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학교엔 이런 동아리 있니?” 언제부터인가 천편일률적이던 초등학교 동아리가 달라지고 있다. 악기나 심화학습을 위한 동아리 대신 본인의 진로와 연계하거나 최신 교육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동아리가 늘고 있다. 이런 동아리들은 일방적인 강의식 학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배우고 익혀 학문의 즐거움에 빠지게 한다. 초등학교에서 흔치 않은 동아리를 소개한다.
학부모회 재능기부로
지난 9월 24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우장초등학교(교장 이명숙) 실습실에는 요리수업이 한창이다.
“오늘 만들 음식은 ‘바나나 만주’입니다. 먼저 박력분에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체를 친 다음 노른자와 연유를 섞어 주걱으로 잘 저어줍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만주피를 랩에 싸서 냉장실에 넣어두는 동안 바나나소를 만든다. 넓게 편 만주피에 바나나소를 얹고 동글동글하게 굴리고 견과류로 장식만 하면 바나나만주가 금세 만들어진다. 아이들은 만주피가 터지지 않게 고사리 같은 손으로 굴려보지만 어느새 만주피가 터져 다시 만들면서도 재밌다고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동글동글 만들어진 만주는 호두, 피칸, 아몬드 등 견과류 장식으로 얼굴모양이 되기도 하고 동물모양이 되기도 한다.
우장초에서 운영하는 세계음식만들기 동아리는 우장학부모회 회원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된다. 학부모회 박지혜 회장은 “학부모회에서 재능기부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동아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에 손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더해지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세계음식만들기 동아리가 결성됐다”며 “이 동아리는 소규모 요리교실을 운영하는 요리전문가와 방과후교사 등으로 활동하는 엄마들의 재능기부로 운영된다”고 소개한다.
지난 5월 처음 문을 연 세계음식 만들기 동아리는 1~6학년 14명의 학생들이 5월부터 11월까지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실습실에서 활동한다. 이 동아리에서는 이탈리아, 미국, 중국, 프랑스, 한국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시식할 수 있는 체험 활동을 한다.
친구 초대해 함께 만들고
매월 친구 초대의 기회도 있다. 14명의 신청자만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14명의 신청자가 자신이 초대하고 싶은 친구를 초청해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체험한다. 친구초청으로 동아리 시간에 모이는 아이들은 35~40명에 이른다.
메뉴는 아이들이 쉽게 접하고 만들 수 있는 각 나라의 대표 음식으로 선택했다.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인 스파게티와 마늘빵을 만들기도 하고 미국 햄버거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이번 달에는 일본 음식인 만주를 만들었고 한국 대표 음식 캐릭터 김밥, 중국 음식 만두도 만들 예정이다.
음식을 만들고 시식하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유래에 대한 설명도 이어진다. 학부모회 회원들이 음식의 유래에 대해 공부해 동아리 회원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박지혜 회장은 “아이들이 요리를 잘 못 할 줄 알았는데 야무지게 잘해서 놀랐다.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자신의 입으로만 들어가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엄마, 할머니 갖다 주고 싶다고 싸가도 되냐고 물어봤다”며 “이제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들고 가 가족들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덧붙인다.
집에 가져가 가족들과 나눠 먹기도
동아리 회원들마다 참가 계기도 다양하다. 엄마가 요리를 좋아해 레시피를 알려주고 싶어 참가한 친구도 있다. 정요셉(3학년) 학생은 “엄마가 요리를 좋아해서 요리하는 법을 직접 배워 알려주고 싶어 참가하게 됐다”고 말한다. 황유림(6학년) 학생은 “엄마들이 와서 도와줘서 요리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다”며 “손으로 만들고 빚고 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만든 요리는 집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는다. 신채만(3학년) 학생은 “방과후수업으로 요리를 배워 피자, 빵, 쿠키를 만들어봤다”며 “오늘 만든 요리도 집에 가져가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고 싶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전예진 학생(6학년)“친구들과 함께 요리하니 더 재밌어요”
“친구들과 같이 요리를 만들어서 더 재미있고 새로운 요리를 만들 때마다 신기하고 흥분됩니다. 지난번에 햄버거를 만들었는데 햄버거는 사 먹는 줄로만 알았는데 직접 만들 수 있다는데 놀랐고 내가 만들어 먹으니 몸에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허주은 학생(6학년)
“요리가 완성되면 뿌듯해요”
“엄마가 봉사하고 있어서 수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요리 배우는 것이 재미있고 즐거워요. 햄버거 반죽하는 것을 처음 해봤는데 재미있었고 요리 마지막에 소스를 뿌리면 근사한 음식이 완성돼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뿌듯합니다.”
이시연 학생(6학년)
“요리사의 꿈 미리 체험하고 있어요”
“5학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고 음식 만드는 것이 즐거워 요리사가 되고 싶었어요. 세계음식 만들기 동아리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했습니다. 피자도 만들어 가족들에게 대접하면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주어 요리사로서 자신감이 생깁니다.”
장채은 학생(5학년)
“친구가 초대해서 참여했어요”
“친구가 초대해서 참여했습니다. 요리가 처음이라 어색하지만 음식이 다 만들어지면 ‘내가 해냈구나’ 하는 보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요리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집에서 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오늘 만든 만주를 가족들과 같이 나눠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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