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호남평야의 곡식과 양념 그리고 다도해와 청정갯벌에서 나오는 해산물, 게다가 향 깊은 산채까지 남도의 자연은 그야말로 풍성한 먹 거리를 선물한다. 여기에 음식에 쏟는 정성까지 유별나 ‘남도음식’은 맛깔스럽기가 아주 그만이다.
잠들기 어려울 정도의 더위로 지친 우리는 물왕리 남도갈비를 찾았다. 담백한 초계탕 국물로 목까지 차오른 더위를 한방에 확~ 날리고 이성춘 대표의 남도음식 이야기와 갈비찜 이야기를 들었다. 어릴 때 요리를 시작해 대통령의 직속요리사까지 했던 이 대표의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본 듯 했다.
갈비찜, 맛을 단속하라
“지난번 나 먹었던 것, 그거 주세요!”
남도갈비를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은 이런 주문을 한다. 맛에 이끌려 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방소갈비찜을 먹고는 담엔 가족들과 그 담엔 모임친구들과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일 정도이다. 자칫 기름지거나 또는 질기고 뻑뻑하기 쉬운 소갈비, 하지만 남도갈비의 갈비찜은 양념· 주재료· 육질 이 세 가지 차별화로 아무나 따라올 수 없는 맛을 지키고 있다.
이 대표는 “5~7가지 소스를 직접 따로 마련해 놓고, 손님이 주문한 후에 바로 주방에서 조합해 갈비찜이 완성 된다”며 “호텔에서 함께 요리하던 후배들이 배우려 맛도 보고 포장해갔지만 우리만의 방법은 배워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들여 개발한 자신만의 소스를 단속할 만큼 갈비찜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갈비찜에는 꼬막 초무침이 서비스로 나와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갈비에 낙지 그리고 안동에서 올라온 참마까지 넣은 남도갈비의 갈비찜은 기름기가 전혀 없고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 당장 더위에 입맛을 잃은 집안 어르신 생각이 밀려왔다.
참꼬막, 그 입 꼭 다물라
“꼬막 먹으러 서울서 내려왔어요!”
꼬막요리는 익히는 과정에서 꼬막이 벌어지면 실패하는 것! 이곳의 잘 익은 꼬막은 입을 꼭 닫고 톡 하면 터질 것 같은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더구나 참꼬막의 유일한 본고장 벌교에서 직접 공수해 바다의 맛을 파도처럼 철~썩 전하니, 남도 맛이 그리운 이들은 멀리서라도 ‘그 꼬막 집’을 찾는 것이다. 흠이 있다면 좀 비리다는 것, 이 대표는 “성분자체가 사람 피와 매우 닮아있어 독특한 맛을 갖고 있다”며 “빈혈이 있거나 피가 부족한 분들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냄새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지 묻자 오히려 천연적인 냄새를 양념으로 억지로 잡아버리면 그 고유한 의미를 잃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음식은 계절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며 “꼬막은 추석이 지나면서 맛이 들고 12월~ 2월에 가장 맛있다”고 전했다.
초계탕, 건강하게 차라
여름 찬 음식은 자칫 탈나기 쉬워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곳 초계탕을 먹어보며 건강한 찬 보양음식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삶은 토종닭의 순살 만 이용해 오방색 야채에 바삭한 견과류가 곁들인 초계탕은 동치미 육수가 새콤달콤하고 또 매콤하며 개운하다.
초계탕을 먹기 전, 위를 보호하기 위한 메밀전병에 닭고기야채초무침을 올려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유럽의 호텔에서 서양음식을 하면서도 남도의 맛, 한국의 맛을 잊지 못했다는 이 대표의 솜씨가 전통궁중요리와 호텔 정찬의 장점을 살려 초계탕에서 맘껏 발휘되고 있었다.
꼿꼿한 자부심, 맛을 고집하라
“나는 요리에 잘 맞는 사람이지만, 또 좋은 음식에 나를 맞추려 노력도 많이 해 왔다. 좋은 재료를 이용해 정확한 음식을 만들어 맛으로 승부하고,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 내 꿈이다.”
물왕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나무에 둘러싸인 남도갈비는 앞뒤로 전망이 참 좋다.
주인장 역시 고집과 자부심이 자신의 노력만큼 꼿꼿하고 높아 보였다.
여수가 고향인 허영만 ‘식객’의 주인공인 성찬, 좋은 식재료를 찾아다니며 음식의 가치와 맛을 찾는 모습이 이성춘 대표와 닮아있다. 요리에 맞는 주인장과 주인장의 요리에 잘 맞는 고객, 이렇게 건강한 인연이 또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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