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고 최승후 교사 <최승후 쌤의 자기소개서 전략집, 자기야> 펴내]
자소서는 평가자 중심의 글쓰기
대학이 내게서 듣고 싶은 정보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9월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붙잡고 막바지 씨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한 권을 소개한다. 바로 파주 문산고 최승후 교사가 펴낸 <최승후 쌤의 자기소개서 전략집-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야심찬 자기소개서 자기야>이다. 최 교사는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이자 한겨레신문에 ‘최승후 교사의 진로·진학 마중물’이라는 교육칼럼을 연재 중이다. 이제는 자소서와의 싸움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다. 책의 부제처럼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야심찬 자소서 작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최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았다.
Q1. 이 책을 집필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대학입시 분야에 뛰어든 지 올해로 꼭 15년이 됐습니다. 어쩌다 보니 진학 활동의 대부분을 논술, 자소서, 신문기고 등 글쓰기 관련 일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글쓰기 책을 내고 싶었습니다. 먼저 자소서 동아리반 수업을 하면서 틈틈이 기록한 공책과 강의 자료를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한겨레신문에 연재하면서 공부했던 글쓰기 책들도 다시 챙겨 보았습니다.
자소서는 지원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지만, 자기를 ‘PR’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글쓰기입니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이들의 항로를 찾아줄 길라잡이가 돼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모하지만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게 됐습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서 전국적인 활동을 하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 자소서를 가르치고 첨삭해주시는 선생님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저만의 노하우가 담긴 책이 아니라 진학의 길을 함께 걷는 선후배 선생님들의 땀과 열정이 오롯이 담긴 책이라고 자부합니다.
Q2. 학교에서 자소서 관련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셨는데, 어떻게 운영을 하셨는지요?
집필 준비를 시작한 3년 전부터는 자소서반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자소서를 읽고 평가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자소서반 동아리는 1학기와 여름방학에 걸쳐 운영했습니다. 문과에서 9명, 이과에서 6명 총 15명으로 동아리원을 구성해 자소서의 전반적인 총론과 자소서 1번, 2번, 3번, 4번 자율문항 등에 대한 각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자소서 1번은 학업역량, 2번은 전공적합성, 3번은 인성, 4번은 발전가능성과 자기주도성 위주로 학생부에서 소재를 찾게 했습니다. 그리고 개요를 짜보게 했습니다. 여름방학에는 최종 학생부를 출력해서 자소서와 함께 검토하고 최종 자소서를 서로 돌려 읽으며 토론했습니다. 교사를 비롯한 다수의 집단지성이 작용하다 보니 모집단위에 적합한 최고의 자소서가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지적 희열을 맛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이 수업을 통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자소서반 학생을 지도할 때 주의할 점은 교사가 학생의 글을 대신 써줘서는 절대 안 되고 해당 학생 학생부의 장단점과 방향만 제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요즘 학생들이 글쓰기에 서툴다 보니, 글쓰기 기본 이론 강의를 자소서 수업 시간에 먼저 할 것을 권합니다.
Q3.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자소서란 어떤 것인지요?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공자님 말씀이 생각나네요. 좋은 자소서란 몰입 경험이 있고, 배움을 즐기는 지원자의 전공에 대한 열정이 묻어나는 글이죠. 또한, 교수와 입학사정관은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매력적이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자소서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면접을 통해 이 학생을 꼭 확인합니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학교활동과 연계돼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잘 쓴 자소서는 어떤 이론에 의해서 작성되는 게 절대 아니죠. 자신의 진솔한 삶이 묻어나는 글은 한 번에 쭈욱 잘 읽힙니다.
Q4. 좋은 자소서를 만들기 위해 평소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전공과 관련된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좋은 성적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학업 능력 즉, 내신 성적이 좋지 않다면 아무리 자소서를 잘 써도 합격이 어렵습니다. 그 다음에는 전공과 관련된 학교활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잘 쓴 자소서를 많이 읽어보고, 서툴지만 직접 여러 번 써봐야 합니다. 그리고 초고 자소서를 계속 보완해 나가면 됩니다. 사설이나 칼럼은 글쓴이의 생각과 논리가 잘 보이는 글이고 자소서는 논술 원고 분량과 비슷해서 많이 읽을수록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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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교내 활동이나 봉사 등 학생들에게 주어진 환경이 비슷비슷한데, 그 과정에서 자신을 차별화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자소서 2번에 교내 활동이나 봉사활동이 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요즘 학교 교육과정이나 진로·진학 프로그램이 비슷비슷해서 차별성을 드러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활동을 나열하기보다는 그 활동에서 자신의 역할과 역량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소서는 활동 중심 평가가 아닌 역량 중심 평가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Q6. 자소서를 준비하고 작성하는 과정이 입시뿐 아니라 삶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자소서를 준비하고 작성하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성장하게 되고 자신을 성찰하게 됩니다. 자소서는 활동의 나열인 이력서(Resume)가 아닌 자신의 역량과 전공에 대한 열정이 표현된 자소서(Cover letter)가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소서의 형식에 맞춰 고3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학생들은 한 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자소서를 쓰지 않는다면 자신의 삶을 총체적으로 정리할 기회란 흔치 않죠.
Q8. 진로·진학과 관련된 기고,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고 계시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진로·진학과 관련된 정보가 너무 한곳에 편중돼 있어서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원활하게 배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통되는 정보마저도 해석이 돼 있지 않은 통계치가 대부분이라 누군가는 이 자료들을 해석하고 비평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 사회, 문화 다양한 분야에 비평가가 있지만 진로진학과 관련된 리뷰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진로진학과 관련된 기고와 강의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소서에 대한 정보도 잘못된 것이 많아서 집필을 시작했는데요, 집필 과정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소서 강의를 찾아 다녀보고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을 사서 읽어봤지만,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습니다. 수험생마다 상황과 경험이 다른 데 마치 합격 자소서의 만능 공식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소서 열풍의 시대에 제대로 된 책이 적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Q9. 막바지 자소서 정리 중인 수험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자소서는 평가자 위주의 글쓰기입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가 아닌 평가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를 바탕으로 나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하세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를 중심으로 자소서를 작성합니다. 내가 지원하는 대학과 전공교수, 입학사정관들이 내게서 듣고 싶은 정보가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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