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100명 중 한 명 꼴로 학업 중단

‘학교 부적응’이 가장 큰 원인 … 학교 밖에서도 앞날 계획할 수 있는 기회 필요

김나영 리포터 2016-10-18

5만 명 가까운 학생들이 교문 밖에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학업중단 현황조사에 따르면 전체 재학생의 0.77%인 4만7070명이 학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4년에 비해서 4836명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비율이 가장 높다. 고등학교는 2만2554명으로 1.26%. 의무교육인 중학교와 초등학교는 0.54% 0.63%로 비교적 나은 수준이다. 학업중단율이 2010년에 비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지만, 30명을 한 반으로 가정할 때 고등학생의 경우 세 학급에 한 명은 교문 밖에 있다는 이야기다. 적지 않은 수치다. 


충청남도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운영하는 학교밖청소년 꿈키움서포터즈단. 10여개 분야 직업인들이 직업체험 및 취업지원, 직업인 특강 등을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 7일 진행한 직업체험. <사진제공 충청남도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학교중단 예방과 학교 밖 청소년 위한 지원

충남도는 그중에서도 학업 중단율이 높은 축에 속한다. 강원(0.49%)과 경기와 광주 부산(0.45%)에 이어 대전과 충북 충남이 0.44% 수준이다. 지난해는 2014년 대비 34% 감소한 수치다. 충남도교육청은 해마다 2000명이 넘었던 학업중단이 계속 줄고 있으며, 지난해는 1151명으로 2014년 1745명에서 594명, 34%가 감소했다고 지난 7월 밝힌 바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높은 학업 중단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학교 내 대안 교실인 누리봄 교실을 66개교로 확대·운영하고, 학업중단숙려제 운영 내실화, 학업 중단 집중 지원학교에 대한 특별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업중단 예방 진로직업 위탁교육 기관 20개소를 지정해 학생들에게 미용, 바리스타 등 다양한 진로직업 체험을 제공한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도 진행된다. 지난해 5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 및 제정됨에 따라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을 운영해 학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앞날을 찾고 진로를 고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청소년들은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자립지원 집단 프로그램이나 학업복귀 프로그램 건강검진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검정고시를 통해 졸업과 동등한 자격을 갖거나 학업을 이어가기도 한다. 


천안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의 검정고시 지원을 통해 4월 18명, 8월 25명 청소년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사진제공 천안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어디서든 청소년들이 바로 설 수 있는 지원 필요 

많은 정책과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학업 중단율은 계속 줄어가고 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여전히 교문 밖에 서있는 청소년들이 있다. 또한 기로에 선 학생들도 있다. 학교 부적응의 실제적인 원인 파악과 대안 고민은 물론,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이 더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정확한 시선도 필요하다. 학업을 중단한 것은 개인마다 사정과 이유로 생긴 결과. 일탈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또한 완전한 중단도 아니다. 어디에서건 결국 같은 나잇대 청소년 그대로의 삶이 펼쳐진다. 때문에 필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그들의 앞날을 생각하고, 또 그려갈 수 있는 기회다. 

문의 : 천안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041-523-1318
충청남도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041-554-1380


천안시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 만난 학교 밖 청소년들 이야기

“학교 밖에서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나”
- 유찬근(18 천안시 원성동)군

“중학교를 졸업하고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그저 따라가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학교라는 틀이 저와 맞지 않았어요.
처음 학교를 그만둔 직후에는 늦게까지 자고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죠. 그래서 빨리 검정고시부터 따야겠다고 계획을 세웠어요. 꿈드림에 먼저 다니던 아는 형에게 소개받아서 도움을 받게 됐고, 지난달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땄어요.
스스로 내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버거울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카페 사장님이나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해요.
요리에 관심이 많아요. 바리스타 공부를 했고, 지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요. 곧 ‘오요리아시아’라는 곳에 면접을 볼 계획이에요. 그 이후요?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하고 싶은 것을 바로바로 시도하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면 제가 정말 하고 싶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학교를 다니지 않다 보니, 정말 많이 그리워요.”
-. 류정인(17 천안시 청당동)양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학교생활을 잘 안했어요. 결석도 자주 하고…. 그러다가 학교를 그만두게 됐어요. 지금은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어요. 꿈드림에서 대학생 멘토 선생님이 공부를 가르쳐주고,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줘요.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까지 가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더 두고 보려고 해요. 내가 정말 하고 싶고 잘 하는 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검정고시 공부하면서 천천히 생각하고 준비해 보려고 해요.
학교를 그만두고 처음 한 달은 좋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후회하고 있어요. 학교가 많이 그립거든요. 친구들과 만나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교복이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너무 입고 싶어요.
학교를 그만두려는 학생들이 있으면 말리고 싶어요. 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모르지만, 막연히 학교 다니는 게 싫어서 그만두는 건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내린 후회 없는 결정”
-. 임소은(19 천안시 두정동)양

고등학교 1학년을 다 마치고 2015년 2월에 자퇴했어요. 서울에 있는 상업고등학교를 다녔는데, 학교는 대학 아니면 취업이 전부잖아요. 그냥 저도 은행원을 목표로 살았는데, 어느 날 그게 내 꿈인지 생각해 보니 아니더라고요. 돈 벌어서 집이나 차를 사는 게 행복이라고 여겨지지 않았거든요.
1년 동안 대안학교를 다녔어요. 사회를 학교 삼아서 경험을 통해 성장한 것 같아요. 학력 인가가 나지 않은 대안학교라 검정고시를 봤고요. 올해 초부터 준비해서 4월에 합격했어요. 학교에서는 공부가 스트레스였는데, 검정고시 준비할 때는 밤을 새워도 피곤하지 않더라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어요.
시간을 갖고 내가 더 잘하는 게 뭔지 알아가고 싶어요. 좋아하고 잘 하는 게 뭔지 찾으면 그때 다음 계획을 세우려고 해요. 내가 중심이 되어 선택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단, 그를 위해서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기억해야 하고요.” 

“자신의 길 정확히 찾기 전이라면 학교가 안전”
- 강경문(23. 성황동)씨

고1 때 집에 문제가 있었어요.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가출했고, 학교는 자퇴했지요. 이후 다른 지역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대로 살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말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꿈드림을 알게 되었어요. 정식으로 다닌 것은 7월부터예요.
지금은 야간에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낮에는 꿈드림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 4월에 있을 검정고시에 꼭 합격하고 싶고 대학교 진학도 생각해요. 자동차 튜닝 관련 일을 하고 싶거든요. 꿈드림 선생님들께서 학과도 알려줘서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자퇴할 때는 후회 안 한다고 했는데 솔직히 많이 후회했어요. 친구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잡는데, 나는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으니 낙오되는 거 같았거든요.
진짜로 자기가 하려는 걸 정확히 알고 그것을 향해서 나아간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교문 안에 있는 것이 나아요. 학교에서 길을 찾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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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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