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보태니컬 아트 동아리 ‘소소한 아트’]

“30년 만에 색연필 들게 한 반려취미를 만났어요”

이세라 리포터 2017-02-28

서로 모른 채 살아가던 사람들이 ‘자꾸 만나게 되고 정을 나눈다’라는 것은 그들 안에 어떤 운명 같은 것이 존재하는 걸까?€용인의 보태니컬 아트 동아리 ‘소소한 아트’의 회원들을 만나서 드는 생각은 ‘어쩜 각각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퍼즐의 조각을 맞추듯 이렇게 모이게 되었을까’ 하는 신기한 생각이었다.
‘소소한 아트’는€2015년 여름 용인의 ‘찾아가는 예술교육’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된 인연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진 동아리로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를 기본 축으로 다양하고 활발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새로운 시작’을 의미한
동아리 활동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는 식물 일러스트레이션,€꽃 드로잉,€식물 세밀화 등을 뜻한다.€현재 8명이 활동하고 있는 ‘소소한 아트’의 회원들은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보태니컬 아트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어떤 프로페셔널보다 더 뜨겁다.€이 중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한진원씨는 전문적인 보태니컬 아트 강사를 준비 중일 정도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나기도 했다.€‘소소한 아트’는 꽃을 그리는 작업이라서 그런지 웃음이 끊이질 않고 회원들 간의 팀워크가 확실히 돋보인다.€이들은 한 달에 두 번씩 모여 그림을 그리는데,€책을 보고 직접 연구를 하면서 자체적으로 실력을 쌓고 있다.€올해부터는 매달 모임지기를 정해 특정 분야를 깊게 들어가는 스터디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좋은 사람들과 모이니까 좋고 그리니까 좋아요.€아이들에게도 ‘엄마’ 외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자존감도 느껴지고요.” 모임의 회장이자 막내인 손수정씨의 말이다.€인원은 많지만 모임 자체는 굉장히 조용한 편이라고 한다.€각자 자신의 작업에 몰두하기 때문이다.€여느 모임에 빠지지 않는 이슈인 아이들 얘기, 학원 얘기는 들어올 틈이 없다.€그저 꽃 얘기 그림 얘기만으로도 충분하다.
‘소소한 아트’는 작년에 전시도 했다.€전시준비 기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게 되었고,€수시로 연락을 하면서 한층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전시의 주제는 ‘꽃말이 예쁜 꽃’이었다.€“키다리 인형,€양귀비,€금꿩 등 그 동안 몰랐던 꽃들에 대해 알게 돼 기뻤고,€이제는 길거리에 핀 손톱보다도 작은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게 되었죠”라며 회원들이 한목소리를 낸다. €
다행히 이 동아리의 큰 언니인 김정애씨는 별명이 ‘꽃박사’일 정도로 꽃에 대해 많이 알아 많은 꽃들을 회원들에게 전파했다.€또 가장 멀리 살지만 늘€1등으로 도착하고 동생 회원들에게 넉넉한 마음을 베풀어 큰언니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 가질 수 있어 좋아,€
전시회도 준비

회원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황수산나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정작 제 시간이 없었고 이뤄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이 작업이 행운처럼 다가왔고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반려취미가 생겼다”고 말한다.€강은주씨도 “공대를 나왔는데 동아리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미술 관련된 일을 경험하게 되었고, 30년 만에 다시 색연필을 잡게 되는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어요”라고 한다. €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그림을 그리며 ‘평온함’을 느낀다는 김미진씨는 “인원이 많아지다 보니 장소 확보가 어려웠어요.€그래서 초기에는 포은아트센터 전망대의 북 카페를 이용하곤 했는데,€보정역 생활문화센터에서 대관 지원을 받게 되면서 더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이들은 이 외에도 꾸준히 플리 마켓,€재능기부 활동,€공연 모니터링 활동을 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손 회장은 “신기하게도 저희들은 보태니컬 아트 외에 다른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민화,€비즈공예,€애니메이션,€골판지 아트,€북 아트,€서예 목공 등 저마다의 특성이 있어서 시너지가 훨씬 커지고 서로를 이끌어 주는 분위기”라고 했다.€이들은 현재도 용인문화재단의 ‘우리 동네 예술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며,€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힐링의 기분 나누기 위해
다양한 도전 준비하고 있어

‘소소한 아트’는 새로운 회원을 받을 준비도 되어 있다.€자격은 “예술을 좋아하고,€열정이 있으며 같이 어우러질 수 있는 분이라면 언제든지 오케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동아리 활동에 내실을 기하는데 집중했지만,€이들은 점차 밖도 보려고 애를 쓴다.€“아직은 미흡할지 몰라도 저희가 느끼는 힐링의 기분을 나누고 싶어요.€기회가 된다면 재능기부를 하고 싶고 전시를 통해 수익금이 생긴다면 좋은 일에 사용도 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
앙드레 말로는 “예술은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자기 안의 위대한 본성을 일깨워 준다”라고 했다.€‘소소한 아트’의 회원들이 꽃피우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이들은 정말 이 작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스스로 깨닫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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