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역 부근 성내도서관 일대를 공방거리로 바꾸려는 강동구의 ‘엔젤공방’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지난해 7월 가죽공방 오픈 이후 4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성안로 공방들을 찾아가봤다.
고급 젓가락의 모든 것 ‘시와저’
시저(匙箸)는 수저의 옛말. 이곳은 젓가락 테마 공방이다. 아담한 갤러리처럼 꾸며진 공방은 천연옻칠을 한 나무 숟가락, 젓가락 세트, 은은한 빛깔이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유기에 나전칠기 장식을 한 수저, 고려가요에도 등장하는 산초열매 나무인 분디나무 젓가락 같은 각양각색의 수저를 전시, 판매중이다.
“사람들이 몸에 좋은 음식에는 민감하지만 정작 입에 직접 닿는 숟가락, 젓가락에는 신경을 덜 씁니다. 건강 수저를 선보이면서 우리 고유의 젓가락 문화를 교육하는 식문화 공간입니다”라고 유수혜 대표는 시와저를 소개한다.
금속공예가인 유 대표가 젓가락과 인연을 맺은 건 일본 유학시절부터. 3대째 대를 이으며 일본에서 고급젓가락 브랜드로 손꼽히는 100년 전통 기업 효자에몽에 근무하며 장인이 만드는 수공예 젓가락에 눈을 떴고 제작에도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젓가락 공방을 열기 위해 꾸준히 준비하다 지난해 강동구 엘젤공방으로 선정된 덕분에 창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시와저에는 한중일 작가들의 개성 담기 수공예 수저세트를 선보인다. “물푸레나무나 흑단, 자단 같은 나무를 깎아 천연옻칠을 합니다. 그래야 쉽게 틀어지지 않고 나무에 곰팡이가 나지 않습니다”라고 유 대표가 말한다. 가격대는 2만~20만원 대까지 다양하며 예단, 선물용 세트, 어린이용 젓가락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2월부터는 유아, 어린이 대상 젓가락 교실을 진행한다. 동양의 젓가락 문화부터 올바른 젓가락질법, 나만의 젓가락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원데이 클래스 참가비는 2만원 선. 공방 안쪽에는 작업실을 마련해 유 대표가 직접 디자인과 제작에도 참여한다.
마카롱 전문 베이커리공방 ‘겨울과 봄 사이’
마카롱, 케이크 전문 베이커리 공방. ‘겨울과 봄 사이’란 이름에는 제철 재료를 활용해 메뉴를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계절 재료인 단호박을 비롯해 라즈베리, 흑임자, 모차렐라, 바닐라, 인절미 같은 각기 다른 맛을 내는 7가지 재료를 넣었다. 노랑, 핑크, 블루 등 마카롱의 색상도 곱다. 컵케이크는 티라미슈, 치즈케이크를 선보인다.
치즈, 티라미슈, 딸기 같은 축하용 홀케이크는 지름 9cm 쁘띠 사이즈부터 최대 18cm까지 4가지 사이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케이크는 예약제 판매로 이틀 전 미리 주문해야 한다. 마카롱은 개당 1800~2200원, 컵케이크는 4500원, 커피는 1000원.
이새봄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출신. 취미로 시작한 제과제빵에 재미 붙여 자격증을 딴 뒤 지난 도심에서 열리는 각종 벼룩시장에 참가하며 장사 경험을 쌓았다. 고객의 기호, 반응을 살피고 응대법을 익힌 지난 2년간의 경험이 창업 버팀목이 됐다.
“마카롱, 케이크를 달지 않도록 신경 써서 만드는데 벼룩시장에서 장사 경험이 큰 밑천이 됩니다. 동물성 생크림, 무항생제 계란을 쓰며 재료를 고급화했습니다. 손님 입맛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레시피를 꾸준히 개발중입니다”라고 이 대표가 말한다.
인스타그램(winter.to.spring), 블로그(blog.naver.com/bbammmm)를 통해 공방소식을 꾸준히 올리며 단골도 꾸준히 확보해 나가고 있다. 베이커리 원데이 클래스도 매월 테마를 바꿔 진행한다.
손글씨, 수공예 배움터 ‘사과나무’
캘리그라피, POP, 한지생활공예, 북아트, 냅킨아트, 리사이클 아트같은 손으로 하는 다양한 것을 가르치는 수공예 공방이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걸 편한 시간에 언제든지 와서 개인 맞춤형으로 배울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방입니다”라고 김상미 대표가 설명한다.
공방 안에는 멋스럽게 쓴 캘리그라피, 한지와 가죽에 태우거나 그을려 그림을 그리는 인두화 우드 버닝, 스티로폼으로 독창적인 간판을 완성한 폼아트, 한지로 만든 가구 공예품 같은 각양각색의 수공예품을 빼곡히 전시해 놓고 있다.
타고난 손재주로 틈틈이 자격증을 땄던 그는 9년 전 강동구에 작은 공방을 운영하다 지난해 강동구 엔젤공방으로 선발되면서 성안로에 둥지를 틀게 됐다.
요즘 인기가 좋은 캘리그라피는 1달 정도만 배우면 어느 정도 쓸 수 있다고 귀띔한다. 돈 버는 취미생활 희망자를 위한 자격증반도 별도로 운영한다
가죽공방 ‘코이로’
가죽공방. 강동구 엔젤공방 1호점으로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가족공예 교육, 제품 생산, 해외 수출까지 다방면으로 진행하는 홍스공방의 홍찬욱 대표가 운영을 맡고 있다. 가죽산업활성화 특구 지정을 위해 뛰고 있는 강동구와 함께 가죽패션 창업교육을 진행한 주인공이다. 코이로에는 지갑, 명함지갑, 벨트 같은 소품부터 핸드백, 서류가방까지 고루 선보인다.
7개 공방 추가 공개모집 계획
26곳의 변종카페 형태의 술집이 영업해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던 성안로 일대를 산뜻하게 재정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강동구 엔젤공방 프로젝트. 강동구가 나서 건물주를 설득해 술집을 내보내고 각양각색의 공방을 유치하고 있다. 공방 창업 지원도 짭짤하다. 임대 보증금, 리모델링 비용과 1년간의 월세 50%를 지원해 준다. 목돈 없이도 창업할 수 있다고 입소문 나면서 1호점 모집 때 2:1이던 경쟁률이 4호점은 15:1에 달할 만큼 치열해졌다.
경쟁률을 뚫고 창업에 성공한 공방 대표들의 만족도는 높다. “창업을 실천으로 옮기려 하니 막막했는데 공무원, 창업 선배로부터 창업 프로세스을 조언받을 수 있어 힘이 됐습니다”라고 시와저 유 대표는 설명한다.
올해는 7개의 공방을 추가로 공개 모집할 예정이다. 예산도 이미 확보했다. “심사 때 수익모델을 중점적으로 봅니다. 임대료 절반 지원이 끊기는 1년 뒤에도 자력갱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창업 아이디어를 정교화해 실현가능한 예상 수익률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강동구 사회적경제과 모수진 주무관이 설명한다.
강동구는 기존 공방들끼리 힘을 모아 주민 대상 성안로 공방거리 이벤트를 개최하고 사회적경제조직으로 발전시킬 구성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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