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오후서재’ 관리자 허지수씨

여덟 살부터 살아온 동네에 책방을 열다

양지연 리포터 2023-03-24

엄청나게 큰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해도 결국 우리는 마을에서 살아간다. 아파트 숲이 어우러진 마을, 주택들이 어우러진 마을, 사는 모양은 다를지라도 우리 생활의 기반이 되는 작은 사회가 바로 마을이다. 그 마을의 소중함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마을에 일터를 마련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 허지수씨를 만났다. 대화동 주택가에 위치한 ‘오후서재’의 관리자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로컬 콘텐츠 프리랜서 기획자인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여덟 살부터 살아온 동네에 책방을 열다

허지수씨는 N잡러다. 앞서 설명한 일 외에 독립출판 강사이며, 작가이기도 하다. ‘나를 데리고 수영장 가기’와 ‘우린 얼마나 많은 88번 버스를 놓쳤는지 몰라’ 등의 책을 직접 출판했다. 성저마을에 문을 연 오후서재라는 공유작업실이자 독립서점을 기반으로 활동인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행사와 모임을 주관하기도 한다. 다달이 지불해야 하는 오후서재의 월세를 충당하기 위해 종종 동네에서 알바를 하기도 하는데, 자신이 졸업한 중학교에서 방역알바를 하기도 했다. 얼핏 들으면 경쟁과 먹고사니즘에 쫓겨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느 청년과 다를 바 없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여유롭고 불특정한 자신의 잡다한 직업을 사랑하며 유유자적 살아간다.

그도 잠시 일산에서 서울로 치열한 출퇴근 전쟁을 치르며 살던 시절이 있었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치 못했던 시기에 출퇴근 전쟁과 빡빡한 회사 생활을 경험하며, 자신은 회사라는 곳에 다닐 능력이 아예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다달이 꼬박꼬박 일정한 급여를 주는 회사라는 울타리를 배제한 채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했다. 그간 북토크에 참여했던 경험, 북클럽 등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접했고 스스로 독립출판을 해본 경험을 살려 책방을 열 계획을 세웠고, 마침내 여덟 살부터 살아온 동네에 책방을 열었다. 생존을 위해, 돌아갈 길이 없는 현실적인 이유로 먹고살기엔 비현실적인 서점을 오픈한 것이다.

마을을 사랑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일산은 신도시 특성상 노인과 어린이, 주부들이 살기엔 편안한 도시이지만, 청년들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도시다. 청년들 눈엔 일산만의 문화나 특별함이 없는 노잼 도시이기도 하다. 지수씨는 서울로 직장을 다니고 서울에서 노는 청년들에게 일산이란 곳이, 또 동네 마을이 특별한 의미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청년들도 일산에서 다양한 문화를 누리고,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며 살아가길, 오후서재가 그 기반이 되길 꿈꾼다. 마을을 주제로 한 로컬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것은 그런 연유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동네 골목을 산책하고 기록하는 마을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다양한 동네 맛집과 멋집을 소개하는 일에도 앞장선다. 일산서구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신도시유쓰’라는 로컬 잡지를 만들기도 했다. 생활의 기반이 되는 마을을 알리고, 마을에서 함께 추억을 만들고 나누다 보면 청년들도 마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유 작업실

오후서재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모임이 꾸준히 열린다. 독립출판 클래스는 매달 진행되고,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 모임, 마을 산책 등의 모임도 자주 열린다. 혼자 일하는 게 좋지만 가끔은 심심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서 프리랜서 모임도 매주 연다. 아무래도 혼자 일하다 보면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마련한 모임이다. 각자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모여 공유하고 피드백해주며 다시 홀로 일할 힘을 얻게 된다.

오후서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유 작업실이다. ‘집중력 맛집’이란 별칭처럼 조용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업무를 수행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소모임을 위한 공간, 전체 대관도 가능하다. 이용을 희망할 경우 네이버 예약 시스템을 활용해 작업실을 시간당 예약해서 사용하면 된다. 예약을 하면 커피나 차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검색 : 오후서재 또는 서재관리자)엔 소소한 일상과 마을이 기록돼 있다. 영상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마을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웃 청년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그의 바람대로 조용한 오후서재에 마을 청년들의 이야기가,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를 바란다.

-오후서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ohoobooks/

-오후서재 블로그: https://blog.naver.com/ai_two

-오후서재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0qgWkMyw8AW5RCgPr4RkMA

-오후서재 카카오톡 ID: ohoobooks

-오후서재 공간 예약: 네이버 검색창에 ‘오후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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