 9월에는 용인시에서 개최하는 큰 야외 콘서트에도 초청을 받아 연주했어요. 음악 전공자도 결혼 후 경력 단절자가 많은데 저희 같은 비전공자들에게는 정말 귀하고 행복한 경험이죠”라고 윤 대표는 말했다.
동백 석성초에서 열린 ‘사랑의 가을콘서트’는 석성초등학교 오케스트라와 레슨 선생님이신 단국대학교 음대 학생들, ‘인뮤직’이 함께했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연령대가 음악으로 하나 된다’는 취지가 좋은 평가를 받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돼 가능했던 공연이었다. 11월 25일에는 ‘인뮤직’ 연말 하우스 콘서트가 열린다.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회원들의 가족, 지인들만 모여서 연말 송년회 겸 즐기는 연주회라 아쉽게도 외부인에게는 공개가 되지는 않는다. 회원 가입은 음악을 사랑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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