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씨는 지난 설에 시부모님 댁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당했다. 언제나 느긋하고 품이 넓으셨던 시어머니께서 불끈불끈 화를 내시고, 있지도 않은 일을 언급하며 노여워하시는 통에 온 가족이 모인 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되고 말았던 것. 유심히 살펴보니 손끝 맵던 시어머니의 살림살이와 옷차림 등이 예전 같지 않았다. 김씨는 ‘혹시 어머님이 치매?’라는 생각이 들어 병원에 모시고 가고 싶었지만 선뜻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유난히 효자인 남편이 펄쩍 뛰며 서운해 할 것도 걱정이고, 시어머님도 선뜻 따라나서지 않으실 것 같기 때문이었다.
치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 가장 중요
주변에서 치매환자 가족을 찾아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몸이 늙는 것만도 서러운 일인데,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치매’는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 그러나 ‘치매’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으며 조기검진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치매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치매환자는 72만4000명이며 치매비용은 14만7396억원이다. 인구고령화와 함께 치매환자는 급증하고 있는데, 현재 30대가 70대가 되는 2042년이 되면 5가구 당 1가구가 치매가족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는 의학적 해결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적 해결이 시급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치매는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후천적이고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기능의 장애가 나타나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정도의 상태를 말한다. 즉, 치매는 특정한 조건에서 나타나는 여러 증상들의 묶음이다. 주요 합병증으로는 불면증 환시 주의력장애 등과 낙상 골절 요실금 간질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흔히 노인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치매는 최근 스트레스와 각종 원인질환에 의해 젊은 층에서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국 모든 보건소는 상시 무료로 치매조기검진을 실시한다. 만 60세 이상 어르신은 누구나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 거점병원에서 무료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인지기능의 저하가 발견되면 정기적으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하면 치매조기검진을 받을 수 있다.
전문의료진의 지원서비스 받는 천안시치매지원센터
천안시는 단국대병원과 함께 천안시치매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천안시치매지원센터는 단국대병원의 전문의료진이 치매의 조기발견과 관리 등에 필요한 상담·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치매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주요사업으로는 치매조기검진과 치매환자 등록 및 관리, 가족지원 사업과 예방교육 등이 있다.
치매지원센터와 보건소는 치매선별검진을, 거점병원은 정밀검진을 실시한다. 치매지원센터는 경도치매나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재활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또 치매환자의 실종에 대비하기 위해 치매노인 인식표를 보급하고 GPS단말기를 보급한다. 중증도 치매환자에게는 치매물품, 기저귀 물티슈 영양제 등을 제공하고 재가 치매환자 가정에는 가스안전차단기를 보급하는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천안시 서북구보건소 정신건강팀 이연준 주무관은 “치매는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적절한 치료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치매 증상을 완만한 속도로 조절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아직도 치매를 단순한 노화현상이나 불치병으로 여겨 환자를 단순보호 또는 방치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치매는 간단한 약물과 비약물치료만으로 증상의 출현이나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초기 적절한 약물치료로 연간 약 5000억원 요양비용 절감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는 관심과 적극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증상 발생 후 첫 치료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2년 반이라고 알려져 있다. 충청남도광역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초기에 약물치료를 하면 요양시설 입소율이 55%로 감소되어 연간 약 5000억원의 요양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천안시치매지원센터에서는 치매노인을 위한 ‘올리사랑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리사랑 주간보호센터는 낮 동안 치매노인을 보호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치매노인의 기능회복 및 노인부양으로 인한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상은 노인 장기요양등급 제외자로 천안시 거주 경도치매환자군이다. 센터에 등록 후 상담과 평가를 통해 이용이 가능하며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천안시 서북구보건소 윤광분 건강증진팀장은 “인구 고령화와 독거노인 증가로 치매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치매가족들이 보건소의 다양한 지원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천안시치매지원센터는 상대적으로 인지자극이 적은 독거노인을 치매발병 고위험군으로 보고 고위험군 추적검사 및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또 치매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치매가족교실과 치매가족 자조모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치매가족교실에서 치매환자의 이상행동에 대한 이해와 대처방법 등을 배울 수 있어 환자를 돌보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의 : 천안시 동남구보건소 041-521-5056. 천안시 서북구보건소 041-521-5928. 치매지원센터 041-574-0994
사진제공 : 천안시치매지원센터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